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와 지게차, 삼륜차 뒤엉킨 충무로 골목
협소한 골목 속 보행환경, 불편 꾸준히 제기돼
생계와 안전 복잡하게 얽혀… 행정적 관심 필요해
필동로, 충무로역 1번 출구부터 신공학관을 잇는 길. 인쇄업계의 터전이기도 한 이곳은 등하교하는 우리대학 학우들, 각종 기자재를 나르는 지게차와 삼륜차로 붐빈다. 좁은 골목길 속 인쇄업계 근무자와 보행자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서로에게 치이며 지내고 있다. 동대신문이 학우, 인쇄업계, 관공서의 이해관계 속 충무로 일대 보행 실태와 현장의 목소리를 살펴봤다.
인쇄 골목, 산업과 보행이 뒤엉킨 거리
서울 중구 충무로 일대는 우리대학 후문을 시작으로 인쇄 관련 업종이 밀집한 지역이다. 2021년 서울시 ‘도시재생소식’에 따르면 서울 전체 인쇄업계의 60% 이상은 이곳에 집중돼 있다. 인도와 차도 경계가 모호한 골목에 지게차와 삼륜차 주차 문제 등이 겹쳐 혼선을 빚는다.
거리의 유동인구 또한 적지 않다.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8월 29일 제공한 ‘지하철역 이용현황’에서 충무로역 일일 이용 승객은 승차 7,333명, 하차 8,631명으로 집계됐다. 초등학교, 주거시설, 상업시설 등 여러 시설이 밀집돼 상당수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만큼, 보행안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 9월 발표한 ‘전국교통사고다발지역표준데이터’에 따르면 충무로역과 인접한 충무로3가·충무로4가와 우리대학 후문 인근 모두 사고다발지역으로 등록돼 있다. 또한 2024년 기준 ‘교통사고분석시스템 기반 분석(TAAS)’에 따르면 퇴계로, 필동 대학가, 장충단로 초입 지역의 고위험 차량(화물차, 삼륜차 등)에 대한 ‘차대사람’, ‘차대차’를 모두 포함한 평균 사고 건수는 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구 전체 평균 사고 건수 약 3.5건과 비교했을 때 약 1.71배 높은 수치이다. 이 중 ‘차대사람’ 사고 위험 평균은 3.25건으로 중구 전체 평균인 2.29건에 비해 약 1.42배 높았다.
불편한 등굣길, 혼잡한 골목
지난 27일, 동대신문은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팔정도, 중앙도서관, 혜화관 등 캠퍼스에서 ‘학교 주변에서 지게차, 삼륜차 등의 산업 장비로 인해 보행 시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나요’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질문에 응답자 83명 중 약 83%인 69명이 ‘불편을 겪은 적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약 32%인 22명이 해당 질문에 ‘매우 자주’로 의견을 드러냈다.
해당 설문에 참여한 중어중문학과 A학우는 “인도와 차도 구분이 모호하고 길이 좁아 위험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며 “운전자 역시 부주의할 때가 있어 사고가 날뻔했다”고 말했다. 광고홍보학과 B학우도 “산업 장비로 인해 걸음을 자주 멈추게 돼 불편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C학우 역시 “등굣길에 과적한 채 마주 오던 삼륜차와 사고가 날뻔한 이후, 때때로 불편함을 느꼈었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산업 장비와 더불어 대학가 곳곳에서 불법주정차, 가판 등이 인도를 점유해 보행환경을 저해하고 있다. C학우는 “인도 등에 방치된 기자재와 장비 때문에 보행 시 불편했다”며 “원활한 보행을 위해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멈춤은 곧 손실, 인쇄업계의 고충
충무로 인쇄업계는 ‘인쇄’라는 하나의 큰 틀 속 세분된 여러 업종이 맞물려 돌아간다. 제본업계, 코팅·엠보업계, 디자인업계, 인쇄업계, 운반(운행)업계가 각자의 일을 맡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디자인업체를 통해 인쇄소에서 제작된 인쇄물은 제본소를 거쳐 코팅소로 옮겨지고, 납품 차량을 통해 외부로 나간다. 이 모든 과정은 운행업체가 인쇄물을 하루에 수십 차례 실어 나르며 연결된다.
충무로 인쇄업 종사자 D씨는 “인쇄업은 작업을 한번 멈추면 손실이 커 고가의 인쇄장비를 24시간 가동해야 수익이 난다”며 “작업물 이동이 조금만 늦어도 다음 공정 전체가 밀려 서두를 때가 있다”고 전했다. 생계와 직결된 이윤을 위해 좁은 골목을 급박하게 이동하다 보니, 보행자와 마찰이 생기기 쉬운 처지다.
또 그는 “다들 생계가 달려 있어 알아서 조심하기에, 사고는 거의 없다”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반 중 차량 소음이나 잉크 냄새, 도로 점유 문제로 민원이 들어오면, 중구청이 취하는 규제나 조치에 따른 책임은 고스란히 인쇄업계가 떠맡는다”며 “고되고 반복되는 일보다 업계 전체가 불합리한 이유로 손해를 보는 현실이 가장 막막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D씨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도 공장 인근 주민이 잉크 냄새 관련 민원을 반복 제기해 중구청에서 수차례 조사를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그는 “약 두 시간의 조사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춰야 했다”며 “민원이 발생하면 결국 규제 대상은 인쇄업계이기 때문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금전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부주의한 보행문화 비판 역시 제기됐다. D씨는 “밤늦게 학생들이 부주의하게 휴대전화를 보며 오토바이 사이를 지나가기도 한다”며 “그러다 사고가 나면 ‘인쇄업이 위험하게 일한다’는 말부터 나온다”고 고충을 말했다. 우리대학 강사 E씨는 “종종 대학 근처에서 무선 이어폰을 착용한 부주의한 보행자들을 발견한다”며 “특히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밤에는 사고가 날뻔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충무로 일대 내, 성숙한 보행문화 역시 교통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견을 표출했다.
찾아보기 힘든 인도, 지자체의 노력은
보행자와 인쇄업계 사이 이해관계 충돌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 해당 문제가 충무로에 깊게 뿌리내린 만큼, 개인을 넘어선 지자체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지자체들은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는 잠실동 내 파손된 도로 보강에 시인성 높은 포장을 적용해 차량 감속을 꾀했다. 서울 마포구는 기존 차도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곳에 ‘보행자 우선도로’를 설치해 보행자 환경을 개선했다. 울산 북구는 물리적 울타리를 설치해 기존 인도가 명확하지 않던 초등학교 통행로 문제를 해결했다.
서울 중구청 역시 충무로를 포함해 사고율이 높은 인쇄업계 인근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행정 조치를 시행 중이다. 중구청은 “충무로 내 골목이 협소해 보도 설치는 어렵다”고 전했다. 덧붙여 “도로를 보도블록으로 포장하거나 스탬프 도장 등을 이용해 보행 여건을 조성 중이고, 노면표시·교통안전표지 등 기타 시설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도 불법 적치와 관련해 “건설관리과를 중심으로 꾸준히 계도 및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1403년 금속활자와 인쇄를 관리하던 주자소가 퇴계로에 들어선 후, 일대는 약 600년간 인쇄업의 중심지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충무로는 인쇄업체들이 사업과 안전의 균형을 저울질해 생계를 빚어온 곳이며, 1906년부터 이어온 우리대학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수많은 보행자와 작업자가 함께 이용하는 복합 공간 충무로에 생계와 교통환경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맞물려있다.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주체의 상호 이해와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대학가와 작업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이곳, 도심 산업과 보행 안전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