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희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초빙교수
▲정영희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초빙교수

오월, 일 년 열두 달 중 오월은 유난히도 특별한 달이다. 사회적으로 ‘가정의 달’이라 하고,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학교라는 울타리에서는 스승의 날이 있다. 한 인간으로 나는 때로는 엄마로, 아내로, 자식으로, 그리고 학문의 장에서는 교수이자 제자로, 연구자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아니, 소화해야만 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는 바쁜 일상 속 마음 한 칸에 꼭꼭 숨어 있다가, 불현듯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민다. 그럴 때면 나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 동국대 교정에 있는 붓다의 전각, 정각원 법당이다.

아마도 나에게 오월이 더욱 특별한 것은 ‘부처님 오신 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력 사월 초파일. 이날 역시 다른 기념일들과 함께 오월에 있다. 마치 “그 모든 역할이 곧 너의 삶이고 일상이니, 네 삶의 주인공으로 최선을 다해 보렴. 그리고 때로 버거워 힘들고 지칠 때면, 내가 함께하고 있음을 느껴보렴”이라고 따뜻한 위로와 지지의 말을 건네듯, 유난히도 바쁜 오월에 부처님 오신 날은 나에게 붓다의 존재감을 더욱 느끼게 해준다.

붓다의 생애에는 많은 의미들이 상징적으로 녹아나 있다. 그래서 문자적 이해가 아닌, 열린 마음으로 나의 삶과 연결하여 사유해 볼 때 그 의미는 깊은 울림으로 꽃핀다. 그중 하나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의 탄생게라고 하고 싶다. 이는 ‘하늘 위나,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라는 문자적 의미이다. 이를 마음을 열고 사유해 보면, 다름 아닌 보편적 인간 선언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나[我]는 절대적 존재로서의 싯다르타 1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짧은 구절은 불교에서 바라보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 대한 관점을 대표한다. 다시 말해, 생명체를 ‘대하는’ 불교적 견해이다.

이어서 등장하는 ‘삼계개고(三界皆苦) 아당안지(我當安之)’는 ‘삼계가 고통이니 내가 마땅히 편안하게 하리라’라는 해석이다. 이는 “존귀한 개개인의 삶에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역경과 괴로움이 있으니, 혼자만의 고통으로 들어가지 마라. 괴로움을 경험할 때, 따뜻한 위로와 친절로 내(붓다)가 함께 있음을 깊이 사유하고, 그 사유의 끝에 또한 너 스스로가 있음을 잊지 말라”는 붓다의 연민 어린 목소리이다.

오월의 교정은 더없이 아름답다. 특히, 밝게 물든 연등의 물결은 교정을 한 폭의 법당처럼, 따뜻한 붓다의 품 안에서 포근하고, 평화롭고, 안정된 내 안의 붓다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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