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치가 대학 민주주의의 뿌리라면 그 줄기를 지탱하는 것은 재정 운영의 투명성이다. 이번 일본학과와 바이오환경과학과 학생회에서 연이어 드러난 회계 부실은 그 뿌리를 흔든 사건이었다.

일본학과 전 학생회장은 축제 부스 메뉴 수익금을 신규 계좌에 입금한 뒤 이를 학생회비 계좌로 곧바로 옮기지 않고 관리하다가 20일 동안 수십만 원을 개인적으로 출금했다. 그는 ‘계좌 착각’이라고 해명했지만 사후 조치 과정에서의 지연은 학우들의 의혹을 오히려 키웠다. 사용된 금액은 결국 환수됐으나 신뢰에 생긴 금은 메워지지 않았다.

바이오환경과학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종 행사에서 교수들로부터 받은 160만 원의 후원금이 학생회비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들어갔다. 회장단은 행사 종료 이후 몇 주가 지나서야 돈을 옮겼고, 문제 제기가 있자 “운영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 독단적으로 판단해 나누어 가졌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두 사건 모두 단순한 회계 착오로 치부하기 어렵다. 권한을 쥔 이들이 공적 재산을 사적 재산처럼 취급했다는 점이 본질이다. 공금은 학생 모두의 신뢰를 바탕으로 굴러간다. 이를 가볍게 여기는 순간 학생자치의 뜻은 변질되고 만다. 일본학과에서 드러난 대응은 무책임을 넘어 불성실로 읽히고, 바이오환경과학과의 ‘노고에 대한 보상’은 자기합리화로 보인다.

뒤늦게 총대의원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특별감사와 회계 교육 강화를 예고했지만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학생회를 비롯한 학생자치단체는 그 자리의 무게를 알고 걸맞는 책임감을 늘 가져야 한다. 매월 내역 공개, 교차 감사 등 특별감사, 회계 교육 강화 같은 제도적 장치도 일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또한 학과 단위 재정이 ‘개인 통장’을 경유하는 관행은 더 이상 용인돼선 안 될 것이다.

학생자치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민주주의를 연습하는 과정이다. 학생이라 미숙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재정 투명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학생자치는 부실한 민주주의의 모조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학생사회에 내보내는 경종이여야 한다. 신뢰를 잃은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세워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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