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트럼프 당선자는 바이든 대통령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외교안보 전략을 예고하였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세계전략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막으려고 했던 반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중국에 집중할 것이다. 러시아를 방어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트럼프 당선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을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할 것이다. 외교관이나 장군이 독점해 왔던 나토 대사에 매튜 휘태커 전 법무장관 대행은 트럼프 당선자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 전략에서도 트럼프 당선자는 바이든 대통령과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갈등하면서도 협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중국 첨단산업의 발전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부과하고 인권 탄압에 대해서 항의했지만,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글로벌 문제에 대해서 긴밀하게 협의했으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부분적으로 배제하는 디리스킹을 추구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에서처럼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추가하고 중국과 공급망을 완전히 단절하는 디커플링을 밀어붙일 것이다. 중국이 이러한 조치에 반발하게 되면, 제2차 무역전쟁이 불가피하다.

한미일 협력도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8월 한미 및 미일 양자 동맹을 삼자 협력으로 제도화하는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성사시켰다. 삼국 협력이 심화되면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주장하는 아시아판 나토로 진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는 다자 협력에 매우 부정적이다. 다자보다는 양자 협상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국력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를 머니 머신으로 깎아내리면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연간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인상을 요구하였다. 

북미 관계도 변화의 조짐을 보여 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세 차례 개최됐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동안 북한은 핵 능력을 강화해 2022년 4월 핵 교리를 발표하고 2023년 3월 대남 타격용 핵탄두, 2024년 9월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올해 7월 “나는 그들과 잘 지냈으며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자랑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아마 나를 보고 싶어 할 것이고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하였다.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2기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 전에, 윤석열 정부는 트럼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가 바이든과 차별화(anything but Biden)를 추구하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협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만약 이를 계속 고수한다면, 미국이 한반도 정책을 결정할 때 우리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미일 관계뿐만 아니라 한중, 한러, 남북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년 만에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외교관계 개선과 한중 FTA 2단계 협상 가속화에 합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경색된 한러 및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한러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신중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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