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연 선거 진행 중 회칙 위반 사실 드러나
3년간 동연장이 선관위장 역임한 채 선거 진행돼
박 동연장, “남은 임기 동안 회칙 개정에 힘쓸 것”
제41대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선거가 무산됐다. 선거 진행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장(이하 선관위장)을 겸직한 제40대 동아리연합회장(이하 동연장)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구성에 관한 세칙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써 2024학년도 11월 정기선거는 모든 중앙단위 선거가 무산된 채 대표자 궐위 상태에 놓였다.
‘분과장 없는 분과장회의’ 동연 선거, 회칙 위반 사실 발견돼
사건은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동연의 11월 정기선거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이에 박천준 제40대 동연장은 선관위장 직무 수행 중 동아리연합회 회칙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관련 입장문을 게시했다. 문제가 된 것은 동아리연합회 회칙 제58조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 관한 세칙 위반이었다. 해당 세칙에 따르면 선관위장은 등록감사위원장(이하 등감위장)이 맡으며, 동연장은 선거위원에 포함될 수 없다. 그러나 지난달 1일 등감위장 김현경(미컴 22) 학우가 사퇴함으로써 선관위장을 역임해야 하는 등감위장 자리가 공석이 됐고 이에 선관위장 자리까지 궐위 상태가 되며 박 동연장이 선관위장을 역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 동연장은 “해당 선거의 유권자가 아니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며 “기존에 공유된 후보자 공고글은 삭제하고, 등록감사위원이 선관위장으로 호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 동연 선거가 적법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4일 에브리타임에 동연장에게 사실확인을 요구하는 글이 게재되면서 ‘동연 선거 진행’에 대한 파문이 일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제40대 동연 「파랑」 내 분과장회의 구성원이 부재한 상황이므로 선거위원이 분과장회의의 승인을 받아 활동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아리연합회 회칙 제58조 ①-2에 따르면 선거위원은 선관위장의 추천을 받고 분과장회의의 승인을 받은 자로 한다. 따라서 선거위원을 승인할 분과장회의 구성원이 없는 현상황에서는 동연 선관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게시글 작성자는 등감위장 임명 절차에 관한 문제를 지적했다. 동아리연합회 회칙 제40조에 따르면 등감위장은 동연장이 추천해 분과장회의에서 임명한다. 그러나 제40대 동연의 분과장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적법한 절차로 김 전 등감위장이 임명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게시글 작성자는 “선거위원이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동연 선거와 관련한 일련의 절차는 모두 ‘적법하다’ 할 수 없다”며 동연 선거의 전면 백지화와 동아리연합회 회칙 개정 후 적법한 절차에 따른 선거 진행을 주장했다.
다음날인 15일, 박 동연장은 2차 입장문을 게시했다. 그는 “현재 중앙동아리 9개 분과의 모든 분과장이 존재하지 않아 회칙을 임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동연장, 각 분과장, 집행부 대표 1인으로 구성되는 분과장회의는 동연의 의견 수렴 및 세칙 개정을 담당한다. 그러나, 분과장을 제외한 구성원들은 의결권을 갖지 못해 분과장 부재 시, 분과장회의는 회의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박 동연장은 현 동아리연합회 회칙의 문제점을 인정하며, 임기 중 회칙 개정을 추진하지 않은 점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제41대 동연 선거를 무효화하고, 추후 대의원회의를 통해 미비한 동아리연합회 회칙의 개정을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리연합회 회칙, 전면 개정의 움직임 보여
제대로 된 선관위가 구성되지 않은 동연선거의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연장이 선관위장을 겸직한 사례는 작년과 재작년에 치러진 선거에서도 존재했다. 박 동연장은 “이전 동아리연합회의 선거 사정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선거 준비의 용이성을 위해 계속해서 동연장이 선관위장을 역임해온 것 같다”며 “위배된 회칙에 관해 인수인계를 따로 받지 않았고, 개정 논의 또한 없었다”고 전했다.
2차 입장문을 게시한 지 사흘 후인 18일, 박 동연장은 2024년 동아리 대의원회의 소집을 공고했다. 이어 같은 날 동아리연합회 회칙 개정 심의 및 발의안을 동연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하며 회칙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25일 진행된 동아리 대의원회의에서는 당초 제41대 동연 선본 「역동」의 공약 발표와 공청회가 예정돼 있었으나, 개회 전 해당 선거가 무산됨으로써 동아리연합회 회칙 전면 개정의 의견 수렴을 위한 의결로 안건이 변경됐다. 발의안은 이번 선거에서 문제가 됐던 ▲분과장 선거 추천 규정 삭제 ▲선거 방식 변경 및 보궐선거 방식 명확화 ▲선관위 구성 명확화 및 선정 기준 변경부터 ▲단순 자구 수정 및 항과 호의 구분까지 포함해 총 10개의 주요 내용이 상정됐다.
25일 우리대학 본관 3층 남산홀에서 진행된 동아리 대의원회의는 △안건 변경에 관한 의결 △서기 지명에 관한 의결을 시작으로 △주요 내용에 관한 의견 수렴 의결이 진행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문제가 됐던 분과장회의 구성원 부재와 관련해 ‘해당 분과 3인 이상의 대의원 추천을 받은 자’의 분과장 자격 조항을 삭제하는 ‘분과장 선거 추천 규정 삭제’를 발의했다. 박 동연장은 “분과장이 전무한 현재 상황은 현행 회칙에 따르면 비대위 구성이 어렵다”며 “분과장에 관한 회칙 개정을 통해 적법한 절차로 비대위가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고 전했다.
박천준 동연장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제 잘못되고 안일한 판단으로 회칙을 어겨 정기선거가 무산된 점에 대해 중앙동아리 대의원분들, 학우분들, 그리고 두 후보자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회칙에 문제가 많은 것을 동연 내에서 인지한 만큼 남은 임기 동안 열심히 회칙 개정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