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법과 헌법의 경계를 넘나들며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련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기 초기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행정명령을 발효하는 현상은 새롭지 않지만, 일론 머스크에게 맡긴, 소위 '정부효율부'라는 임시 조직를 통해 기존의 연방정부 관료제도를 흔드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선출되지도 않았고 의회의 청문회를 거쳐 정식으로 임명되지도 않은 머스크가 연방정부의 운영에 간섭하는 모습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에 대해 많은 정치학자들은 미국이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며, 현재 조용한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는 의견까지 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권위주의적 성향을 가진 국가의 지도부와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전통적인 통상 정책은 연방의회가 법을 제정하여 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왔다. 모든 정책 결정은 법적 근거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통상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 만약 대통령의 정책이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된다면, 기업이나 주 정부는 소송을 통해 사법부로 하여금 대통령의 결정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권한을 오남용할 여지가 있는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는 중층적인 로비가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 (1) 해당 정책에 영향을 받는 주 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 (2) 지역구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 (3)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행정관료들에 대한 로비가 필요하다. 2020년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이후,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의 대관 업무를 더욱 강화하여 효과적인 로비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통상정책은 전통적인 정치 문법을 벗어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들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오랫동안 익숙하게 여겨져 왔던 다자주의적 협력에 기반한 자유무역 질서와 상충된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수세에 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지역에서의 고용 창출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여 공화당 소속의 연방의원 및 주지사들의 지지를 얻는 전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 때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대부분이 트럼프가 우세했던 지역에서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며,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중 상당 부분이 미국 내 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수출에 기반한 것임을 명확한 수치로 보여주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금권주의, 권위주의, 그리고 백인 우월주의의 결합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 어떤 가치보다 돈의 가치를 앞세우고, 민주적인 절차보다는 일방적인 결정을 선호하며, 부인할 수 없는 인종차별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그의 정책에는 유사 입장국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며, 냉전적 사고를 넘어 19세기 말 제국주의적인 사고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머스크를 앞세워 수행 중인 조치들은 법이 정해 준 대통령의 재량권을 남용한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예상한 바이지만 트럼프의 미국은 러시아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마무리지으려고 하고 있고, 전통적인 우방국 유럽 나라들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라는 익숙한 틀로 더 이상 한미관계를 이해해서는 안된다.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양보를 감행하는 미국은 트럼프의 미국이 아니다. 냉혹한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아 미국을 보는 시각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