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은 힘들었다. 개강을 앞두고 유튜브에서 “1주일 -7kg”을 검색해 보고, 블로그에 들어가 ‘개강 다이어트 식단’을 스캔했다. 이따금 연예인의 다이어트 전후 사진 을 보면서 예뻐지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했다. 아침부터 러닝머신을 뛰고, 배가 너무 고플 때는 샐러드와 과일을 조금씩만 먹었다. 그것마저도 아까워서 천천히 먹었다. 며 칠을 반복하자 그대로였던 체중계 위의 숫자는 뒷걸음질 을 쳤다. 배고픔에 잠들지 못한 늦은 밤, 냉장고를 열어 허 겁지겁 음식을 꺼내 먹기 전까지 이번 다이어트는 꽤 순 조로웠다. 냉장고에 있던 남은 치킨과 조각 케이크, 아이 스크림 한 통과 샌드위치를 위에 꼭꼭 눌러 담았다. 그리 고 편의점에 가서 과자 두 봉지와 초코우유를 사서 먹었 다.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 가서 문을 잠그고 목구멍 깊이 손가락을 넣었다. 그렇게 쏟아낸 죄책감을 물에 흘려보내고 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뜨면 러닝머신 위에서 달렸다.
개강하고 친구들을 만났을 때 원하던 칭찬을 받았다. “너무 예뻐졌다! 다이어트 한 거야?” 서로가 건넸던 익숙 한 ‘예뻐졌다’라는 덕담만큼 힘든 방학도 익숙하다. 벌써 몇 번째인지, 헤아리기 힘든 폭식과 거식 사이에서 우울 해져 간다.
외모로 우울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어릴 때 나 는 발레 수업에 가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즐겁게 춤을 췄다. 유독 불룩 튀어나온 몇몇 친구들과 나의 배는 쫄쫄 이 발레복을 입자 도드라졌다. 아무렴 어때, 우리는 신경쓰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춤추는 아이들에게 “너는 뱃살을 좀 빼면 예쁘겠다”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의 주인공 ‘르네’를 보면 언제부 터 자신의 모습에 우울해졌는지 알 수 있다. 르네는 자신 의 통통한 몸을 싫어했고,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다 운동기구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다. 그 충격으로 르네는 자신이 슈퍼모델과 같은 외모를 가졌다고 생각하게 되고 도전하지 못했던 럭셔리 화장품 매장의 프런트 직원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서 르네는 자신의 모습 이 변하지 않았으며 바뀐 점은 자신감이라는 것을 깨닫 고 화장품 출시 행사에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 떻게 자신감을 잃어갔는지를 고백한다.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 자신감이 넘쳤어요. 그러다 누 군가 놀이터에서 다가와 당신에게 미운 말을 던졌고, 그 때부터 자신을 의심하게 됐겠죠. 자라나면서도 그런 말
들을 계속 들으며 곱씹었을 거고, 자신감을 모두 잃어버 린 어른이 됐을 거예요” 사람들은 자라면서 타인에게서 들은 아픈 말들을 곱씹으며 자신감을 잃어간다. 어깨가 넓다고, 다리가 굵다고,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으며 자신 의 신체 부분들을 콤플렉스라고 인식하게 된다. 결국 자 신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고, 점점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다.
애초에 “너는 예쁘지 않아!”라는 말들이 누구의 기준 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다른 이에 의한 평가 에 주눅 들지 않고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 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며 당당하게 살아 나가려 노력하자.
그러면 겉모습에 상관없이 자신감이 매력적인 어른으 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 싶었던 일들에 도전하게 된 르네처럼, 많은 일들을 후회 없이 시작해 나갈 수 있다. ‘살을 빼면 할 거야’라고 생각했던 댄스 클럽에 가입하고 망설여졌던 친구들과의 스냅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더 이상 사회의 틀에 자신을 끼워 넣기 위해 무리 해서 운동하지도, 며칠을 굶지 않아도 된다. 다만 건강한 나의 삶을 살며 주변 사람들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 필 프리티(나는 예쁘다고 느껴)’라는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