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환 국제통상학과 교수
▲현정환 국제통상학과 교수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살면서 겪는 분란과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불교 이론에서도 ‘보고 싶은 사람과 떨어져 있어야 하거나 만날 수 없는 데서 비롯되는 그리움을 뜻하는 애별리고(愛別離苦)’와 ‘보고 싶지 않거나 미워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데서 오는 괴로움을 뜻하는 원증회고(怨憎會苦)’를 팔고(八苦)로 꼽는 것을 보면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고 끊는가가 나의 행복과 고통을 좌우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 어떻게 하면 나한테 맞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먼저, 뭐든지 혼자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혼자 여행도 즐겁게 갈 수 있고, 혼밥도 외롭지 않게 찰지고 맛있게 먹을 수 있고, 혼자 영화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뭔가를 혼자 할 수 있을 때 내가 꺼리거나 나에게 해로운 사람과 함께 하지 않고 내가 같이 하고 싶거나 나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과만 어떤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간혹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악연에 해당하는 쓸데없는 인간관계를 맺거나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본인 자신이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함에 기인한다.

쓸데없는 인간관계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내가 만족하는 취미생활에 시간을 쓰는 게 절대적으로 바람직하다. 운동 중에서 하나, 예술에서 하나, 지적 활동에서 하나로 구성된 취미 3종 세트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본인의 성격과 취향에 맞게 취미나 종교 생활을 한두 개 추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운동 하나는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취미를 갖는 장점은 취미를 기반으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기능성 인간관계는 공통 관심사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소원해지긴 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인간관계 진리 중 하나가 ‘유유상종’이다. 사람은 동질적인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가끔 호감형 인간과 비호감형 인간이 장기간 절친한 사이로 지내는 걸 볼 수 있는데 답은 유유상종이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는 그 주변 사람을 보면 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어서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여 자기 자신을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덧 자아가 충만해져 자기 주장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고 타인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고 정작 나 자신은 이런 이기적인 나를 발견하지 못해 주변에 진정한 친구는 없게 된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의 핵심은 적절한 거리 설정(Distancing)이다. 주변에 보면 서로 친했던 친구끼리 앙숙이 되는 경우나 급격히 친해지나 싶더니 서로의 흉을 보고 소원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하며 예의를 갖추고 존중해야 하며,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상대방에게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가지 않는 게 좋다. 조금 느리게 보일 수 있어도 1∼2년의 관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술자리나 단체모임에 빠지면 내가 소외될까 억지로 참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식투자에서처럼 인간관계에서도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경계해야 한다. 술로 맺어진 관계는 술이 없으면 지속되지 못한다. 남의 뒷담화를 하면서 친해진 관계도 마찬가지다. 때에 따라서는 인간관계를 정리해야 할 필요도 있다. 너무 티가 나는 갑작스러운 손절은 상대방을 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하며 자연스럽게 시간을 두고 관계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다양하며 인생은 짧다. 좋은 사람들과 사귀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부질없는 인간관계에 집착하여 낭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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