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민 동국대학교 에너지신소재공학과 교수
▲오제민 동국대학교 에너지신소재공학과 교수

우주가 생성되면서 만들어진 수소는 핵융합을 거듭하면서 여러 원소들로 변화해 갔고, 지구상의 모든 물질들은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원소들은 서로 결합하여 물질을 생성하고, 물질들이 서로 조합되어 생명체를 만든다.

지구상의 원소는 계속 순환하며 화학결합의 생성과 해리를 반복하여 물질들을 만드는데, 원소의 순환에는 한가지 원칙이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무질서도가 커지는 방향-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 으로 흐르는데, 원소 또한 결합과 해리를 통해 자발적으로 퍼져나간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색소를 물에 떨어뜨리면 자연스레 퍼져서 색소용액이 되듯이 시간에 따라 원소와 물질들은 전 지구상에 고르게 퍼져 나갈 것이다.

금강경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중생들은 알에서 깨어난 것이나 어미 뱃속에서 태어난 것이나…”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지구상의 모든 물질들은 원소의 순환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람은 몇십 년 동안 변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먹고 마시고 숨쉬는 작용을 통해 다른 생명체와 무생물의 원소를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또한, 금강경의 “이 사람은 한 부처나 두 부처나 셋, 넷, 다섯 부처님께 선근을 심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한량 없는 천만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근을 심었으므로”라는 구절을 좀 더 물질계에서 해석해 본다면 우리 자신이 누구나 부처님의 원소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성인 1인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는 산소, 탄소, 질소이며, 그 숫자는 약 1.7*10^27, 6.32*10^26, 4.22*10^27, 9.03*10^25개에 해당한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이르신 이후 이미 2,500년가량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부처님의 몸을 이루는 원소는 아마도 열역학 법칙에 따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고르게 나누어 전해졌을 것이다. 현재 지구상의 동물 개체수는 약 10^21개체 정도가 된다고 하므로, 현존하는 모든 동물에게 부처님이 갖고 계시던 원소가 고르게 확산되었다면, 개체 하나당 부처님이 갖고 계시던 산소, 탄소, 수소, 질소 10^6(백만)개, 10^5(십 만)개, 10^6(백만)개, 10^4(만)개를 나눠가진 셈이다. 부처님의 몸을 이루는 원소 또한 부처님의 생애 동안 수없 이 순환함을 가정한다면, 부처님이 가지고 계셨던 원소의 숫자는 훨씬 더 많았을 것이고, 이들이 물질의 확산과 순환을 통해 이 세상의 많은 생명체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부처님이 갖고 계셨다가 우리에게 전해진 원소들이 선근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부처님의 선근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우리 모두 다 부처님 말씀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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