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등굣길부터 불편함 겪어
직접 체험한 우리대학 배리어프리 현황, 여전히 부족해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 환경 제공해야”

‘배리어프리 캠퍼스’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장벽을 허물어 모두가 평등한 캠퍼스 환경을 누릴 수 있는 대학을 의미한다. 최근 대학가에 배리어프리 물결이 확산하면서, 우리대학에서도 ‘배리어프리 동악’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과연 우리대학은 장애인들에게 완전히 열린 공간일까. 동대신문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역부터 캠퍼스 곳곳을 직접 돌아보며 그 현실을 체감해 봤다. 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대학 배리어프리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휠체어를 타고 가본 등하교 길 (사진=오승리 기자.)
▲휠체어를 타고 가본 등하교 길 (사진=오승리 기자.)

 

이동 수단인 지하철마저 불편한 현실

우리대학 주요 지하철역인 충무로역과 동대입구역. 휠체어를 타고 두 전철역을 이용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문제는 승하차의 어려움이었다. 충무로역 3호선 오금행 방면의 10-1번 승차 지점. 휠체어석이 위치한 이 구간에서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을 줄자로 재보니 약 13cm에 달했다.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건너가기 힘든 거리였다. 동행한 기자가 휠체어를 밀어보았지만, 바퀴가 틈에 빠져 움직이질 않았다. 결국 주변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서야 간신히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동대입구역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역에서 ‘이동식 안전 발판’을 요청했지만 역무원으로부터 “지하철 공사로 인해 사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장비조차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 속에서, 휠체어 이용자의 ‘자립적인 이동’은 실현할 수 없는 이상처럼 보였다. 

▲충무로역 3호선 오금행 방면의 10-1번에서 측정한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 (사진=오승리 기자.)
▲충무로역 3호선 오금행 방면의 10-1번에서 측정한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 (사진=오승리 기자.)

열차에서 하차한 후 출구까지 이동하는 길 역시 녹록지 않았다. 학교로 향하는 충무로역 7번 출구의  엘리베이터 입구는 좁았고 내부 공간도 협소했다. 휠체어를 탄 채 진입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더 큰 문제는 출퇴근 시간대의 혼잡한 역사 환경이다. 한정된 엘리베이터를 다수의 승객이 이용하다 보니 휠체어 이용자는 수차례의 열차를 보내고 나서야 탑승할 수 있었다. 휠체어 이용자의 등교 소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동일한 구간을 휠체어와 도보로 각각 이동해 봤다. 휠체어를 탄 채 승차 위치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약 9분이 걸린 반면, 도보로는 단 2분 39초가 소요됐다. 이동 시간만 놓고 보면 무려 4배 가까운 차이였다. 이는 단순히 이동시간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정해진 경로를 따라 우회해야 하는 구조, 출퇴근길이라는 혼잡함 속에서 더해지는 타인의 시선들. 이 모든 요소가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벽’이 되고 있었다.

 

여전히 갈 길 먼 동악의 배리어프리

▲학생회관을 시작으로 ▲정보문화관 ▲원흥관 ▲중앙도서관 ▲상록원 ▲명진관 ▲법학관 ▲혜화관 ▲사회과학관 ▲학술문화관까지 우리대학 주요 건물을 차례로 이동해 봤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작은 단차와 경사로, 좁은 보도와 내리막길까지. 이 모든 것이 휠체어 이용자에겐 이동조차 어렵게 만드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처음 마주한 장애물은 ▲중앙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계단을 피하고자 만해광장을 경유했지만, 경사가 급해 휠체어 고정 장치를 푼 채로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자칫하면 경사면을 따라 휠체어가 그대로 미끄러지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결국 휠체어에 내려 직접 끌고 올라가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중앙도서관. 출입구 외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지만, 실제로 이용하기엔 제약이 따랐다. 엘리베이터 내부 폭은 가로 약 120cm로 매우 협소했다. 휠체어를 돌릴 수조차 없었다. 도서관 안쪽에는 이프존(IF Zone)부터 마실 라운지(The Lounge of MASIL)까지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좌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 인포메이션에 문의한 결과 “이프존에 배치된 장애인 전용 검색 코너를 제외하면 별도의 장애인 좌석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중앙도서관을 나와서는 ▲상록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탄 채로 오르기엔 언덕길의 경사는 가팔랐다. ▲상록원 건물 외부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긴 했지만 경사가 급해 혼자 힘으론 오르기 어려웠다. 식당 내부에는 엘리베이터나 장애인용 키오스크 또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명진관 역시 접근이 쉽지 않았다. 후문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지만, 많은 학우가 이용하는 정문에는 네 칸의 계단만 있을 뿐이었다.

