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최근 캄보디아 납치 사건처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제 조직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취업 사기를 빙자한 납치, 감금, 강제 노동은 이제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 아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보호망 부재를 드러내는 명백한 증거이다. 단순히 여행객이 겪는 안전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 보호의 공간이 국경을 초월하여 확장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제기된다. 이에 해외 한국인 보호에 안전 공백을 초래한 비극적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진화하는 해외 조직범죄의 양상을 분석하고, 실효적인 재외국민 보호 인프라 구축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최근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제 조직범죄의 양상이 ‘미끼형 사기’ 기반의 인신매매형 범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범죄 조직들은 고수익 취업을 미끼로 20~30대 한국인을 유인해 납치·감금한 후, 불법 온라인 도박, 보이스 피싱 등에 강제 동원하는 식이다. 이들은 피해자의 여권과 통신 수단을 빼앗고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장소를 범행 장소로 선택하여 신체적 자유를 완전히 통제한다. 나아가 이들 조직은 현지 부패 공권력과 유착해 사실상 ‘무법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한국 외교 및 국제 수사 공조의 진입 장벽을 극단적으로 높여, 피해자 구출의 골든타임을 상실하게 만들고 범죄조직이 장기적으로 피해자를 착취하거나 인신매매·불법노동·성착취 등으로 확대 재범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에 비하여 한국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 체계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사후적 또는 임시방편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보다 상대국의 협조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보호 체계로 한계가 나타난다. 예방 정보 제공의 시의성 측면에서도 여행 경보 시스템은 주로 정치적ㆍ사회적 불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범죄 조직이 사용하는 최신 수법(예: 특정 금융 사기 유형, 유인 광고 수법)에 대한 실시간 경보 및 예방 교육이 미흡하여 피해자가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국민 보호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수동적 보호가 아닌 능동적 보호로 전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국민 보호가 ‘외교 서비스’가 아닌 ‘치안 활동의 연장’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부,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하는 ‘국제 조직범죄 분석 및 신속 대응 전담 조직’을 상설해야 한다. 이 조직은 고위험 지역 범죄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고, 한국 경찰이 현지에서 ‘공동 수사팀’ 형태로 직접 개입할 법적 근거를 국제 협약 등을 통해 제도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해외 국민 보호를 국가 최우선 수사 안보 과제로 격상해야 한다. 폐지된 경찰청 외사국을 부활시켜 국제범죄 대응 역량과 치안 외교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주재관’을 ‘외사 수사관’으로 전환하여 현지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상호사법공조조약(MLAT) 등에 법적·외교적 권한을 명문화해야 한다. 국제 조직범죄는 국가 치안 역량의 한계를 드러낸 비극이다. 재외국민 보호체계를 행정외교가 아닌 ‘치안외교’ 체계로 전환하고, 수동적 영사 조력을 넘어 능동적 수사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해외 국민의 안전은 더 이상 타국에 의존할 수 없는 국가 수사 안보의 영역이다. 대한민국의 경찰력과 외교력이 국경을 넘어 국민을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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