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문화 공연,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3·1운동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시민 결집 장소
4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 서울광장 아래 ‘비밀 공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다. 계절이 변함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이곳, 바로 서울광장이다. 서울광장은 이번 여름 ‘책 읽는 서울광장’,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을 운영해 200만 명이 넘는 시민의 발길을 이끌었고, 이젠 그 자리를 스케이트장으로 채우며 겨울을 맞이할 예정이다. 공연, 전시회, 축제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이곳은 시민들에게 열린 문화 공간이자, 지난 100년간 시위와 집회가 이어져 온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다. 시대마다, 계절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서울광장에 직접 발걸음했다.

▲지난달 10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운영된 ‘책 읽는 서울광장’ (사진출처=서울광장 공식 홈페이지.)
▲지난달 10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운영된 ‘책 읽는 서울광장’ (사진출처=서울광장 공식 홈페이지.)

도심 한가운데에서 문화와 낭만을 즐기다

서울광장은 지난여름 푸른 잔디와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맞이했다.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약 7개월간 진행된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HYNN(박혜원)과 김선하 등 인기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고 아코디언, 팬플룻 연주와 같이 평소에 접할 수 없던 폭넓은 장르의 공연이 이어지며 시민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다. 또한 이달 20일부터 서울광장은 겨울을 맞아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한다. 작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장비 대여비를 포함해 단 1,000원이란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됐고 2개월 동안 약 14만 명의 방문객이 오갔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이색적이고 가성비 좋은 겨울 명소로 꼽히며 올해도 큰 기대를 불러오고 있다. 작년 스케이트장을 방문했던 오지연(법학 24) 학우는 “겨울철 도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올해도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출처=서울광장 공식 홈페이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출처=서울광장 공식 홈페이지.)

서울광장, 시대를 관통하는 시민의 무대로

서울광장은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사건들이 펼쳐진 상징적 장소다. 1896년 을미사변과 아관파천 이후 고종은 독립적 자주국가 건설을 위해 국민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인 서울광장을 조성했다. 이후 서울광장은 단순한 광장을 넘어 3·1운동과 4·19혁명, 6월 민주항쟁 등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시민들의 주요 무대가 됐다. 오랜 세월이 흘러 세기가 바뀐 뒤에도 서울광장의 뜨거운 열기는 식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55만 명의 시민들은 서울광장에 모여 거대한 응원과 연대의 장을 이뤘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응원단 ‘붉은악마’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고 애국가를 부르며 광장을 붉게 물들였다. 이에 서울광장은 거리 응원의 성지로 주목받았고, 2004년에는 자동차가 오가는 교통광장 형태에서 차도를 걷어내며 진정한 시민광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광장을 채운 붉은악마 (사진출처=서울광장 공식 홈페이지.)
▲광장을 채운 붉은악마 (사진출처=서울광장 공식 홈페이지.)

한편, 최근 서울광장은 ‘추모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해 2월 4일, 서울광장에는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됐다. 분향소는 지난 6월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운영됐으며, 수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방문한 김태윤 씨는 “참사 희생자들이 생각날 때면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며 “추모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요 속에서도 슬픔과 연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서울광장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을 간직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시민과 함께하는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숨겨진 비밀의 공간

작년 9월, 서울광장 아래 감춰져 있던 1,000평 규모의 지하 공간이 4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서울시는 언제, 어떤 목적으로 조성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 ‘미지의 공간’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간의 높이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공간은 동굴에서 자라는 종유석과 석순이 발견되는 등 독특한 경관을 지니고 있으며, 과거 공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그 자체로 근현대사를 간직한 장소다. 서울시는 지하 공간 공개 후 약 2주간 시민탐험대를 운영해 시민들이 직접 지하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더불어 시민들이 직접 이 지하 공간을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 지하철역사 상상공모전’을 기획함으로써 시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간 활용 단계에서 적극 반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서울의 심장부에 위치한 이 공간을 시민들의 바람과 필요에 맞춰 재탄생시키려는 노력이다. 해당 사업은 지하철역을 도심 속 명소로 탈바꿈시키는 ‘지하철역사 혁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광장 아래 지하 공간이 문화적 중심지로 새롭게 거듭날 가능성을 열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과 그 역사의 중심에 서 있는 서울광장. 이곳은 독립과 자유, 그리고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연대와 소통의 장이다. 시민들을 위해, 시민들에 의해 변화해 온 서울광장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서울의 흔적과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 서울광장에서 당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면 어떨까.

 

 

저작권자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