몇 주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뒤, 나는 지금까지 ‘판단’이라는 말을 곱씹고 있다. 그 당시, 죽음을 맞이하고 계시는 아버지는 가쁜 호흡을 하다 이내 멈췄다. 119에 전화를 걸어 안내에 맞춰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자, 어머니는 “생명연장거부자예요.”라고 말했다. 그 말과 함께 응급센터 직원의 “그렇다면 멈추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난 갈라지는 마음 사이에서 결정 지어야 했다. ‘그래도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아버지의 뜻을 존중해야 할까.’ 그 짧은 순간에 너무나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결국 ‘보내드려야 한다’라는
우리는 매일 샤워를 하고 이를 닦으며 몸을 깨끗하게 합니다. 우리가 늘 몸의 청결을 유지하듯, 우리의 '마음'에도 정기적인 청소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음챙김 명상(冥想)은 특별한 장소나 복장이 필요한 거창한 수련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습관처럼 실천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야말로 우리의 가슴과 마음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고요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마음챙김의 핵심은 평소 하던 동작에 '완전히 깨어있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면 됩니다.일상에서 양치질할 때
붓다 입멸 후 500 제자가 스승의 말씀을 합송함으로써 불경이 성립되었다. 100명이 넘는 대중이 한 말씀을 똑같이 암송하기 위해서는 율조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초기의 빠알리 경전은 말씀의 유형에 따라 율조가 생성되었다. 그중에 가장 음악적인 것이 가타(詩)였는데, 이는 “노래하다”라는 어원 ‘가우’에서 비롯된 말이다. 따라서 불교음악의 원음은 붓다의 음성이고, 인류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음유시인이자 싱어인 붓다의 탄생이었다.의 주제곡 ‘골든’의 음원 조회수가 3억을 훌쩍 넘어섰다. ‘골든’은 한국음악적
붓다는 ‘눈을 뜬 분’을 일컫는 일반명사다. 고타마 붓다는 중도를 깨쳐서 ‘각자’가 되었고, 연기를 발견해 ‘견자’가 되었다. 그는 가장 완벽한 진리를 깨쳐 얻어 붓다의 이름을 전유(독점)하게 되었다. 붓다의 가르침은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에 순도대사에 의해 전래되었다. 불교는 전법승들에 의해 대륙과 반도와 열도에 수용 공인 유통되었다. 이후 한국불교는 인간 이해를 심화시키고 세계 인식을 확장시켰다. 그 결과 한국불교는 우리들의 삶의 도리와 질서이자 문화가 되었으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믿음을 가장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는 종교의 세계에서 해당 종교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던 인물에 대해서는 어떤 모로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숭배하고 기념하며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이다. 가령 불교의 경우에 부처님오신날은 정확하게 언제였을까 궁금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신봉하는 불자들에게 부처님오신날은 이전에 불탄일, 석탄일, 석가탄신일 등의 명칭으로 부르며 사월 초파일로 확정적으로 기념되었다. 우리에게는 제법 친숙한 사월 초파일이라는 말은 부처님의 탄생을 지칭하는 말로서 음력 4월 8일을 가리
4월은 만우절로 시작한다. 장국영의 광팬이었기에 2003년 이후 만우절은 온전히 그를 추모하는 날이 되었다. 기억 속 장국영은 언제나 양극의 모습을 동시에 머금고 있었다. 밝음과 어둠, 해맑음과 상처, 선량과 불량. 그가 연기했던 인물들은 항상 이 양극단을 오가며 방황하고 있었다. 마치 여름과 가을처럼, 결코 만날 수 없고 만나서도 안되는 것들 간의 만남은 인간의 미묘한 정서를 자극한다. 종교학에서는 이것을 양극성의 합일로 해석한다. 실제로 종교사에서 양극성은 근동지역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사탄과 신의 협업으로 표출되기도 했었다
어림잡아 3년 전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를 달성한 곡은 BTS와 영국 밴드 Coldplay의 협업으로 탄생한 ‘My Universe’였다. 17주간 차트 순위권을 유지하며 제65회 그래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이 곡의 기록만큼이나 뛰어난 또 다른 점은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우리’를 이루는 내용의 유려한 가사이다. 우리 각자가 직조해 내는 기적과도 같은 삶과 사랑의 순간적 경험들은 곡의 가사처럼 ‘우리는 서로로 이루어졌고 (We are made of each other)’, ‘밝은 무한함이 너의 눈 속에 있음(That
눈을 뜬다. 눈을 감는다. 잠에서 깨어난다. 잠든다. 전화기를 켠다. 끈다. 고민한다. 밥을 먹는다. 외출하기로 한다. 누군가를 만난다. 대화한다. 켜고 끄는 ‘딸깍’ 스위치는 전기 회로를 끊거나 잇는다. 그래서 전환의 의미를 포함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도 스위치의 연속이다. 일기를 쓰듯 하루의 스위치를 정리하면 사실 별것 없다. 굉장히 단조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 뇌의 회로만 분석해 보아도 그렇지 않다. 스스로 정리하였을 때 그것이 단조롭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 정도만을 정확히 인지하여 직접 스위치를 켜거나 껐기
우주가 생성되면서 만들어진 수소는 핵융합을 거듭하면서 여러 원소들로 변화해 갔고, 지구상의 모든 물질들은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원소들은 서로 결합하여 물질을 생성하고, 물질들이 서로 조합되어 생명체를 만든다.지구상의 원소는 계속 순환하며 화학결합의 생성과 해리를 반복하여 물질들을 만드는데, 원소의 순환에는 한가지 원칙이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무질서도가 커지는 방향-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 으로 흐르는데, 원소 또한 결합과 해리를 통해 자발적으로 퍼져나간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색소를 물에 떨어뜨리면 자연스
