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통 이어져 서울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아
연등행렬에 동참한 우리대학 학우들
종교를 넘어선 연대와 참여로 공동체적 가치 되새겨

‘현장東행’은 동대신문 기자들이 우리대학의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직접 찾아가 보고,  체험해보는 웹 르포 기사 코너입니다.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 전해드립니다!

4월 26일 저녁, 우리대학 정각원 앞.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열린 연등행렬에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여섯 시가 되고 하늘이 어스름해질 무렵, 모두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듯했다. 참가자들은 나눠 받은 연등을 손에 들고 도심 행진을 준비했다. 

▲아코 연등을 높이 들어 올리는 학우들 (사진=김지은 수습기자.)
▲아코 연등을 높이 들어 올리는 학우들 (사진=김지은 수습기자.)

하나의 빛이 되기 위해 모인 걸음들

연등행렬은 단지 불교 신자들만의 종교행사가 아니다. 1955년부터 70년 동안 이어진 이 행사는 부처의 자비를 기리는 동시에,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밝혀주는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제 연등행렬은 서울의 봄밤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했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많은 시민과 함께 우리대학 학우들도 함께했다. 학우들은 연등을 나눠 들고 도심을 향해 출발했다. 비장한 발걸음 사이사이 연등이 하나둘 켜졌고, 서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며 웃음을 나눴다. 그 모습은 마치 작은 반딧불이처럼 빛났다.

기자는 문득 이곳에 선 수많은 사람들의 ‘연등을 든 사연’이 궁금해졌다. 하나둘 흔들리는 연등을 바라보며, 그 불빛마다 담긴 이야기를 상상해봤다. 누군가는 소망을, 누군가는 추억을, 또 누군가는 단지 ‘함께’ 걷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모였지만 걸음은 하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등행렬이 이어지는 종로 거리 (사진=김지은 수습기자.)
▲연등행렬이 이어지는 종로 거리 (사진=김지은 수습기자.)

이 행렬, 그냥 걷기만 하는 게 아니다

사물놀이 소리와 함께 도시는 연등의 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장충동 거리를 지나 동대문에 들어서자, 도로 양옆 인도에는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걷는 것이 다소 힘들었지만 “동국대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해주는 시민들 덕분에 힘이 솟았다.

기자는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고, 손에 든 연등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함께 웃기도 했다. 하나같이 움직이는 불빛들, 그 안의 표정과 소리들은 참으로 다채로웠다. “와, 진짜 예쁘다” “완전 다른 세상 같아”라는 감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카메라는 쉴 새 없이 불빛을 쫓았다.

종로에 이르자 거리 양옆에는 관광객들과 가족 단위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연등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의 열기 속에서 기자는 잠시나마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인기몰이를 하던 일행 덕분이었다. 불빛 아래 낯선 이들이 서로를 향해 웃고 셔터 소리에 어깨를 기울이며 순간을 공유하는 모습은 이 행렬이 단지 걷는 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임을 느끼게 했다.

 

▲행사가 끝난 후 조계사 앞에 정렬된 연등들 (사진=김지은 수습기자.)
▲행사가 끝난 후 조계사 앞에 정렬된 연등들 (사진=김지은 수습기자.)

불빛이 꺼진 후, 더 또렷해진 것들

어느덧 조계사에 도착하고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행렬이 막을 내렸다. 거리에는 연등의 그림자가,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몇몇 학우들은 서로 찍어준 사진을 공유하며 웃음을 터뜨렸고 어떤 이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우리대학 불교 동아리 소속 학우들은 조계사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연등을 한 데 모아 정리하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흩어지고, 불빛도 차츰 사라졌다. 연등이 꺼지고서야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행사에 참여한 최진영(국문문창 24) 학우는 “행렬 중에 도로 양옆 인도에서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와 응원을 받을 때면 내가 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행렬에 있는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내딛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의 전통이 단순히 지켜야 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기자 역시 불빛을 따라 걷는 동안 모두가 함께였던 이 벅찬 경험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그것은 단순한 행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믿음, 소망이 한데 모여 만들어낸 찬란한 물결이었다. 우리는 같은 거리에서 늘 따로 걸어갔지만 그날만큼은 모두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걸어갔다. 

누군가에게 연등은 소망을 비는 등불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어두운 시기를 건너는 작은 불빛일 수도 있다. 그날 밤 우리가 함께 만든 이 따뜻한 불빛들이 각자의 삶을 조금 더 밝혀줬기를 바란다.

 


 

김지은 수습기자의 소감 한 마디

▲김지은 수습기자 (일러스트=고아름 편집장.)
▲김지은 수습기자 (일러스트=고아름 편집장.)

사실 엠티 갔다가 바로 행사에 참여한 거라 체력적으로 정말 위태로웠습니다. 종로쯤에서는 그냥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시민분들의 열띤 환호와 박수갈채 덕분에 힘차게 나아갈 수 있었어요. 살면서 언제 또 그런 무한정 응원을 받아볼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르포 형식의 글을 써보는 건 거의 처음이에요. 저에겐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며 글쓰기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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