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교수 지원 위한 최소조건 문제돼
국내 신입생 1.3 배수의 유학생 수로 문제 발생
“문제 해결의 순간까지 끊임없이 목소리 낼 것”

 

지난 23일 우리대학 영화영상학과 학생회는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우리는 20년을 참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대자보에는 ▲전임 교수 채용 기준 완화 ▲유학생 수용 인원 감축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MFA 학위, 너무 높은 최소조건 

영화영상학과의 전임 교수 채용을 위한 대학 측의 채용 공고는 이전부터 주기적으로 게시됐다. 하지만 채용을 위해 제시한 엄격한 기준으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영화영상학과의 전임 교수 채용은 성사되지 못했다. 본 학과의 전임 교수 지원을 위한 최소조건인 ‘MFA 이상의 자격’이 과도하다는 지점이 주요했다. MFA(Master of Fine Arts)는 일반 석사 학위가 아닌 추가 이수 과정이 필요한 예술 제작 석사 자격이다.

▲영화영상학과 전임 교수 지원 요건 (일러스트=김소현 기자.)
▲영화영상학과 전임 교수 지원 요건 (일러스트=김소현 기자.)

하지만 현재 영화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감독 중 MFA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드물며, 대부분의 상업·예술 영화 감독들은 MFA 학위보다는 국내 영화 학교나 실무 경험을 통해 영화 기술을 익혀온 경우가 많다. 영화업계는 이론보단 창작과 실무 중심으로 성과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화감독인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도 MFA 학위를 비롯한 석사 학위가 없다. 이외에 정지우·정재은·이장호 감독도 예술대학 학사는 있으나 석사 미만의 학력이다.

현재 우리대학 영화영상학과는 한 학년에 10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하면서도 전임 교수가 3명 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이 중 2명이 이론 중심의 교수로 구성돼 현재 영화 제작을 이끌 실기 중심의 교수가 절실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 교수 채용 시 실무 경험이 아닌 MFA 학위를 비롯한 높은 요건을 최소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게 학과 측 입장이다. 영화영상학과는 대학 본부에 채용 기준 완화를 꾸준히 요구했으나 우리대학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대학 교수들 중에서도 MFA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전임 교수는 찾기 어렵다.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영화전공 전임 교수는 6명 중 단 2명만이 MFA 이상의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의 경우 연출 분야는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이더라도 5년간 상업영화 연출작 1편이 있다면 지원할 수 있다.

영화영상학과 학생회는 “연구 업적 최소 점수와 창작 업적의 기준이 과연 영화 제작의 특성을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런 채용 조건으로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인재를 양성할 전임 교수 채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임 교수 부족, 영화영상학과 특징 두드러진 문제들

영화영상학과는 전임 교수 부족으로 ▲행정상의 어려움 ▲학습권 침해 우려 등의 문제가 일어난다고 토로했다.

전임 교수는 학과 커리큘럼 구성부터 학생들의 역량 개발 및 진로 탐색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현재 영화영상학과 총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커리큘럼 개선 의견이 나와도 제대로 된 의논은 이뤄질 수 없다. 현(現) 전임 교수들의 퇴임이 가까워 지면서  장기적인 계획 논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지혜(영화영상 22) 제65대 영화영상학과 학생회장은 “전임 교원 부족으로 커리큘럼 개선이 지연되며,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교육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라 밝혔다.

다른 대학들은 세부 전공에 따라 교수진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의 경우 연출·촬영·이론·음향·기획·편집 등 세부 전공에 맞춘 교수진 구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영화전공은 전공별로 특화된 교수진을 통해 수준 높은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또한 제작·이론·기획·시나리오·투자/배급·사운드 디자인 등의 세부 전공에 필요한 교수진으로 구성돼 있다. 

김지혜 제65대 학생회장은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우리대학 영화영상학과는 전임 교수 규모가 제한적임에 따라 학생들에게 양질의 커리큘럼과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전임 교원 증원은 학과의 교육 환경 개선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고 전했다.

영화영상학과는 이런 전임 교수 채용 문제를 매년 꾸준히 제기해 왔지만, 본격적인 공론화는 영화영상학과 학생회의 작년 겨울 대자보로부터 시작했다. 공론화 시기에 대해 김지혜 제65대 학생회장은 “25년도에 한 분이 퇴임하게 돼 학과의 전임 교수 인원이 더욱 감소할 위기에 처했다”며 “지금과 같은 자격 조건을 내세운다면 실질적인 채용 가능성이 낮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입학생보다 많은 유학생, 국제처는 “우리 관할 아니다”

영화영상학과 학생회는 우리대학 유학생 수가 국내 입학자 수인 40명의 1.3배수에 해당하는 52명이라며 ▲유학생 수용 인원 감축을 거론했다. 대학 본부가 학과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유학생을 무리하게 뽑는다는 것이다. 팀 활동이 많은 영화영상학과 특성상 국내 재학생들의 불만이 쌓이게 됐다.

우리대학은 학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글로벌선도학과’라는 영화영상학과 명목 아래 국내 학생보다 많은 유학생을 선발했다. 이 과정에서 학과 및 전임 교수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유학생이 대폭 증원됐다. 유학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문제가 가중됐다. 

우리대학은 유학생 수를 늘리면서도 관리 책임을 학과에 떠넘겼다. 학생들은 국제처에 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개설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국제처는 “입학 이후에는 영화영상학과의 관할”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영화영상학과는 위챗(we chat) 사용, 외국인 조교 마련 등 공지 전달 방식을 개선하고 유학생 대표를 선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효과가 미미했다. 개강총회와 종강총회 등 학과 행사에서 유학생 참여율은 저조했으며, 국내 신입생보다 많은 유학생으로 학과 선거가 성사되기 어려웠다. 작년 11월 27일 이뤄진 2024학년도 정기선거 개표 당시 영화영상학과 학생회는 개함 기준인 50%를 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이에 더해, 김지혜 제 65대 학생회장은 “전임 교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학생만 증가하며 이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여건도 모자라다”며 “학과 차원에서 현재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초과한 유학생 수를 감당하는 중”이라 밝혔다. 학과의 협의 없이 절대적인 유학생 수를 늘리며 교육의 질이 저하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화영상학과 학생회는 대자보에 “문제 해결의 순간까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들에게 문제 해결의 순간이란 ‘학생들의 양적 교육 제공과 학습권 보장의 순간’이다. 영화를 꿈꾸고 입학한 영화영상학과 학생들은 학과 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김지혜 제65대 학생회장은 “이번 대자보를 시작으로 질적인 측면에서 교육 시스템이 개선되고, 학과 학생들이 최적의 환경에 놓일 수 있도록 대학 측에 요구할 것”이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지혜 제65대 학생회장은 “전임 교수와의 협의 없이 학과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학교의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며 “학과의 목소리를 통해 소통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영화영상학과 학생회는 대학의 적극적 대처로 현재보다 나은 교육 여건이 마련돼 학생들이 영화라는 꿈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길 바란다”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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