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짧은 영상은 청년 세대의 여가와 정보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85.2%는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출퇴근길, 강의 전후,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 화면 속 15초짜리 영상이 청년의 하루를 가득 채운다.숏폼 콘텐츠는 분명 시대가 만든 효율적 형식이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누구나 손쉽게 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접근성도 갖췄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는 사고의 단절과 집중력 약화라는 그림자가
최근 잇달아 군대 내 자살이 보도됐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총을 쥔 그들이, 그 총구로 자신의 턱밑을 죄게 된 경위는 몇 글자가 담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비단 자살뿐이 아니다. 회전하는 포신에 깔려 얼굴뼈가 으스러진 조종수.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해병대원. 무리한 체력 단련 중 사망한 훈련병. 훈련 도중 실족, 대처 미흡으로 사망한 일병. 모두 수십 년 전 시간 속에 머무르던 일이 아닌, 23년 5월 23일, 7월 19일, 24년 5월 23일, 11월 25일 속 우리 또래들이 겪은 일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우리 또래
최근 대학가에서 ‘투자 열풍’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캠퍼스 카페와 강의실 뒤편에서는 주식, ETF, 코인, 심지어는 부동산까지 이야기가 오간다. 학점이나 취업만큼이나 수익률이 화제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투자’가 일부 경제학도나 동아리 활동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전공과 무관하게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시장에 뛰어드는 시대가 됐다.이러한 흐름 뒤에는 불안정한 현실이 자리한다. 고금리·고물가로 대표되는 경기 침체, 청년층에게는 더 이상 단순히 저축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왔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학가를 거닐다 보면, 곳곳에서 학우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얼굴에 비비크림을 바르는 남학우를 향해 한 학우가 “게이냐”고 장난스레 묻는다. 이 한마디에 배를 붙잡으며 더 거세게 웃는 학우들. 그 순간 누군가는 덜컥 내려앉는 마음에 심장을 붙잡는다. 농담처럼 보였지만, 결코 농담이 될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 분명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증오의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친근함을 가장한 농담, 모두가 웃고 지나치는 대화 속에서 은밀하게, 또 교묘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스쳐 지나가듯 뱉은 혐오
강의가 끝난 후 친구들과 캠퍼스를 걷고,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동아리 방의 기타 소리와 카페의 웃음소리는 우리가 꿈꾸던 대학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대학은 점점 각자의 길을 따라 흩어지고 있다. 함께하던 발걸음은 멀어지고,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해지면서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성취가 강조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대학 공동체의 연대는 약화됐고, 총학생회의 공백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대학이 ‘고립된 성장의 장’이 돼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변화하는 캠퍼스 풍경 속에서 학생 간의 자발적 교류는 줄었고,
수업이 잠시 중단되고 교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 학생들은 단비 같은 휴식을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그러나 수업이 재개되는 순간, 평화로웠던 강의실에는 불쾌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한다.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학우들과 그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는 학우들 간의 팽팽한 대립.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지금, 우리는 타협할 수 있을까?흡연자 학우들과 비흡연자 학우들 사이의 갈등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문제다. 우리대학 에브리타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주 거론돼 왔지만, 그 결론은 항상 서로의 우선적인
지난 중간고사 시즌에도 우리대학 법학도서관과 중앙도서관은 학구열 넘치는 학생들로 가득해 좌석이 부족할 정도였다. 중앙 도서관이 문을 닫는 21시 전후로 많은 학생들이 법학 도서관으로 몰려들어, 수백 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자리 배정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몇몇 불편으로 여러 학우가 불만의 목소리를 표현했다.그 중 어렵사리 좌석을 배정받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도, 막상 그 자리에 다른 학우가 앉아 있어 난처한 경우가 가장 불편한 상황으로 꼽혔다. 물론, 보통의 경우 비켜달라
‘해우소(解憂所)’.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의미로 사찰에서 화장실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오늘날 화장실은 단순히 급한 일을 처리하는 장소를 넘어 양치질하거나 외모를 점검하는 등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변소’나 ‘뒷간’처럼 단순히 ‘대소변 보는 곳’을 의미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화장실의 용도가 변화함에 따라 이를 지칭하는 단어 사용 행태 또한 변하였다. 즉 사찰에서 화장실을 부르는 단어인 ‘해우소’는 화장실의 새로운 목적을 대변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와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대학 역시 이러한 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수십 년이 넘도록 끊이지 않는 불만과 질타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히 본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이는 우리대학 학우들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고질적이고 대표적인 불만 중 하나로 이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비속어가 나올 만큼 많은 이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바로 매일 강의실에서 우리와 함께하는 일체형 책상이다. 생각보다 옛 물건인 일체형 책상은 100여 년 전 19세기 미국에서 처음 생겨났다. 그 후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인구 증가로 대학 정원이 대폭 늘어나며 한정된 공간에 많
올해 3월, 새내기로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동악에 올랐을 때, 나를 제일 먼저 반겨줬던 이는 다름 아닌 까치였다. 지금도 매일 아침 동대입구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 때면 나뭇가지를 물고 총총 돌아다니는 까치를 만난다. 집 앞 나무에 어느샌가 둥지를 트고 아침마다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까치 부부가 생각나 반가운 마음이 든다. 도시의 공해와 소음이 그들 삶의 터전을 위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수업을 향해 넓은 보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도시의 동물들은 우리의 일상을 스쳐 지나가지만
