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University of Oslo

▲오슬로에서 관찰한 5월의 오로라 (사진제공=강민지 학우.)
▲오슬로에서 관찰한 5월의 오로라 (사진제공=강민지 학우.)

이미 경험했든, 아직 경험하지 않았든 누구에게나 터닝포인트가 되는 선택이 있을 테다. 나에게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한 게 그러했다. 사실 처음부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남들이 돈 모아 가는 유럽 여행에도, 해외 경험을 위해 떠나는 워킹홀리데이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랬던 내 생각이 바뀌었던 계기는 정말 우연적이었다. 23년도 1월, 해외 취재를 위해 열흘 동안 머물렀던 호주에서 처음으로 내 세상이 넓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마다 다른 가치관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나의 가치관에 의문이 생겼다. 남들이 정해놓은 틀에 맞춰 살아온 나의 삶이 정말 내가 원하던 삶이었는지 궁금해졌다. 그 답을 찾고자 교환학생 지원을 결심했다.

파견 국가를 고민하던 당시, 나는 현지 문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관광지가 아닌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노르웨이에서 보낸 7개월은 매일이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봄 학기 개강이 1월이라 남들보다 일찍 출국하게 됐는데, 2024년 1학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학기이자 가장 대학생다운 학기였다. 1주 차 개강, 8주 차 중간고사, 15주 차 종강. 일괄적인 학사일정이 존재하는 한국과 달리, 노르웨이는 수업마다 모든 일정이 달랐다. 개강이 빠르다고 해서 매주 수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부활절, 윈터 브레이크처럼 쉬어가는 주간도 있었고,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시험을 치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도 주어졌다. 이처럼 여유 있는 학기를 보내며 내가 느낀 건 대학교가 꼭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대학생 때는 하고 싶었던 일을 도전해 보며 나를 찾는 게 중요함을 학교가 가르쳐주는 것만 같았다.

어떤 수업 중 한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내가 가르치고 있지만, 나도 여전히 배우고 있는 사람이니 교수가 아닌 선생님으로 불러주세요”. 교수님께서 스스로를 professor가 아닌 teacher로 칭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학생들도 선생님을 professor라는 호칭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떤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질문하거나 간식을 먹기도 했다. 출석도 확인하지 않았다. 노르웨이에서 ‘대학’이라는 기관은 수직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 아닌, 유연하게 지식을 공유하는 곳으로 느껴졌다.

▲노르웨이에서 '산'은 최고의 자연 썰매장 (사진제공=강민지 학우.)
▲노르웨이에서 '산'은 최고의 자연 썰매장 (사진제공=강민지 학우.)

 

노르웨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나쁜 날씨란 없다, 나쁜 옷만 있을 뿐”. 눈 오는 게 나쁜 날씨라 할 수는 없지만, 눈은 상상 이상으로 많이 내린다. 3월은 물론, 4월 중순까지도 가끔 오곤 했다. 그렇다고 긴 겨울이 무기력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겨울이 긴 덕분에 노르웨이는 동계 스포츠가 잘 발달되어 있다. 스키 장비, 스케이트 장비도 무료로 대여 가능한 곳이 많고, 특히 산에서 타는 썰매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으니, 노르웨이에 갔다면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 추운 바다에 뛰어들고 바로 사우나로 들어가는 ‘아이스 배싱&사우나’도 체험해 보기 좋다. 또 오로라 지수가 높고 하늘이 맑다면 오로라를 기대해 보아도 좋다. 이렇게 겨울을 보내고 나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좋은 날씨가 찾아온다. 노르웨이 국경일인 5월 17일에는 곳곳에서 아침부터 퍼레이드가 열린다. 이날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로, 평소보다 한층 더 밝은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편, 대부분의 노르웨이인은 영어를 잘 구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르웨이어를 몰라도 생활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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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국경일(5월 17일) 퍼레이드 (사진제공=강민지 학우.)

해외에서 직접 살아본다는 것은 단순히 ‘살아봄’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내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내가 선택한 결정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느 곳을 가든 모두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거창하게 걱정하거나 기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대신 교환학생 지원의 계기가 분명하다면, 반드시 그 답은 찾게 되어있다. 나 역시 그 답을 찾아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7개월의 추억은 덤으로 따라와 내 평생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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