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응답 학우 전원, "노이즈 캔슬링 사용 경험 있어"
노이즈 캔슬링이 만든 청취 습관, 청력 보호로 이어져
원활한 소통 불편 초래, 새로운 에티켓 문화 재고해야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착용한 모습 (사진=김민주 수습기자.)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착용한 모습 (사진=김민주 수습기자.)

이제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쓰고 대중교통 안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기술이 바쁜 현대인들을 소란스러운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노이즈 캔슬링은 주변 소음을 차단해 이용자에게 청각적 평온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는 노이즈 캔슬링은 예기치 못한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노이즈 캔슬링의 두 얼굴을 동대신문이 살펴봤다.

현대인의 필수품, 노이즈 캔슬링 

노이즈 캔슬링은 외부 소음을 제거해 청취 환경을 개선하는 기술로, 현재 이어폰, 헤드셋 등 휴대용 음향기기를 중심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군사적 목적으로 처음 개발됐다. 1970년대 중반, 미국 정부는 음향 기술 업체 보스(BOSE)에 제트 엔진 소음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의뢰했다. 이를 계기로 탄생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전투기 조종사와 NASA 우주인들이 전투기, 항공기 등의 엔진 소음 속에서도 관제탑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군용 헤드셋에 처음 적용된 이 기술은 민간 항공기로 확대돼 대중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소니, 애플 등 음향기기 제조사들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출시하며 노이즈 캔슬링 대중화를 선도했다. 소니는 1995년 헤드폰 ‘MDR-NC20’을 출시해 노이즈 캔슬링 상용화의 새 길을 열었고, 2019년 애플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소형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를 선보이며 대중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기기의 보편화로 누구나 일상에서 자신만의 음향 공간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애플의 ‘에어팟 시리즈’는 국내 시장에서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9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에어팟 프로’ 출시 이후 판매량은 2,860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노이즈 캔슬링 열풍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소니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노이즈 캔슬링 제품 구매자 중 20~30대의 비율이 2019년 46%에서 2021년 82%로 크게 상승했다.

동대신문은 지난 19일부터 4일간 우리대학 학우들을 대상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기 이용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노이즈 캔슬링에 대한 학우들의 높은 이용률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 응답자 전원이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탑재된 기기를 사용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사용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5%가 ▲주변 소음 차단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노래에 집중하기 위해 ▲높은 음질을 위해라는 답변도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자 중 36%가 버스나 지하철 같이 생활 소음이 심한 대중교통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정현경(미컴 24) 학우는 “자취방에서 학교까지 걸어오는 동안 무선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사용해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며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과제랑 해야 할 일들로 바쁜 일상과 잠시 멀어져 휴식을 취한다”고 전했다. 

‘고요함’을 기술로 실현하다

노이즈 캔슬링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과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PNC)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인 무선 이어폰에 탑재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소음으로 소음을 없애는 ‘상쇄간섭’ 원리를 활용한다. 무선 이어폰에 내장된 마이크가 주변 소음을 감지하면, 내부 회로에선 그 소음과 반대되는 파동을 생성해 외부로 방출한다. 이렇게 방출된 반대 파동이 주변 소음과 만나 상쇄되면서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소음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물리적 구조가 1차적으로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기술로, 이어폰 및 헤드셋의 디자인이 귀를 감싸거나 삽입돼 외부 소리를 막아주는 원리이다. 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과 다르게 추가 전력이나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지만, 낮은 주파수의 소음을 완벽히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노이즈 캔슬링은 소음 차단뿐 아니라 청력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문일준 교수, 설혜윤 박사 연구팀은 노이즈 캔슬링 활성화 여부에 따라 피실험자가 인지하는 소리의 크기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노이즈 캔슬링을 활성화했을 때 인지한 소리의 데시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험 대상자들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사용할 때, 청취 음량이 12~14 데시벨 낮아졌으며 청력에 영향을 미치는 기기의 볼륨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청력 보호와 난청 예방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화여자대학교 언어병리학과 설혜윤 조교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볼륨을 낮추는 청취 습관을 기를 수 있다”며 “이러한 습관으로 난청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음 차단이 불러온 안전 위험

노이즈 캔슬링의 일상적 사용이 보행 중 사고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20년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빅데이터와 딥러닝 활용한 서울시 보행사고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보행자의 약 70%가 이어폰을 착용하며, 특히 20대의 착용률이 65.3%로 가장 높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보고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기를 착용한 보행자의 무단횡단 발생 비율이 3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 시보다 16.9%p 높은 수치로 노이즈 캔슬링의 소음 차단 효과가 보행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노이즈 캔슬링의 소음 차단 기능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위험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이 진행한 실험에서 보행 중 노이즈 캔슬링을 착용한 보행자는 엔진 소리가 큰 경유 차량이 0.8m 근접할 때까지 차량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설 교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가진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음 차단으로 인한 사고 및 안전 관련 이슈들이 논문과 미디어를 통해 계속 보고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날의 검 노이즈 캔슬링, 건강한 사용법은? 

노이즈 캔슬링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해제하거나, ‘주변음 허용 모드’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기기들은 본체를 누르는 등의 방법으로 간편하게 해제할 수 있어 사용자가 원할 때 바로 해제가 가능하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보행 시 안전을 위해 △전방 주시하며 걷기 △이어폰 한쪽만 착용하기 △주변 경고음에 반응할 수 있도록 조절 기능 활용하기 등의 사용 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소통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새로운 사회적 에티켓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외부 소음을 차단해 몰입감을 제공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타인과의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 학우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면 의도치 않게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로 인해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은 주변 상황을 고려하고, 필요시에 이어폰을 잠시 착용하지 않는 등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노이즈 캔슬링. 이 기술은 사람들에게 고요한 일상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소통 단절, 안전 위험 등 사회적 문제도 야기했다. 노이즈 캔슬링의 바람직한 사용 문화가 중요시되는 지금,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사용자들의 건강한 사용의식이 함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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