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과 기사는 꽤나 닮아 있다. 어릴 적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나는, 소설 속 탐정들이 흩뿌려진 단서들을 조합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왜 범인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 단서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등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논리적인 서사로 엮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로웠다. 셜록 홈즈를 읽고 잠든 날이면 꿈에서 그를 만나 사건을 의뢰하거나, 내가 그의 조수가 되어 뒤를 쫓아다니곤 했다. 그 세계는 늘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했고, 나는 그 속에서 논리와 상상력이 뒤섞이는 즐거움을 배웠다.
하지만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면서 상상보다는 학업이라는 현실에 집중했고, 추리소설은 잠시 잊게 됐다. 기사란 그저 내 생각을 풀어서 쓰면 되는 글이라고 믿었던 것도 그때의 좁은 시선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띈 셜록 홈즈의 그림이 잊고 있던 열정을 깨웠다. 나도 추리소설 속 탐정처럼, 세상의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듣고 숨겨진 진실을 찾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학년, 적지 않은 나이에 동대신문에 지원해 합격했고,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수습기자 생활은 한 권의 추리소설과 같았다. 나는 독자가 아니라, 사건의 한가운데 뛰어들어 진실을 추리해야 하는 탐정이 됐다. 취재 현장에는 학내 이슈라는 사건과 수많은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나는 그 조각들을 하나씩 모으고 분석하며 진실을 향해 나아갔다. 밤늦게까지 원고를 붙잡으며 단어 하나를 고르고, 취재 내용을 몇 번이고 다시 뒤적이던 날들도 많았다. 그러나 내 기사들은 온통 빼곡한 피드백으로 가득했고, 컨택은 늘 계획처럼만 흘러가진 않았다. 선배 기자들의 세심한 피드백들은 길 잃은 내게 길잡이가 되어줬다. 덕분에 막막했던 순간에도 다시 진실의 단서를 찾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내가 썼던 글이 단순한 ‘단상(斷想)’에 머물렀음을 깨달았다. 기사는 혼자 쓰는 글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의 시선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돌이켜보면 추리소설은 허구의 세계에서, 기사는 현실 세계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두 장르는 똑같이 사건 제시, 조사, 진실 공개라는 내러티브를 공유한다. 나는 이제 정기자로서, 내 앞에 놓일 또 다른 진실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내가 쓰는 기사가 독자들에게 작은 추리소설처럼 읽히기를 바란다. 허구가 아닌 현실의 진실을 드러내는 추리소설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