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우 관련 제도 원활히 운용되지는 않아
장애 포용 지표 될 구조·물리적 환경·고용 등 미비
“함께하는 대학, 구성원 모두의 실천으로 완성돼”
우리대학은 D-ESG 경영을 하나의 발전계획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중 Social을 뜻하는 S에서 ‘장애학생들에 대한 동등한 학습 환경 제공 및 배리어프리(Barrier-Free) 캠퍼스 구축’을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등록금 인상 논의 당시, 우리대학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으며 비전과의 괴리를 드러냈다. 우리대학 배리어프리는 단지 ‘선언’뿐인 걸까. 동대신문은 우리대학이 배리어프리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취재했다.
장애학우의 학습권,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가
올해 1학기 우리대학 서울캠퍼스에 재학 중인 장애학우(시각, 청각, 지체, 뇌병변, 기타장애)는 총 28명이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18명,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9명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은 장애학우들의 학습권 및 생활권을 잘 보장하고 있을까. 동대신문은 염수경 장애학생지원센터 팀원을 만나 우리대학 장애학우 복지 실태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크게 ▲교수학습 ▲대학생활 ▲장학/취업 지원 세 분야로 나눠 장애학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교수학습 지원사업이 장애학우의 학습권 보장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사업은 △교육지원인력 지원 △특별수강신청 △강의실 우선 좌석제 △시험편의 지원으로 이뤄져 있다.
교수학습 지원사업의 핵심은 △교육지원인력 지원의 ‘장애학생 도우미’ 제도다. 이는 장애학우의 원활한 대학생활 및 학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업대필과 이동지원을 수행하는 제도로, 우리대학은 국가근로 형식으로 도우미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내세운 취지와 달리 실상에는 여러 허점이 드러났다. 염 팀원은 “도우미 학생이 장애학생과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어 장애학생이 일주일간 혼자 생활하다 센터에 이 사실을 알려 제가 대신 지원을 나갔다”며 “그만둔 도우미 학생이 장애학생에게 말조차 일절 전하지 않아 난감했다”고 말했다. 도우미 학생 근로는 장애학우가 수강하는 과목과 지원자의 수강 과목 및 이동 시간이 일정 부분 일치해야 지원할 수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선발 조건에 더해, 지원자 수도 적어 제도의 운용은 원활하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장애학우에 대한 타 학우들의 편견에 있다. 염 팀원은 “장애학생뿐 아니라 장애인 이동지원 근로 학생에 대해서도 편견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며 “도우미 학생에 대해 설명했을 때 ‘이동지원 너무 힘들어 보인다’ ‘장애인과 같이 있는 게 불편하다’와 같은 학생들 반응을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강의실 우선 좌석제는 수요가 가장 적은 지원사업이다. 이에 대해 염 팀원은 “‘이 수업에는 지정 좌석이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로 인해 타인에게 장애 여부가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학에 오는 학생들은 보통 자립심이 강한 경향이 있다”며 “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 여부가 드러나지 않는 것을 감수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본교 구성원 모두는 온라인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매년 1회씩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교육만으로는 장애학우들이 체감하는 시선이나 편견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장애 교직원·노동자 구성원과 동반, 준비돼 있는가
특정 대상을 넘는 보편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우리대학에는 장애학우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교직원과 노동자도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지원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장애인 고용률 ▲점자블록 설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등이 있다.
우리대학 학교법인은 2023년까지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기업 457개소 명단공표’에 포함되며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에 불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캠퍼스는 2024년 기준 교원 2,524명, 직원 568명을 고용하고 있다. 정책상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3.1%임에 따라, 96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총무인사실은 “서울캠퍼스에는 교원 2명, 기술·행정 부서 6명과 미화직 9명 총 17명의 교직원이 재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직원 채용 시 장애인 대상 가산점으로 5%를 부여하고 있다”며 “중증 장애인 채용될 경우 전용 집기 구입과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재직에 어려움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채용과 재직 과정에서 장애인 지원에 대해 밝혔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2024년 기준 2.25%의 장애인 고용률을 기록하며 의무고용률에는 미치고 못하고 있다.
