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왕이다, 고객 감동 서비스, 회사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사랑합니다” 매일 아침, ‘더 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이 구호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유니폼을 단정히 여미고 가장 먼저 매장의 문을 여는 그들에게 ‘고객 감동’은 사훈이자 생존의 조건이다. 그러나 그들의 헌신은 근로계약 해지 통보 단 한 장 앞에서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진다.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존엄은 얼마나 쉽게 무시되는가. 영화 「카트」는 바로 그 부당함과, 이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투쟁을 담아낸다. 제도와 현실의 간극, 사
1979년 10월 26일, 한 발의 총탄이 대통령을 향했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김규평)가 대통령 박정희(박통)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그 한 발의 총탄을 중심으로 한 시대의 권력 구조를 해부한다. 다만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총알보단 ‘공간’이다. 영화는 단순한 역사 재현에 머물지 않고 공간이라는 매개를 통해 권력의 작동 방식과 위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각 공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위계를 내포하며, 인물들의 심리와 운명을 결정짓는 무대가 된다.사유화된 권력, 붕괴를 자초하다영화는 검은 선글라스를 쓴
거칠게 핸들을 돌리며 도심을 질주하는 흑인 청년 드리스. 그 옆에는 전신마비를 가진 백인 남성 필립이 앉아 있다. 속도위반으로 경찰에 붙잡히는 순간, 필립은 갑작스럽게 거품을 물며 발작을 일으킨다. 경찰이 당황해 길을 터주고 떠나자, 그는 입을 닦으며 태연하게 말한다. “드리스, 어서 운전면허부터 따” 두 사람은 웃으며 다시 도로 위를 달리고, 여느 신파 영화처럼 감동적으로 전개될 것 같던 흐름은 한순간에 유쾌하게 뒤바뀐다. 첫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이 영화는 장애인을 향한 대중의 시선을 가볍게 비튼다. 장애인과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은 날이 있을까? 장담컨대 없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날씨가 궁금하다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다음, 구글에 들어가 검색하고 맛집을 찾거나 간단한 과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렇게 포털사이트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포털사이트 ‘바로’와 ‘유니콘’ 두 회사가 사용자 점유율 싸움을 벌이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는 포털의 특성 중 개인의 자유, 알 권리, 사생활 문제, 포털 사이트의 정부 개입 의혹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대부분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칠 때까지 '정해진' 삶을 살기 일쑤이다. 그 정해진 삶의 결말은 대학 진학이다. 먼저 대학에 들어간 친구가 재수생이었던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은 자유로움을 얻은 동시에 책임감이 뒤따른다고. 책임감이 자유로움보다 거대하게 다가와서 무언가를 할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게 맞는 걸까?'라는 물음을 반복하다 보니 나아가기보다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재수가 끝나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친구의 말에 완전히 공감하고 있는 나를
‘정의’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정의’를 ‘진리의 맞는 올바른 도리’,‘바른 의의’라는 뜻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잘 느끼지 못하고 ‘모범택시’와 같이 소위 말하는 ‘사이다’를 느낄 수 있는 글이나 영상을 보며 통쾌해한다.모범택시는 일반적인 드라마 구성과는 조금 다르다. 하나의 스토리로 드라마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여러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의 택시기사 김도기가 마땅한 법
지금의 청춘들은 자신들이 왜 힘든지, 누구의 탓인지 알지 못한다. 비난할 대상조차 사라진 후에 남는 것은 분노가 아닌 무기력함이다. 영화 ‘버닝’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느끼는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영화의 주인공인 ‘종수’는 문예창작학과를 나와 작가를 꿈꾸지만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이 길이 맞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기댈 부모도, 돈도 없는 그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다. 반면 종수의 어릴 적 친구인 ‘해미’는 마트 행사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며 좁은 원룸에 살지만 아프리카로 여행을 갔다 올 정도로 삶에 적극적이다. 해미와