요즘 우리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뉴스일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전쟁의 실상은 처참하다. 언론 매체를 통해서 보아도 마음이 아픈데, 직접 고통을 겪고 있는 그 나라 국민의 심정은 어떨까? 지난 6월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였고, 최근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서, 한반도 안보에도 그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이렇게 다투는 근본적인 원인을 불교 경전에서 찾아보면, 『중아함경』 제2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 가을을 맞이합니다. 언제 끝나려나 하던 순간들도 다 흘러가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되새기게 됩니다.혹시 여러분은 나무들이 계절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아시나요? 나무도 계절에 따라 수액을 돌리며 활발한 생명활동을 하다가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에는 수액을 땅속 깊은 뿌리로 내려보면서 비운다고 합니다. 수액을 계속 품고 내려놓지 못한다면 나무가 얼어서 터져버리거나 쪼개어지 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무는 가을부터 서서히 수액을 줄이면서 땅속 깊은 뿌리로 보낸다는 것입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KBS 9시 뉴스에서는 “부처님오신날, 한화 보살팬들 해탈했다!”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한화 이글스가 강우 콜드게임으로 큰 패배를 당했는데도, 팬들은 끝까지 응원하며 자리를 지키며 팀을 응원했다는 내용이었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승리가 아닌 득점에, 안타가 아닌 출루에도 기뻐하며 “나는 행복합니다”를 외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보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보살’은 불교 용어인 ‘Bodhisattva’를 소리 나는 대로 옮긴 ‘보리살타(菩提薩埵)’에서 유래했다. 이 개념은 대승불교 운동과 함께 등장했으며,
“세상살이에 고난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근심과 고난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이는 중국 원말명초에 활동하셨던 묘협스님이 찬술한 『염불삼매보왕론(念佛三昧寶王論)』 중 제17편 십대애행(十大碍行), 그러니까 우리에게 더 친숙한 이름으로는 ‘보왕삼매론’의 두 번째 글귀입니다.장애물 없는 게임이 성립되지 못하듯 삶에는 고난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를 기대할수록,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지금과 다른 것이기
지난 5월,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사리와 사리기가 한국에 돌아왔다. 이번에 반환된 사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 1과와 고려 말 유명한 승려인 나옹선사 사리 2과, 나옹선사 사리 2과, 기타 사리 2과 등 모두 7과이며, 사리를 안치하고 있던 사리구는 상호 교류 전시 및 보존 처리를 위해 임시 대여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일제강점기 본래 자리에서 약탈되어 일본 상인을 거쳐 외국으로 유출된 뒤, 1939년부터 보스턴미술관에 수장되었다고 하니 제자리를 떠난지 100여 년 만에 되돌아온 셈이다. 한국 불교사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고
오월, 일 년 열두 달 중 오월은 유난히도 특별한 달이다. 사회적으로 ‘가정의 달’이라 하고,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학교라는 울타리에서는 스승의 날이 있다. 한 인간으로 나는 때로는 엄마로, 아내로, 자식으로, 그리고 학문의 장에서는 교수이자 제자로, 연구자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아니, 소화해야만 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는 바쁜 일상 속 마음 한 칸에 꼭꼭 숨어 있다가, 불현듯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민다. 그럴 때면 나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 동국대 교정에 있는 붓다의 전각, 정각원
학교 교정에 아름다운 봄꽃의 향연이 열리고 있다. 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그런데 따스한 봄에도 여전히 마음은 겨울처럼 차가운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20·30대의 우울증은 높아가고, 혼자 지내는 은둔 청년은 13만 명이나 된다. 꽃다운 청년들이 안타깝게도 힘들고 외롭게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겨울의 앙상한 가지만 보면 도저히 거기서 꽃이 피리라고 상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어김없이 꽃을 피울 수 있는 생명력이 들어있다. 우리도 이처럼 내면에 마음 꽃을 피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조건으로만
올봄에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촉촉이 적시는 봄비 같은 영화였는데, 이름은 입니다. 제목을 ‘지나온 삶들’로 보아도 좋을 법한데, ‘전생(前生)’으로 읽히는 것은 제가 불교를 공부하기 때문일까요. 이름에 끌려 무작정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부모를 따라 캐나다 이민을 떠나야 했던 12살 소녀. 그녀가 부딪히는 낯선 땅에서, 두고 온 나라의 기억들은 ‘전생’의 일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민을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는 노벨상을 못 타잖아”라고 당차게 말하던 나영이는 지금 노라라는 이름
모든 중생들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離苦得樂]를 바란다. 그렇기에 자신을 잘 돌보고 다른 모든 생명도 잘 돌보라 한다[離苦得樂]. 이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을 무조건 믿으라고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직접 와서 보라고 한다.행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명상을 통한 마음수련으로 자신의 힘든 마음을 힐링하고 충전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이완을 통한 집중 상태에서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환히 꿰뚫어 보는 것. 내가 이완되고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고 습관을 고칠 수 있게 됐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모두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약이라고 부르는 파리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5년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배출 전망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하고,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근대적으로 기온이 측정되기
학생들과 이야기하다가 왜 백제나 신라의 기와에 표현된 연꽃무늬는 실생활에서 접하는 연꽃과 다르냐는 질문을 받았다. 기와지붕을 장식하는 건축 재료 중에 연꽃무늬로 장식한 수막새라는 것이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에 여간 반갑지 않았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을 기와지붕의 장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다른 이상적인 형태의 연꽃무늬가 탄생하게 되었음을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또 고구려 기와의 연꽃무늬는 활짝 핀 모양이 아니라 꽃봉오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장식돼 있고, 백제나 신라는 보통 활짝 핀 연꽃잎과 씨방에 연꽃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