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새로운 공론장으로 떠오른 에브리타임
커뮤니티 내 혐오 표현, 갈등 조장 게시글 등 문제 지적돼
진정한 공론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주체 노력 필요

국내 397개 대학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에브리타임’. 누적 가입자 700만 명에 달하는 이 앱은 대표적인 국내 대학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에브리타임은 대학 생활 보조 앱이자 대학생들의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하며 대학 내 공론장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익명 커뮤니티라는 특성 아래 혐오와 갈등의 장으로 변질되며 에브리타임은 여러 부작용과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이준형 수습기자.
▲사진=이준형 수습기자.

대학 공론장, 온라인 공간으로의 전환

8·90년대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시기 대학가에서는 대자보를 중심으로 공론장이 형성됐다. 당시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이자 사회개혁의 상징이었다. 이 시기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학교 안팎의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대학가의 분위기는 점차 변화했다.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공적인 사안보다는 개인의 학업과 소위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기 시작했고, 대학의 공론장은 자연스럽게 축소됐다.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대자보뿐 아니라 페이스북 대학별 ‘대나무숲’이 새로운 학내 공론장으로 자리 잡았다. 대나무숲은 글 작성자의 익명이 보장되고 누구나 쉽게 온라인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용률이 높은 대학의 경우 사용자가 약 4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대나무숲은 2010년대 중반 학내 공론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20년 전후로 페이스북의 이용자 수가 급감하며, 대나무숲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나무숲을 대신해 새로운 대학생 커뮤니티로 부상한 것은 에브리타임이었다. 에브리타임은 코로나19 당시, 대학의 비대면 수업 전환을 계기로 급속히 성장했다.

실제로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21년 발표한 「연령별로 살펴보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행태」에 따르면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에브리타임의 인기 비결은 바로 다양한 익명게시판에 있다. 자유게시판, 시사게시판, 취업·진로게시판 등 여러 게시판이 마련돼 있어 이용자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 박서진(중어중문 24) 학우는 “에브리타임에선 대학 생활 전반의 다양한 정보를 편리하게 얻을 수 있어 유익하다”고 전했다.

모두를 위한 소통의 장인가, 혐오와 갈등의 장인가 

하지만 최근 에브리타임은 익명 커뮤니티라는 특성으로 혐오 표현을 양산하고 집단 간 갈등을 야기하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가 발간한 「캠퍼스 혐오표현 새로고침 가이드」에 따르면, 25개 대학의 에브리타임에서 8개월간 수집된 596개의 게시글에서 페미니즘, 여성, 인종, 성 소수자, 학벌주의, 장애, 사회경제계급, 지역, 채식주의자 등을 향한 혐오 표현이 발견됐다. 우리대학 에브리타임 역시 이러한 혐오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동대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우리대학 학우 중 93.1%가 에브리타임에서 혐오성 게시글과 댓글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승재(중어중문 24) 학우는 “에브리타임을 보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게시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며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져 에브리타임에 잘 들어가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실태에 대해 우리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 김영주 교수는 “익명 커뮤니티에선 악성 댓글, 인신공격, 허위 정보 유포 등 무책임한 행동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활발하게 표현하는 이들은 극단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에브리타임은 이용자들의 신고가 누적되면 게시글 내용과 관계없이 자동 삭제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커뮤니티 이용 규칙을 위반한 게시글을 감지하고 조치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신고 시스템만으로는 혐오 표현을 완전히 규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시스템은 악성 게시글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며, 일부 집단이 특정 게시글을 집중 신고해 삭제시키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등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혐오 표현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의견이 검열되고 편향된 의견만이 남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에브리타임에 자주 글을 게시한다는 한 익명의 학우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글을 작성하면 글이 삭제되곤 한다”며 “이 같은 시스템만으로는 혐오 표현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다양한 의견 개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내 공론장으로서의 에브리타임, 실상은?

과연 에브리타임은 진정 학우들을 대표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 구성원 간의 상호 존중이 이뤄지는 ‘공론장’으로서 기능하고 있을까. 에브리타임에서 많은 ‘공감’을 받은 게시글이나 댓글이 학내 다수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유사 통계적 감각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착각으로, 공감이나 댓글 수만 보고 여론을 판단하는 데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리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 김용환 교수는 “에브리타임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형성되는 여론은 바이럴적이고 비정형적인 구조를 지닌다”며 “온라인에선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기에 특정 집단의 의견이 확대돼 나타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커뮤니티 내 침묵하는 이들의 의견은 공감 수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기에 공감 수만으로 구성원들의 여론을 단정 짓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내 여론은 익명성, 집단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김영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자신의 견해를 지지하는 정보만 수용하고 다른 견해는 배척함으로써 기존의 견해나 신념만을 강화하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따라서 에브리타임을 ‘진정한’ 공론장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시글이나 댓글에 공감을 누르는 행위는 단순히 특정 의견에 대한 찬반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즉 에브리타임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공론화는 가능할지라도, 대다수의 합의에 따른 해결책 모색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윤희각 교수는 “에브리타임에선 익명의 일방적 문제 제기와 비판만 있을 뿐, 상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해결책 또한 제시되지 않는다”며 공론장으로서 에브리타임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전했다. 

대학 내 건설적인 공론장을 모색하기 위해선

에브리타임이 건전한 공론의 장으로 기능하려면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규칙과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학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에브리타임이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이용자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김영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 혐오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 개개인의 책임감과 숙의하고자 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대학 내 올바른 공론장의 건설을 위해선 상호 존중의 자세, 식견 있고 책임 있는 의견 개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에브리타임 앱 자체의 시스템 개선도 마련돼야 한다. 현행 신고 시스템만으로는 혐오 표현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어렵기에 이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 김영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 혐오, 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플랫폼 차원의 개입도 필요하다”며 “플랫폼 자체적으로 혐오 표현을 방지할 수 있는 규칙과 제재를 마련하고, 알고리즘 조정 및 모더레이터의 적극적인 관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행해진다면 커뮤니티 자정 작용이 원활해질 것”이라 밝혔다.

동대신문을 포함한 학내 언론사도 에브리타임이 건전한 공론장으로 기능하는 데 책임이 있다. 에브리타임은 학우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적 사안을 고발하는 일종의 대안 언론 매체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하거나, 정보 자체보다 ‘정보를 둘러싼 의견’들에 초점이 맞춰진 토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선 기존의 대학 언론들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유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윤 교수는 “대학 언론의 역할은 특정 사안을 공론화해 구성원 간의 상호 토론을 끌어내는 것”이라며 “학내 언론사는 게이트키핑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교육방송국 DUBS 이정윤 취재 부장은 “에브리타임 글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기에 학내 언론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브리타임이 올바른 공론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학내 언론사의 노력에 대해 전했다.

공론장의 본질은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있다. 대학 생활 내내 우리 곁에서 함께하는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이 혐오와 갈등에서 벗어나고 모두가 진정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될 때, 이는 진정한 ‘공론장’으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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