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피곤하고 흩어지면 편한 시대가 되었다. 학생 대표자 선거 시기마다 들려오는 '학생사회 위기론'은 이제 공허하게 울린다. '당신의 한 표가 소중합니다' 같은 외침조차 어떤 이들에게는 피로감만 안겨 준다. 사실 학생사회에 무관심한 사람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다. 총대의원회나 총학생회의 역할을 몰라도 학업과 취업에는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적 무관심은 비단 대학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들은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은 청년들의 표심을 얻고자 했다. 청년들의 표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청년층이 정치적 이슈에 뚜렷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우리는 정치가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정치는 이토록 피곤하게 느껴지며, '정치적'이라는 말은 왜 이렇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걸까. 이러한 정치적 무관심의 뿌리에는 깊은 피로감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정치적 피로감은 무력감과도 맞닿아 있다. 신뢰를 저버린 채 편 가르기에만 몰두하여 혐오와 갈등을 야기하는 정치 현실, 그리고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자꾸만 우리를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이제는 뻔한 정치적 비판을 넘어 학보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이야기하자. 동대신문은 학생자치기구의 대표자들과 마찬가지로 학생사회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총학생회의 부재, 저조한 투표율, 참석자 없는 대의원회의 등 침체된 학생사회의 모습을 여럿 목격했다. 그동안 학보사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학생사회의 회복을 강조해 왔지만, 과연 학내 언론의 목소리가 학생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닿았을까? 이제는 동대신문도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학보사가 학생자치의 운영에 개입하거나 투표를 독려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학생자치기구와 무관심한 학생사회를 비판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학내 사안을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를 지면과 웹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내 여론조사에서는 대면 설문조사와 찾아가는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개개인의 목소리가 공론의 빛을 발할 때,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도 하나둘 깨어나리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