▲점자블록 설치는 시각 장애인이 방향을 찾고 부상의 위험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는 주요 수단이다. 우리대학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건물 내 점자블록을 장애인용 화장실·승강기, 계단, 시설 주 출입구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발표한 상세 표준도에 따른 △점자블록 인근 60cm 장애물 설치 금지 △엘리베이터 조작반 앞 점자블록 2칸 설치 △노란색 등 가시성 높은 색 이용 등 세부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동대신문은 지난 4월 본관, 신공학관, 원흥관, 사회과학·경영관 우리대학 주요 건물 4곳의 점자블록 설치 실태를 점검했다. 해당 건물들의 계단, 장애인 화장실, 엘리베이터에는 약 180개의 점자블록이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114개만이 규정에 맞게 설치됐고 66개는 아예 설치되지 않았다. 계단은 71%, 엘리베이터에는 57%의 정상 설치율을 보였고, 장애인 화장실은 정상 설치율이 0%에 그쳤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이전 신축된 건물에 소급 적용되는 상황은 아니기에 현재의 규정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선제적으로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도 좋겠지만, 재원이 한정돼 있기에 실제로 개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는 금년 1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무화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장애인과 고령자 등 이용 취약 계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음성 안내, 점자 키패드, 높이 조절 기능을 갖춘 키오스크다. 올해 1월 28일 이후 설치되는 키오스크는 배리어프리 기능을 갖춰야 하며 해당 기간 이전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2026년 1월까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대학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단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미비한 설치 수준에 대해 우리대학 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대당 가격이 500만 원에서 8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로 분류되기 때문에, 도입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국회에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통해 예산 등 요건이 갖춰질 경우 가온누리, 그루터기, 컴포즈커피 등 학내 카페에 각 1대와 상록원 1층엔 모든 층에 사용 가능한 키오스크 1대를 설치할 예정”이라 밝혔다.
타 학교 배리어프리, 어떻게 실천되고 있나
국립특수교육원에선 장애학생의 고등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3년마다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를 진행한다. 평가는 선발, 교수·학습, 시설·설비 총 3개 영역의 대학 자체평가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며, 이어지는 서면평가와 현장방문평가, 종합평가의 3단계로 마무리된다. 산출된 점수에 따라 평가 등급이 최우수, 우수, 보통, 개선요망으로 나뉘게 된다. 우리대학은 2017년에 이어 지난 2020년에도 보통 등급을 받았다. 서울권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최우수 혹은 우수 등급을 받은 것에 비해 모자란 결과다.
우수 이상 등급을 받은 타교의 장애학생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교육부는 2015년 지원 분야별 우수 사례를 알리기 위해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우수사례집」을 보급했다. 교수·학습 부문에선 서강대학교(이하 서강대)의 사례가 언급됐다. 서강대는 수업계획서 내에 ‘장애학생 지원사항’을 필수적으로 입력하도록 하고, 도우미 학생의 청강을 승인한다. 서강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선 위 사항을 기재한 수업계획서를 매 학기 초 장애학생의 수업 담당 교수에게 발송한다. 대학생활 부문에는 대구사이버대학교(이하 대구사이버대)의 사례가 선정됐다. 대구사이버대는 주요 홈페이지에 실린 모든 그림과 이미지에 대체텍스트를 제공하고, 동영상과 오디오에 자막을 제공한다. 학내 물리적인 생활뿐 아니라 온라인 대학생활까지 지원 범위를 넓힌 것이다.
취업·진로 부문에선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의 ‘장애학생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타 사례들과 같이 장애학생의 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이화여대는 장애 유형과 전공에 따른 맞춤형 취업 교육을 시행해 차별점을 뒀다. 남숙 나사렛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학생에 대한 교수자의 이해 및 인식 부족 상황이 대두된다”며 “이해하려는 자세와 태도에서 방법이 강구되니 열려있는 교수자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뿐 아니라 학내 장애인 노동자와 교직원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대표이사는 “대학에서는 학교에 소속된 모든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대학 내 편의시설 확충 등 구성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부분부터 장애 교직원·노동자를 위한 지침 마련 등 책정된 예산 내에서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구대학교, 나사렛대학교, 한경대학교 등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차별 없는 채용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며 “의무고용 인원을 채워 고용의무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다른 복지사업에 재원을 투자할 수 있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형식적인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이 아닌, 실질적인 인식 변화로 이어지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권리를 지닌 시민으로 인식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대학의 D-ESG 비전 핵심은 ‘윤리적이고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대학 경영’에 있다. 즉 비장애인만을 위한 환경이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구조적인 개선 또한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대학은 이 명제에 걸맞은 실천이 부족했다. 공존을 지향해야 하는 이곳 대학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함께하고 있는가.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그 약속을 현실로 옮겨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