동대입구역과 충무로역에 위치한 우리대학 주변의 식당들을 둘러보면 10,000원에서 12,000원 가격의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높은 가격에 지갑을 열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생식당을 찾는다. 점심시간, 우리대학 학생식당은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메뉴 주문을 위해 약 15분 동안 줄을 서고, 주문 후에도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식당(이하 학식)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바로 우리에게 찾아온 '고물가'라는 재난 때문이다.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물가 속에서 학생식당
정신없이 흘러가는 학교생활 중 공강 시간은 학우들에게 잠깐의 달콤한 휴식이 된다. 짧으면 30분, 길면 3시간이 넘는 일명 ‘우주공강’을 보내야 하는 학우들도 있다. 이 시간을 이용해 학우들은 점심을 먹거나, 쪽잠을 자거나, 과제를 하는 등 시간을 보낸다. 우리대학에는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원흥관의 아리수, 중앙도서관 3층 빈백, 학림관 공휴라운지 샘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공간 대부분은 학업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학우들이 많기에 온전히 휴식 공간으로서 기능하기엔 한계가 있다. 사회과학관에서 공강 시간에 강의실 복도에
시험 기간 법학 도서관 공공화장실 벽면에 부착된 '휴지통 없는 화장실' 스티커 아래, 바닥엔 협잡물이 가득하다. 여자 화장실의 경우, 위생용품 수거함에 있어야 할 위생용품은 보이지 않고 다른 쓰레기들로 쌓여 영락없이 휴지통으로 변해 있었다. 심지어 수거함 대신 큰 쓰레기통을 비치한 칸도 있었다. 2018년부터 시행된 '공공화장실법 시행령‘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해충 및 악취 방지와 미관 개선을 목적으로, 화장실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5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도서관이나 학식당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화장실에선
어김없는 개강과 함께 활성화된 학내 여러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는 우리 학교 공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의외의 장벽에 부딪힌다.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공간이 건물 곳곳에 있는 것에 비해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장소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우리대학 와이파이는 올해 1학기 개강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있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는, 코로나19 발생 후 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이후부터 꾸준하게 와이파이 연결 오류에 대한 글이 쌓이고 있다. 개강한 올해 3월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와이파이
대입 발표가 난 후 신입생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가입하는 일일 것이다. 대학 생활의 첫 단계인 시간표를 짜는 방법부터, 학교 주변에 꼭 즐겨야 하는 먹거리까지. 에타는 대학에 들어와 모든 것이 낯선 신입생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한다. 에타에선 학내 최고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익명1이 최초의 문제를 제기하면 수많은 익명들은 글에 반응한다. 게시글이 핫게시판으로 이동하면 에타에는 비슷한 유형의 글이 게시되기 시작한다. 에타이용자들의 관심이 한데 모인 그곳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최근 3년 중 가장 활기찬 3월 개강을 맞은 올해의 동악은 그야말로 설렘 그 자체였다. 장충체육관에서의 입학식부터 새내기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까지 새로운 날의 연속이었고, 잠시 끊겼던 외국인 학생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이제는 다양한 인종과 나라의 학생들이 우리대학 교정에서 활기찬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언어로 지내는 것은 참 어렵다. 교환학생들이 가장 먼저 난관을 겪는 것은 바로 수강신청 시스템이다. 외국인 학우들은 제대로 된 수강신청 방법을 몰라 듣고 싶었던 수업을 듣지 못하거나 다른 지역의 캠퍼스 수업을
동악이 북적인다. 코로나 이후 가장 소란스러운 3월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마스크 없는 일상에서 입학식과 새내기 새로 배움터, 기타 학과 단위 행사까지 자유롭게 진행됐다. 전염병으로 자취를 감추었던 대규모 행사의 부활이 예고되고, 금년도 학생사회를 책임질 대표자 보궐선거도 앞두고 있다. 일상으로의 온전한 복귀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눈과 귀를 열어야 하는 과도기다. 본교에는 대학미디어센터 산하 학내언론들이 존재한다. 동대신문도 그 가운데 하나다. 여러 방면으로 학생사회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본사는 지면 발행과 웹미디어를 활용한다.
지난해 12월 2022-2학기 성적 공시를 앞두고 우리대학 학생들을 포함해 교수, 교직원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학교 홈페이지는 물론이거니와 학사 행정 시스템 엠드림스, 이클래스 사이트, 웹메일, 교직원 내부망 등의 전산시스템이 모두 마비됐기 때문이다. 행정시스템 마비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함은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지속적으로 게재됐다.특히 해당 기간은 2학기 기말고사 성적 입력 기간이었기에 내부망을 이용해야하는 학생과 교수들이 많았다. 엠드림스 사이트의 먹통으로 학생들은 강의평가마저 작성할 수 없었다. 교수들도 학생들의 성적을
2022년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올해의 학생사회를 돌아보면 크고 작은 이슈들과 학생자치대표자들의 연이은 사퇴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1년 내내 학교 곳곳엔 대자보가 붙었고, 학생자치대표자 관련 각종 폭로글과 학생회 임원진들의 입장문, 그리고 각 논란 당사자들의 해명문과 사과문이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지속적으로 게재됐다.시작부터 삐걱거렸다. 1학기 개강 후 바로 치러진 3월 보궐선거에선 공과대학 학생회장의 선거 개입 논란으로 대의원회 후보가 사퇴를 표명했고 학교 곳곳에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단과대 학생회장의 사과
전면 대면 강의로 전환된 이후, 우리는 해가 저문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맞춰 학교는 법학관의 제1열람실을 리모델링하거나 중앙도서관 개방 시간을 연장하는 등 학생들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학교는 지금까지의 노력을 근거 삼아 안주해도 될까.우리 학교는 지리적 특성상 계단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정보문화관을 지나 후문으로 가는 길, 신공학관 옆 108계단, 상록원과 대운동장을 연결하는 계단 등 학교 속 존재하는 계단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해가 지면 계단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