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후 중앙도서관 입구는 한동안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학우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취업박람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취업 고민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다가온 이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며 각종 부스 앞을 서성였다. 높아진 하늘 아래 바람은 점차 식어 가는데, 그들이 앉았다 간 자리의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매년 9월 셋째 토요일은 청년의 날이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청년의 날은 어린이날, 성년의 날 등과 달리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법정기념일이다. 청년의 날의 근간이자 청년 권리와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날과 마찬가지로 불과 5년 전에 제정됐다. 이는 우리 사회가 청년의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고조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대 후반이다. 당시 대학 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 정도로 인상됐고, 가계 교육비의 부담이 가중되자 대학생들은 ‘등록금 투쟁’을 벌였다. 이때 대학생들이 낸 목소리가 중요한 사회 이슈로 자리 잡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노동 문제, 주거 실태 등 청년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 당사자들이 늘어났고, 지역과 정부가 청년 문제를 의식하면서 청년 정책이 큰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됐다.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에 초점을 맞춰 청년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부의 청년 정책을 살펴보면 예산이 증가하는 등 정책 규모가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와 보편적인 사회 격차가 심화한 현 상황에서 일자리 투입과 지원에만 집중한 정책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요한 청년 비정규직 문제는 국정 과제에서 밀려났다. 사회안전망에서 취약한 청년 노동자가 쓰러졌다는 기사가 반복적으로 보도되는데도 사각지대의 취약성을 해결하려는 제도는 정체되어 있다. 청년 주거 문제는 공급 중심의 정책만이 되풀이되고, 청년이 국정의 동반자라는 말 뒤에 청년 당사자의 정책 참여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청년을 위한 목소리 안에 청년이란 주체는 사라졌다.

올해 청년의 날에는 청년 ‘쉬었음’ 인구가 8만 명을 경신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 댓글에서 어떤 이는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부럽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아프기에 청춘이라고 한다. 청년들은 가장 푸르고도 가장 불안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어떤 미래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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