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헌재 앞에서 열린 탄핵 찬성·반대 집회
12.3 비상계엄 이후, 청년세대 정치 참여 활발해져
“갈등이 장기화되면 정치 혐오로 이어질 수 있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경복궁 일대를 가득 메웠다 (사진=고아름 기자.)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경복궁 일대를 가득 메웠다 (사진=고아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 선고 지연에 따른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탄핵을 둘러싼 청년들의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불확실한 정국 속에서도 청년들은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외쳤고 시위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뜨거운 희망과 절박함이 뒤섞였던 탄핵 찬성·반대 집회의 현장을 지금 기록한다.

 

광화문을 뒤덮은 탄핵 찬성의 물결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탄핵 찬성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약 7,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시민이 모여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오후 7시,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시위 참가자들은 파면을 요구하는 피켓과 각양각색의 응원봉을 들고 “내란 세력 끝장내자”, “파면만이 답이다”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 (사진=방민우 기자.)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 (사진=방민우 기자.)

 

 

 

 

 

 

 

 

 

 

현장에서는 탄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다양한 발언이 이어졌다. 집회 본 무대에 오른 한 홍익대학교 학생은 “탄핵 선고가 계속 미뤄지다가 12월 3일 ‘계엄의 밤’ 같은 상황이 다시 찾아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수 있냐”며 “헌법재판소가 하루빨리 탄핵을 인용하고 윤석열을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확신하는 이들도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국회로 달려갔다는 대학생 강 씨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모든 과정이 순탄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윤석열이 석방되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정치적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대 직장인 황 씨는 “청년세대가 겪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청년들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를 위한 정책은 나올 수 없다”며 “시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뉴스를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면받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성소수자 동아리 ‘하이퀴어 에리카’ 전(前) 회장 이승수 씨는 “윤석열에게 확실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만큼이나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며 “하루빨리 사회가 정상화돼 경제 불안정, 성소수자 차별, 장애인 및 이주민 문제 등을 해결할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앞에서 ‘애국’을 외친 청년들

윤 대통령의 계엄을 ‘계몽’이라 주장하며, 그의 탄핵이 부당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헌재 정문은 폴리스 라인과 경찰 버스로 겹겹이 둘러싸였고,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각하’를 외쳤다. 단식 투쟁으로 지친 듯한 이들이 눈에 띄는 한편 일부는 열띤 연설을 이어갔다. 연단에 오른 ‘애국청년’들은 집회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탄핵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청년들’ 소속 심재홍 씨는 “윤 대통령의 계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게 됐다”며 “계엄은 곧 계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지금 비상계엄에 일어나 정의를 외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좋은 시그널”이라며 “탄핵 반대가 곧 애국”이라고 발언했다. 해당 연설에 열렬히 동참하던 대학생 박 씨는 “지금은 공산 체제와의 싸움”이라며 “윤 대통령의 구금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 속의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시사 유튜브를 챙겨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 중 상당수는 “뉴스보다 정치 유튜버의 정리본을 더 신뢰한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이준형 기자.)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이준형 기자.)

 

 

 

 

 

 

 

 

 

 

정치권 인사와 정치 유튜버들은 이날 집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국민의힘 부천시병 당협위원장인 하종대 의원은 지지자들을 이끌고 집회에 참가했다. 동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법부와 입법부, 공무원 사회에까지 종북좌파 세력이 스며들었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일부가 친북좌파 성향을 띠고 있어 탄핵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특정 헌재 재판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 의원은 ‘헌재 재판관들 물러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내걸고 탄핵 기각을 강력히 촉구했다. 현장을 생중계하던 정치 유튜버들도 연단에 올라 거친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정치와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집회 전반을 뒤덮으며, 탄핵 반대를 외치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청년 민주주의의 길을 찾다

‘계엄의 밤’ 이후 탄핵 국면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각자의 신념을 품고 거리에 나선 이들은 저마다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집회 곳곳에서 찬반 의견이 충돌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탄핵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면서 시위 현장의 분위기는 점차 날카로워졌고, 격한 언쟁과 상대 진영을 향한 날 선 비난이 이어졌다.

그 혼란의 중심에는 정치권 인사와 정치 유튜버들이 있었다. 지난 11일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하종대 의원은 “탄핵 찬성파는 중국인”이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한 정치 유튜버는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부각했고, 자극적인 해설을 덧붙이기도 했다. 정치적 선동이 더해지면서 탄핵을 둘러싼 청년들의 논쟁은 점점 감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양측이 서로를 향해 “좌파 빨갱이”, “극우 독재주의자” 등의 비난을 퍼붓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탄핵을 둘러싼 청년들의 갈등 양상에 대해 우정무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변곡점에서 청년층 내 의견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문제는 일부 정치 세력이 이를 악용해 극단적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들을 낳는다. 우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정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은 사회·경제 문제를 생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분열이 아닌 공존을 모색하는 일이다. 극단적 대립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갈 때, 비로소 우리가 꿈꾸던 민주주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써 내려갈 대한민국의 다음 장은 어떤 모습일까. 역사는 다시, 그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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