▲법학관에서 ▲혜화관으로 향하는 길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건물을 잇는 길목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를 탄 채로는 건물 외부 오른편의 긴 경사로를 통해 갈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에는 쉽게 갈 수 있던 경로를 우회하느라 시간도 체력도 배로 소모됐다. ▲사회과학관 3층 주 출입구에도 경사로가 마련돼 있었지만, 보도와 경사로 시작점 사이에 단차가 있어 휠체어로 진입하기 어려웠다. 이를 지켜보던 사회과학관 경비원 A 씨는 “경사로 이용 중 작은 턱에 바퀴가 걸려 난처해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눈에 잘 띄지 않는 단차부터 세심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과학관 3층 주 출입구의 경사로에 존재하는 단차 (사진=오승리 기자.)
▲사회과학관 3층 주 출입구의 경사로에 존재하는 단차 (사진=오승리 기자.)

휠체어를 타고 캠퍼스를 둘러본 결과 ▲과학관 ▲명진관 ▲학생회관 ▲학술문화관 ▲정보문화관Q 5개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에 우리대학 재학생 B 씨는 “2022년 겨울, 다리 수술 후 목발을 짚고 등교하려 했지만 캠퍼스 내 이동 편의시설의 부족으로 결국 휴학을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동대입구역 언덕은 겨울철 결빙으로 미끄러웠고, 전공 수업이 열리는 학술문화관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사실상 등교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학술문화관을 포함해 캠퍼스 내 이동이 불편한 학생을 위한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애학우의 건물 이용에 관해 염수경 장애학생지원센터 팀원은 “장애학생은 비교적 시설이 잘 갖춰진 신공학관, 사회과학관, 경영관, 혜화관, 법학관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퍼스 내 장애학우를 위한 지원 현황

2023년 동대신문 제1647호 ‘장벽을 넘어 배리어프리 동악을 향해’ 기획기사에 따르면,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이동에 제약이 있는 학우들을 위해 ‘배리어프리 캠퍼스 약도’ 제작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약도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센터 측은 “예산 문제로 일정이 미뤄졌다”며 “재학생의 수요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3월 27일 기준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우 총 28명 중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우는 없다. 이로 인해 학교는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학우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캠퍼스 약도’ 제작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다. 현재 재학생의 필요에 따라 예산이 결정되다 보니, 당장 드러나지 않은 수요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이처럼 현재의 기준으로만 판단하면 앞으로 입학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장애 유형의 학우들은 고려 대상에서 아예 빠질 수 있다. 결국,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상향식 지원 체계(bottom-up)’ 구조는 진정한 배리어프리로 나아가기 어렵다. 

물리적 환경 개선 못지않게 대학 사회 내 인식 변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낙후된 건물과 가파른 경사로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장애를 바라보는 학내 구성원의 시선이 바뀌지 않는 이상, 진정한 의미의 ‘배리어프리 캠퍼스’는 완성되기 어렵다. 염 팀원은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애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장애인 처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휠체어를 타고 캠퍼스를 점검해 본 결과, 배리어프리 동악을 위한 관문은 여전히 많았다. 일상적으로 오르내리는 계단 한두 칸조차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진정한 배리어프리는 단순한 시설 개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장애에 대한 학우들의 이해와 공감, 그리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 속에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이제는 ‘다수를 위한 공간’을 넘어 ‘모두를 위한 캠퍼스’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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