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가 모든 국부의 원천이 노동이라고 했을 때 그 노동이란 원자재를 생산・가공하거나 상품을 제조하는 육체노동을 말했다. 그 즈음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근대적 시간관과 자본주의적 노동관에 적응한 사람들의 노동력을 규격화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정밀성에 기반해서 생산도구나 부품을 규격화시킨 다음에 이 둘을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공장의 분업체계 속에서 결합시켰던 일련의 공업화 과정이었다. 19세기 공장제 생산에서 종속노동은 임금을 대가로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육체노동을 제공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고용계약의 전형으로서 정착되었다. 20세기 노동법은 한걸음 나아가 근로란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정신노동까지 말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종속노동이 사무직 노동, 즉 화이트칼라까지 포함하는 산업사회의 보편적인 노동임을 천명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종속노동 이론’은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창(窓)으로서 패러다임의 역할을 20세기 내내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노동보호법과 집단적 노사관계법이 구축되고 정비되었다.
그런데 근래 서비스경제가 확산되고 디지털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고용형태와 취업형태가 과거와 달리 점점 다변화・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1인 독립자영인, 프리랜서처럼 전형적인 근로자로 보기 곤란한 취업형태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의 변화양상은, 과거 노동법의 입법 당시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다양한 취업형태 종사자(노무제공자)들의 공통점은 통상적인 사업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3자를 사용하지 않은 채 오로지 본인의 노동력만을 누군가에게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다. 이는 사업장내 분업을 넘어 사회적 분업이 점점 고도화되고 규격화되어 거래되고 있는 현재 실정을 잘 보여준다. 우버, 타다, 청소박사, 우렁각시 등 노무중개 플랫폼처럼 업무내용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초단기간에 걸쳐 완수되는 비정형적 노동의 거래가, 디지털기술 발전 덕분에 플랫폼사업주의 시스템에 긴밀하게 연결되어서 편입된다. 그 결과 이들 노무제공자들은, 전통적인 사용종속관계를 대체해서 나타난 강력한 시스템에 여전히 종속된 채 노동을 제공한다. 다른 한편 디지털 기술변화는 점점 외부노동력의 활용이라는 간접고용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다. 노동과정이 디지털 알고리즘으로 쉽게 관리되는 탓에 사용자가 항시적으로 감독하거나 업무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목표한 생산성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용자가 누구인지가 모호해지고 노무제공자의 안전보건, 재해보상, 근로시간, 근로감시로부터의 보호 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먼저 특정한 기업이나 사람의 근로자일 것이 요구되는데, 보호를 요청하는 자가 정말 근로자가 맞는지, 보호의무와 법상 책임을 부담하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확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서구 국가들조차 아직 명쾌하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는 있다. 첫째는 기존의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여 가급적 이들 노무제공자들을 근로자로 포섭하여 보호하는 방안이다. 다만 비용 상승의 우려가 있다. 둘째는 근로자와 자영자 사이에 중간지대의 보호대상을 만들어서 적당한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독일의 유사근로자 개념이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근로자 여부 판단과 상관없이 1인 노동을 제공하는 노무제공자(프리랜서 포함)이기만 하면 필요최소한의 보호규정을 마련해 두는 방안이다. 더 나은 보호를 주장하려면 근로자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각 방안들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앞으로 어떠한 방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노동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