사악한 마녀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 마녀가 정말로 사악한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대신 마녀가 얼마나 사악한가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리고 마녀의 악행을 듣고 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목표물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이는 우리 현실도 마찬가지다.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소문과 같이 흥미롭고 단순한 이야기를 좋아하며 점차 사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뮤지컬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의 무리들을 괴롭힌 것으로 알려진 서쪽의 사악한 마녀 엘파바에 대한 이야기다. 엘파바는 피부색이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인가. 난 혈연으로 엮인 관계, 같이 사는 구성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부모님이 태어나셨던 1960년대에만 해도 가정 형편은 어려울지라도 김치찌개 하나로 따뜻하게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현대인들에게 가족이란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해석될까.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도 버거운 시대가 돼버린 만큼 ‘가족’ 간 일어나는 사회적인 문제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느 가족’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족에 대한 영화다. 도쿄 외곽에서 고령의 할머니인 하츠에, 남편 오사무와
흔히 작품을 ‘텍스트’라고 말하고자 하는 이유는 작 품의 열린 의미를 지향하기 위해서다. 한 작품의 해석이 고정불변한 정전으로서의 해석이 아니라 끊임없는 논쟁 과 투쟁의 무대로 구성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고자 하 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모르는 곳을 탐구하고 읽 어내는 시안은 저자의 의도대로 작품이 쓰이고 만들어질 수 없다는 관점이다. 본래 불온전한 언어라는 속성처럼, 언어를 문자로 표현하는 저자마저도 자신의 뜻을 통제할 수 없고 어쩌면 통제와 불능 어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독자는
새벽 6시 30분. 집을 나선 시간, 공기는 적적했다. 집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잡아타고 가던 그 1시간의 시간도 내게는 소중했다. 버스 왼편의 뒤에서 3번째 칸, 그곳이 내 자리였다. 새벽 버스를 탔기에 언제나 비어 있던 그 자리. 그 자리에서 나는 도착할 때까지 웅크려 잠을 잤다.언제나 낙관적이고 밝았던 나도 작년 한 해는 달랐다. 항상 비관적이었고, 엇나갔다. 스스로를 옥죄었으며, 감정을 억제했다. 힘들 줄 알면서 다시 도전한 것이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아쉬움은 항상 내 발목을 잡았고 외로움은 날 우울의 심연으로 끌어내렸다.
‘나는 가끔 현실을 상상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상상을 현실이라 믿고 살기도 한다'김영하 작가의 「호출」 中 김현의 「한국문학의 위상/문학사회학」에 따르면 ‘문학 텍스트는 주관적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며, 문학적 형식은 허구적 형식’이다. 수없이 바뀌어 온 문학의 정의에서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는 ‘허구’라는 단어는 아마 고금의 문학을 관통하는 하나의 특성일 것이다. 허구의 형식에 담긴 서술자의 이야기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돼 감동으로 포괄되는 독자들의 주관적 반응을 촉발시킨다. 서술자 혹은 작가의 상상은 그 자체로 문학의 소
개강은 힘들었다. 개강을 앞두고 유튜브에서 “1주일 -7kg”을 검색해 보고, 블로그에 들어가 ‘개강 다이어트 식단’을 스캔했다. 이따금 연예인의 다이어트 전후 사진 을 보면서 예뻐지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했다. 아침부터 러닝머신을 뛰고, 배가 너무 고플 때는 샐러드와 과일을 조금씩만 먹었다. 그것마저도 아까워서 천천히 먹었다. 며 칠을 반복하자 그대로였던 체중계 위의 숫자는 뒷걸음질 을 쳤다. 배고픔에 잠들지 못한 늦은 밤, 냉장고를 열어 허 겁지겁 음식을 꺼내 먹기 전까지 이번 다이어트는 꽤 순 조로웠다. 냉장고에 있던 남은 치
