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정 불교대학 강사
▲문유정 불교대학 강사

어림잡아 3년 전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를 달성한 곡은 BTS와 영국 밴드 Coldplay의 협업으로 탄생한 ‘My Universe’였다. 17주간 차트 순위권을 유지하며 제65회 그래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이 곡의 기록만큼이나 뛰어난 또 다른 점은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우리’를 이루는 내용의 유려한 가사이다. 우리 각자가 직조해 내는 기적과도 같은 삶과 사랑의 순간적 경험들은 곡의 가사처럼 ‘우리는 서로로 이루어졌고 (We are made of each other)’, ‘밝은 무한함이 너의 눈 속에 있음(That bright infinity inside your eyes)’을, 그리고 ‘당신은 나의 우주(you are my universe)’라 실로 일컬어질 만하다. 그 같은 경험의 한 페이지는 사랑이나 우정, 인류애 혹은 여럿의 ‘우리’가 모인 공동체가 안겨주는 소속감과 같은 안온함일 수도 있겠다. 오롯이 홀로 선 나와 한 걸음 떨어진 타자 사이에 ‘함께 공유되는 무엇’인가 발견됨을 자각하는 일상적 경험은 ‘우리’를 서로의 별이라는 매듭으로 엮고, 은하계로 얽히게 한다. 그렇게 중첩된 수많은 인연의 우주는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게 된다. 

붓다는 이러한 인연의 생기와 소멸에 대하여 중생이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괴로움(苦, dukkha)’의 정의로 풀이하셨다. 『중아함경』에 따르면 ‘싫어하는 것과 만남이 곧 괴로움이요[怨憎會苦], 사랑하는 것과 헤어짐이 괴로움[愛別離苦]’이다. ‘dukkha’는 때에 따라 ‘아픔’, ‘불만족’ 혹은 ‘근심’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사전적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중생의 삶은 인연으로서 서로가 ‘우주’가 되기도, ‘아픔’과 ‘근심’이 되기도 한다. 한편 『잡아함경』에서 붓다가 강조하셨듯 물질, 마음 그리고 우주는 모두 생성되고 소멸[生住異 滅·成住壞空]되는 것을 본질로 한다.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 각자의 ‘밝은 무한함’이자 ‘아픔’과 ‘근심’의 우주는 어느 시점 반드시 붕괴하게 된다. 만나고 부딪히고, 안온하며 쓰라릴 것이다. 

2025년 올 한 해 동국대 학우들 각자의 인연들은 만남과 헤어짐의 생멸을 반복해 갈 것이다. 강의실에서, 동아리에서 그리고 캠퍼스 곳곳에서 우리 학우들의 중첩된 우주들이 온전히 선명하고 다채로운 본연의 빛을 뿜어내기를 소망해 본다. 그 우주의 소멸이 다소 아프고 근심이 될지라도 말이다. 모두에게 파편과 흔적으로 남게 될. 인연 생멸의 조각들은 고스란히 학우 여러분들의 내적 진보와 성장을 담보해 줄, 또 다른 여정의 시작점이자 심리적 자원이 되어 줄 것이다. 조금은 과감하게, 조금 더. 친밀하게 먼저. 한 발짝 내디뎌 다가서는 동악의 인연들이 동국대라는 멋진 우주를 유영하며 저마다 고유의 빛으로 서로에게 닿아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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