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쉴 틈 없이 고된 노동 이어져
본교-청소노동자 간 수평적 소통 및 조율 어려운 상황
“청소노동자도 엄연한 정규직, 타 직원과 같은 처우 받고 있어”

▲법학관 1층 여자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청소노동자 (사진=김지은 기자.)
▲법학관 1층 여자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청소노동자 (사진=김지은 기자.)

매일 학생들이 오가는 캠퍼스는 저녁이 되면, 특히 시험기간엔 더욱 어수선해진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나 깨끗하게 정돈돼 있다. 이 ‘당연한 질서’ 속에는 새벽부터 쉬지 않고 움직이는 본교 청소노동자들의 땀과 수고가 있다. 동대신문이 그들의 하루를 동행하며, 청결한 캠퍼스 뒤 가려진 노동 현실을 살펴봤다.

 

쉼 없이 흘러가는 청소노동자의 시간

지난 10월 29일 오전 6시 30분. 학생 한 명 없는 법학관에서 청소노동자 김 씨를 만났다. 올해 법학관 1층을 맡은 그는 서둘러 작업복을 갖춰 입은 후 잠시 숨을 고른다. 6시 50분이 되자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8시까지 휴지와 비누 비품을 채우고, 쓰레기통을 비운 뒤 세면대-좌변기-바닥 순으로 청소를 마쳐야 했다. 각 칸마다 쌓인 쓰레기를 처리하고 여러 차례 걸레질을 반복하느라, 쉴 틈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오전 8시, 화장실 청소를 마친 그는 사무실과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을 쓸고 닦은 뒤 쓰레기통을 비우는 작업을 반복한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몰려드는 9시 전까지 모든 업무를 끝내야 했기에 그의 손놀림은 더욱 분주해졌다. 오전 일과를 마친 김 씨는 11시부터 12시까지 점심시간을 가진다. 두 명의 동료 노동자와 함께 도시락을 꺼내 놓고, 좁은 휴게공간에 마주 앉아 식사를 나눴다.

그의 휴게공간은 법학도서관 옆 ‘미화원 휴게실’이라 적힌 곳이다. 문을 열면 벽면에는 사복과 노동조합 유니폼, 그리고 학우들이 남긴 감사의 메모가 빼곡히 걸려 있다. 면적 9㎡ 남짓한 공간을 세 명이 함께 사용한다. 종일 고된 노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쉬기에는 턱없이 좁다. 게다가 계단 아래 위치해 학생들의 발소리와 소음이 끊이지 않아, 잠깐의 휴식조차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다.

▲청소노동자의 청소 도구 (사진=김지은 기자.)
▲청소노동자의 청소 도구 (사진=김지은 기자.)

휴식을 마친 김 씨는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오전 동안 쌓인 쓰레기를 처리한 뒤 모든 칸을 일일이 점검했다. 이어 오전에 마치지 못한 강의실 청소를 마무리하고, 한 시간 간격으로 화장실을 살피며 근무를 이어갔다. 오후 3시 무렵부터는 마지막 점검에 나서 화장실을 정돈하고, 담당 구역의 모든 쓰레기통을 비우며 하루 일과를 마쳤다.

기자가 하루를 함께하는 동안 느낀 피로감은 예상보다 컸다. 층계를 오르내리며 무거운 쓰레기 봉투를 옮기고, 비좁은 칸에서 몸을 굽혀 변기를 닦는 일은 단순노동이 아닌 고강도의 체력이 요구되는 노동이었다. 특히 마감 시간에 쫓겨 빠르게 움직이는 현장에는 청소노동자들의 땀과 숨소리가 공기처럼 스며 있었다. 동대신문이 마주한 청소노동자의 하루는 고단했고, 그들의 노동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캠퍼스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 ‘미화원 휴게실’ 내부 (사진=김지은 기자.)
▲ ‘미화원 휴게실’ 내부 (사진=김지은 기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학내 청소노동자

“우리는 작은 비닐 하나도 아껴 써요” 현장 근무 여건을 묻자 김 씨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청소에 필요한 각종 비품들인 쓰레기 봉투, 빗자루, 휴지, 걸레 등을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시험기간이나 축제처럼 유동인구가 많을 때는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지만 지원은 늘 부족한 상황이다. 김 씨는 “2022년 법학도서관 보덕열람실 리모델링 이후 이용자가 늘었지만 비품 지원은 그대로라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학교와 청소노동자 간 관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존재한다. 김 씨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들은 내부적으로 ‘반장’과 ‘관리자’ 체계를 두고 있다. 반장은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선출하고 관리자는 학교 측이 지정한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에서 은연중 상하 관계가 형성돼, 노동자들 측 의견을 대표하는 반장과 학교 실장 간의 수평적인 소통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임금이나 정년 등 핵심 사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생긴다. 김 씨는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학교가 청소노동자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청소노동자의 외침, 본교는 응답할까

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을까. 캠퍼스관리팀 관계자 A씨는 비품 수급 문제와 관련해 “정기적으로 미화 물품을 제공하는 날이 정해져 있고, 마음 같아선 성실히 청소하시는 분들께 충분한 물품을 드리고 싶다”며 “다만 정해진 주기보다 앞서 물품을 재요청하는 경우에는 즉시 제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교는 과거 청소노동자 일동이 안전화 지원을 요청하자 곧바로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불만이 제기되자 단가를 높여 안전화를 재제공하기도 했다. 본교 측은 “청소노동자분들은 2019년 직고용된 엄연한 정규 직원으로, 다른 사무직 직원들과 같은 처우를 받고 있다”며 “오히려 학내에는 계약직 직원도 많아 이들이 더 불안정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의 호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 또한 ‘동등한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다. 직고용제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됐지만, 열악한 휴게실 환경과 근무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근무 연수와 관계없이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 신입 노동자를 교육하는 숙련자도 동일한 임금을 받는 실정이다. B학우는 “학교를 구성하는 일원이 낸 목소리라는 점에서 청소노동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며 “노동자분들이 바라는 건 자신의 요구가 반드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우들이 남긴 감사의 메모 (사진=김지은 기자.)
▲학우들이 남긴 감사의 메모 (사진=김지은 기자.)

깨끗한 캠퍼스의 이면에는 그 일상을 지탱하는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손길이 스며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임금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싶다’는 절박한 외침이다. 대학이 진정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선, 서로의 자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 청소노동자들이 수평적 관계 속에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본교의 실질적 변화와 학우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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