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정에 아름다운 봄꽃의 향연이 열리고 있다. 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그런데 따스한 봄에도 여전히 마음은 겨울처럼 차가운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20·30대의 우울증은 높아가고, 혼자 지내는 은둔 청년은 13만 명이나 된다. 꽃다운 청년들이 안타깝게도 힘들고 외롭게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겨울의 앙상한 가지만 보면 도저히 거기서 꽃이 피리라고 상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어김없이 꽃을 피울 수 있는 생명력이 들어있다. 우리도 이처럼 내면에 마음 꽃을 피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조건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자신이 본래 소중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모든 생명은 귀하고, 지혜와 자비의 생명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꽃을 보며 배우는 또 다른 지혜는 이 꽃도 언젠가는 진다는 사실이다. 부처님께서는 무상(無常)의 지혜로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라고 하셨다. 무상하기에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가르침이다. 누구라도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심리치료를 '얼어붙은 내담자의 마음에 봄을 가져오는 것'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명상과 상담 시간을 통해 어두웠던 학생들의 마음이 점차 밝아지는 것을 보면 감사하다. 자기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은 처음 명상이 힘들고 피하려고도 한다. 그래서 우선 자기 자신부터 위로하고 따뜻하게 공감해 줄 필요가 있다. 나아가 타인의 입장이 돼보고 다른 이들의 아픔도 헤아려보기 시작한다. 내가 주인이 되어, 황량한 내 마음의 정원을 새롭게 가꿔야 한다. 명상은 내면의 사랑, 지혜, 자신감을 회복하고 타인과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만드는 생동력 있는 작업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정호승 '봄길' 中)
부처님은 "본래 갖추고 있는 마음의 빛을 밝히라"고 하셨다. 마음이 밝고 푸르러서 그 빛으로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봄 청년'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사람마다 봄이 되어 온 누리에 마음 꽃 잔치가 열렸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