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스님 불교학부 조교수
▲정완스님 불교학부 조교수

올해 부처님오신날 KBS 9시 뉴스에서는 “부처님오신날, 한화 보살팬들 해탈했다!”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한화 이글스가 강우 콜드게임으로 큰 패배를 당했는데도, 팬들은 끝까지 응원하며 자리를 지키며 팀을 응원했다는 내용이었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승리가 아닌 득점에, 안타가 아닌 출루에도 기뻐하며 “나는 행복합니다”를 외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보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보살’은 불교 용어인 ‘Bodhisattva’를 소리 나는 대로 옮긴 ‘보리살타(菩提薩埵)’에서 유래했다. 이 개념은 대승불교 운동과 함께 등장했으며, 초기에는 석가모니 붓다의 전생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자타카라는 전생담을 통해, 석가모니가 수많은 윤회를 거듭하며 수행한 과정이 보살의 이야기로 전해졌다. 특히, 연등불로부터 미래에 붓다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는 장면은 매우 중요한 일화로 꼽힌다.

대승불교가 본격화되면서 ‘보살’의 의미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뜻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대승불교에서는 발심하고, 보시, 지계, 인욕 등 육바라밀을 실천하며 자비를 행하는 삶을 가장 이상적으로 여겼다. 보살은 깨달음에 이르려는 자를 의미하며, 남녀나 출가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특히, 대승불교의 보살들은 성불을 미루며 중생들을 구제하는 데 집중했다. 지장보살이 지옥의 모든 중생이 성불할 때까지 자신은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운 것처럼, 이들은 자비행을 실천하며 중생 구제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보살의 존재 이유는 깨달음을 넘어서, 중생을 구제하는 사회적 실천에 있다는 점에서 대승불교의 중요한 가르침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불교에서 ‘보살’은 자신의 깨달음뿐만 아니라 다른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고자 자비를 베푸는 존재를 의미한다. 그래서 보살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참을성과 자비심을 잃지 않고, 타인의 구원을 위해 헌신하는 인물로도 묘사된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팀의 성과와 상관없이 지지하며, 고난 속에서도 인내와 자비를 보여주는 모습이 불교의 보살과 닮았다. 그들의 인내와 헌신은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굳건히 지키며 헌신하는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올해도 한화 이글스는 9월에 들어 내리 5연패를 기록하며 가을 야구와는 멀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팬들은 KBO 리그 한 시즌 최다 매진 기록을 다시쓰며 여전히 ‘보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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