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25일까지 구매글 192건, 판매글 42건 게재돼
설문 응답자 51% ‘족보 거래 경험 있어’
“대학에서 족보 아닌 ‘자기 공부’ 해낼 수 있길”
‘족보’. 시험 기출 문제를 모은 문제집의 은어다. 일부 거래에선 강의 PPT 혹은 녹음본과 함께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 25일 동대신문이 중간고사 시험기간 10월 13일부터 10월 25일까지 대학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에 ‘족보’라는 키워드로 게시물을 검색한 결과, 약 234건의 게시글이 확인됐다. 구매 글은 192건, 판매 글은 42건이었다. 족보당 거래 금액대는 4천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로 책정됐다. 족보 거래글은 주로 졸업 요건 충족을 위해 필요한 과목들에서 발견됐다. 이 중 ▲미적분학및연습2 ▲일반물리학및실험2 ▲불교와인간이 이번 학기 중간고사 동안 학우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과목 족보였다.
족보를 판매하던 익명의 판매자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다”며 “작년 시험 문제 사진과 직접 정리한 정리본을 합쳐 1만 3천 원에 판매했고, 약 15만 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족보 판매가 위법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요와 공급이 계속 존재하는 한 판매자는 용돈을, 구매자는 높은 학점을 받아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본인이 구매한 족보를 되팔거나 부실한 족보를 파는 등의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전했다.
동대신문은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서울캠퍼스 일대에서 학우들을 대상으로 족보의 사용과 효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응답한 45명의 학우 중 23명은 ‘족보를 사용한 적 있다’고 답했다. 족보에 대한 효용은 ▲매우 만족 10명 ▲만족 11명 ▲불만족 0명 ▲매우 불만족 2명이었다. 설문에 응한 A학우는 “족보를 한 번 본 적 있지만 정작 시험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B학우는 “족보를 사용하면 비교적 시험 준비가 편해지기 때문에 사용한다”며 “암암리에 공유되는 것보다 모든 기출 문제가 공개되는 게 족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족보 문제에 대해 한승대 북한학과 교수는 “학문 분야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수강생이 개인적인 학습 용도로 사용한다면 저작물 침해라고까지 여기진 않는다”며 “다만 금전적인 거래, 장기적이고 다발적인 배포가 이뤄지는 건 저작물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물론 족보는 효율적인 공부 방식이 될 수 있지만 족보 외적인 것을 놓칠 수 있다”며 “족보를 ‘절대 반지’로 여기지 않고 자기 공부를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