다들 살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 적은 있을 것이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생각과 다른 감정을 내면에 품고 있는다. 기쁘다가 슬프다가 화를 내기도 하며, 소심해지기도, 예민해지기도, 까칠해지기도 한다. 가끔은 ‘행복과 즐거움만 있으면 되지, 왜 슬픔과 화남 같은 감정도 있는 걸까?’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과연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이기만 하다고 여겨지는 감정들은 필요없는 존재일까? 감정의 종류는 다양하며 소중하지 않은 감정은 없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볼 수 있듯이 ‘기쁨이’를 통해 행복과
흔히 비즈니스 관계라 불리며, 맺고 끊기가 쉬운 관계 인 ‘아무들’ 속에서 자신마저 ‘아무’가 된 것 같은 비애는 오늘날 현대인에게 드러나는 고질적인 병이다. 그러면서 도 ‘혼자가 좋아’라고 말하는 자기 위로는 현대인에게 더 깊은 고독과 외로움을 떠안겨 주는 듯하다. 아무는 먹고아무는 버리고아무는 살해하고아무는 외면하다아주 배부른 채, 아주 한가롭게김선 우 시인의 「아무의 제국」 中 무감한 오늘날 사회를 고발하듯 시인은 「아무의 제 국」 속에서 이인칭이 사라진 세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 다. ‘너’로 인식해 주지 않는 세계에서 ‘나
사랑과 부끄러움은 하나의 동일한 감정이 될 수 있을까. 혹은 한 인간이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존엄성은 무엇으로 승화될 수 있을까. 1958년 서독 노이슈타트, 열다섯 소년 마이클 베르크는 성홍열에 걸려 하굣길 거리에서 구토를 하던 도중 우연히 낯선 여인 한나 슈미츠를 만나도움을 받게 된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소년은 여자의 집을 다시 방문하게 되고, 둘의 관계는 일종의 금지된 사랑, 비밀스럽고도 격정적인 관능으로 발전한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이들의 사랑 사이에 ‘책 읽기’라는 행위가 끼어든다. 마이클은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고, 그
▲김광석 다시 부르기 1집(1993).(출처:지니뮤직)“어둠이 짙은 저녁 하늘...별빛 내 창에 부서지고...” 공연 첫 곡의 막이 열린다. 짧은 다리에 통기타 하나 맨 가수가 세상 환하게 웃는다. “반갑슴다, 안녕하시지요? ‘혼자 남은 밤’이라는 노래로 시작했슴다. 다들 축 쳐지는 노래를 들어선지 표정도 무겁슴다” 그의 미소에 무너지듯 관 내는 따듯한 웃음이 감돈다. “김광석의 미니콘서트임다” 시대적 감수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8090시대는 마치 젊음의 행진 같다. 독재의 사슬을 끊어 냈다는 자부심과, 경제 상승 곡선의 기류를
요즘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도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를 상영한다. 이처럼 일반인들도 북한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북한 사회를 이해 해볼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 두 영화제가 주목하는 북한 영화는 ‘우리 집 이야기’다. ‘우리 집 이야기’는 20세에 고아 7명을 키운 ‘처녀 어머니’ 장정화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작품으로 북한에서 큰 화제가 됐다. 더욱이 이 영화는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으며, 북한 영화로는 최초로 남한 영화제에서 공개 상영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2019), (출처 : yes24)고용노동부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957명이며, 이는 노동자 1만 명 중 1.05명에 달하는 비율이다. 상대적 수치로 보았을 때는 적어 보이지만, 1년에 2천 명 가까운 사람이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 수치가 담아내지 못한 사고 피해자도 존재한다. 사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노동자는 산업재해로 쉽게 인정받지 못해 그 유족들이 회사 측과 기나긴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아등바등 견디고 있다는 기분,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그저 애드벌룬 허공에 붕 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은 어느 도시인이라면 한 번쯤 느껴보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지쳐버린 도시인에게 건네는 마치 조그마한 위로법처럼 느껴진다. 하루에 흙을 몇 번 밟고 사는지 생각해보자. 지나가는 새의 지저귐과 꽃의 시듦. 어느 순간 우리 삶에 정적이 흐를까? 삶의 순간순간을 포착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 그 여유를 찾아서 주인공은 온전한 자신을 찾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주인공이 있는 도시는 왜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