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의 세월이 담긴 서울미래유산, 청계천 헌책방 거리
청계천에서 독서할 수 있는 청계광장 야외도서관
“서울문학축제로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도심 속 자연과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곳, 청계천. 서울의 대표적인 나들이 명소로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이곳은 자연과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불어온 ‘독서 열풍’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기 위해 청계천을 찾고 있다. 책 향기 머무는 청계천의 묘미를 느껴보기 위해 동대신문이 직접 발걸음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 (사진=고아름 기자.)
▲청계천 헌책방 거리 (사진=고아름 기자.)

헌책의 역사를 간직한 청계천 헌책방 거리

시장 분위기로 시끌벅적한 동대문 평화시장 한편엔 책들이 수북하게 쌓인 거리가 있다. 바로 청계천 앞 전태일 다리와 오간수교 사이에 위치한 ‘청계천 헌책방 거리’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역사는 한국 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으로 인해 책 공급이 어려워지자 학생들은 이곳에서 헌책과 교과서를 사고팔았다.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선 100개가 넘는 서점이 청계천 일대에서 운영되는 호황을 누렸다. 이후 2013년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서울시로부터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돼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자산이자 서울 근현대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대형 서점들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청계천의 헌책방들은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 지도상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남아있는 서점은 10여 곳으로, 100여 곳이 운영되던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청계천 헌책방 내부 (사진=고아름 기자.)
▲청계천 헌책방 내부 (사진=고아름 기자.)

본 기자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영업 중인 서점 여러 곳을 방문했다. 가게 안팎은 각종 서적으로 빼곡히 쌓여 마치 책의 보금자리 같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종이 내음을 흠씬 풍기는 책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큰 특징은 다양한 중고 서적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외국 서적이나 전공서를 반값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오래전 절판된 책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0일까지 청계광에서 운영된 서울야외도서관 ‘책 읽는 맑은 냇가’ (사진=고아름 기자.)
▲지난 10일까지 청계광에서 운영된 서울야외도서관 ‘책 읽는 맑은 냇가’ (사진=고아름 기자.)

맑은 냇가에서 즐기는 청계광장 야외도서관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종로를 향해 걷다 보면, 청계천의 발원지인 청계광장이 나온다. 광장에선 올해 4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서울도서관이 주관하는 ‘책 읽는 맑은 냇가(이하 청계광장 야외도서관)’가 운영됐다. 

청계광장 야외도서관에는 다양한 장르의 도서 2천여 권이 동물 모양 서가와 책바구니 등에 비치돼 시민들은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골라볼 수 있었다. 또한 한강 작가의 대표작 및 베스트셀러 도서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대출 서비스가 야외도서관 중앙에서 운영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청계천 한편에서 진행된 서울거리공연 ‘구석구석 라이브’ 버스킹과 함께 낭만 가득한 독서를 즐겼다. 

▲청계광장 야외도서관에서 독서하는 시민 (사진=고아름 기자.)
▲청계광장 야외도서관에서 독서하는 시민 (사진=고아름 기자.)

본 기자는 청계광장 야외도서관에서 열독 중이던 시민들을 만났다. 경기도 안산에서 찾아온 한 시민은 “평소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시원한 물가에서 독서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청계광장”이라며 “업무를 끝내고 청계광장에 와 커피와 함께 티타임을 가진다”고 전했다.

 

▲제16회 서울문학축제 ‘2024 문학의 도시 서울’을 즐기는 시민들 (사진=고아름 기자.)
▲제16회 서울문학축제 ‘2024 문학의 도시 서울’을 즐기는 시민들 (사진=고아름 기자.)

문학이 축제로, 2024 서울문학축제

지난 26일에는 청계광장 소라탑 앞 광장에서 제16회 서울문학축제 ‘2024 문학의 도시 서울’이 개최됐다. 행사에선 ▲문학 낭독대회 ▲근대문학 투어 ▲문화콘서트 등이 진행됐으며, △근대문학 체험부스 △북캠핑 △놀이하는 사람들의 놀이터 등 다양한 부스가 운영됐다. 서울문학축제를 개최한 한국여성문예원은 행사 장소를 청계광장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청계천과 청계광장은 근대문학의 발상지인 서울의 문학적 가치를 밝힐 수 있는 장소”라며 “청계천은 종로와 명동을 잇는 중간 지역이자 박태원의 장편소설 『천변풍경』의 배경지라는 점에서 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 설명했다.

서울문학축제는 문학을 축제로 승화시키며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특히 ▲근대문학 투어는 염상섭의 장편소설 『삼대』를 중심으로 진행돼 주목 받았다. 투어에 참여한 시민들은 경성 의복과 소품을 착용하고 『삼대』의 배경지인 서촌과 북촌을 돌아보며 소설 속에서 드러난 1930년대의 혼란했던 시대상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한국여성문예원은 “사람들이 문학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서울문학축제를 통해 한국 문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서울문학축제에서 진행된 문학 퀴즈 (사진=고아름 기자.)
▲서울문학축제에서 진행된 문학 퀴즈 (사진=고아름 기자.)

 

희귀한 책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부터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냇가를 바라보며 독서할 수 있는 청계광장까지. 청계천은 자연을 거닐 수 있는 곳을 넘어 이색적인 독서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떠올랐다. 이번 가을, 청계천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책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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