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인구 소멸 위기 1위 진도, “청년층 서울로 떠나”
인구 감소 막기 위한 의료·교통 인프라 구축 필요해

▲진도항의 모습 (사진=고아름 기자.)
▲진도항의 모습 (사진=고아름 기자.)

전라남도(전남) 해남을 지나 진도대교를 건너면 남도 특유의 가락이 파도에 실려 오는 듯하다. ‘진도아리랑’이 떠오르는 섬과 바다, 그리고 고즈넉한 마을을 품은 전남 진도다. 판소리와 씻김굿 등 국가중요무형문화재가 살아 숨 쉬고, 천연기념물 진도개가 뛰노는 이곳. 그러나 이 평온한 풍경의 이면에는 ‘소멸 고위험’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사람 냄새 나는 진도, 교통난에 직면

취재진이 진도를 찾은 8월 6일, 현지는 한여름 특유의 후덥지근한 공기와 높은 습도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취재진은 어디를 먼저 가야 할지 둘러보던 중 터미널 인근 카페에서 주민들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그들은 “진도는 작은 마을이지만 버스도 무료고, 매달 2일과 7일이면 시내에서 전통 장도 열린다”며 “그래도 있을 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무료로 운행되는 농어촌버스의 배차 간격이 길고 노선도 제한적이어서 교통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주민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버스가 하루 적으면 2회, 많으면 6, 7회 운행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선의 경우 작년 5월부터 35개를 다니고 있는데, 이는 전남 완도 농어촌버스가 53개 노선을 가진 것과 대비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주민이 자가용에 의존하고 있다. 차량을 갖고 오지 않은 취재진은 배차 간격이 긴 버스를 놓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어려웠고 먼 거리를 직접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택시 이용도 쉽지 않았다. 진도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박 모 씨는 “진도 택시는 현재 절반 가까이 줄어 일부 지역은 사실상 운행이 끊겼다”고 말했다.

 

주민이 들려준 이곳의 오늘

취재진은 박 모 씨에게서 섬마을의 현실을 더 들어봤다. 그는 “진도의 인구 구조는 이미 고령층 중심으로 재편됐다”며 “한때 7개 학급이던 초등학교는 이제 한 학급 유지도 버거울 정도로 학생이 줄었고, 청년은 대부분 서울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마을에는 부모 세대만 남아 있으며, 그들이 세상을 떠나면 자연스럽게 공동체도 해체되는 상황이다. 박 씨는 “70세까지 청년이라 할 만큼 노인뿐”이라며 “외지인 눈에는 관광지가 될지 몰라도, 실제로는 사람이 사라지는 마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도에서 ‘예술’만큼은 주민들의 자부심이다. 박 씨는 “문화예술의 동네인 진도는 국악이 제일 유명하고, 실제로 중앙대학교 국악과 학생들도 교육을 받으러 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악인 신영희와 작가 남농 허건도 진도 출신이라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기에 트로트 가수 송가인 역시 ‘진도의 딸’로 불리며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꼽힌다고 한다.

 

지방 의료 위기 최전선, 필수 의료에 취약한 진도

문화와 예술을 자랑하는 진도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는 어떨까. 특히 교통과 함께 의료 문제는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과제다. 취재진이 둘러본 진도 읍내에는 진도전남병원과 의원, 치과, 한의원, 약국 등 일정 수준의 의료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다. 진도군청에 따르면 현재 관내에는 병원 3곳, 의원 16곳, 치과의원 7곳, 한의원 5곳, 약국 14곳 등 총 45개 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겉으로는 부족하지 않아 보이지만 진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필수 의료’의 공백이다. 필수 의료란 응급의료, 중증·외상, 심뇌혈관, 소아·분만, 중증 감염병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 서비스로, 지역과 시간에 관계없이 누구나 ‘골든타임’ 내에 받을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하는 분야다.

특히 응급의료 서비스가 열악하다. 작년 9월 조사에 따르면, 진도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무하다.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실도 진도엔 사실상 없다. 지난 29 일 진도의 유일한 응급실인 진도한국병원 응급실이 밤 10시 이후 야간 운영을 중단하면서다. 따라서 이제 진도에서 야간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목포나 광주 등 육지 병원으로 먼 거리를 달려가야만 한다.

소아·분만 의료 서비스도 미흡하다. 2022년 보건복지부의 ‘의료 취약지 소아청소년과 지원사업’으로 진도전남병원에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열었지만 토요일 격주로 운영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진료한다. 산부인과는 아예 없어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목포나 광주 등 원거리 대형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지난 5월, 진도는 4년여 만에 인구 감소세를 멈추고 두 달 연속 순증이라는 전환점을 맞았다. 출산·주거·일자리 맞춤형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결과라는 평가다. 그러나 지금 진도에 가장 절실한 것은 인프라다. 주민들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동, 의료, 돌봄 등 기반 확충이 시급하다. 진도의 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소중한 문화적 자산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과 문화, 모두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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