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 강사
▲김성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 강사

이야기 좋아하세요? 대부분 이야기는 한 사람이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역경과 고난을 헤쳐 나아가 해피 엔딩 혹은 배드엔딩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겪는 사연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끼는 이유는 주인공의 특출난 외모나 특별한 능력 때문일 수도 있고, 너무나 공감되는 처지나 혹은 기가 막히는 주변 인물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성공 여부는 주인공, 사건 그 자체, 주변 인물들보다 그 모든 것을 품는 이야기의 배경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이야기든 나름의 각기 다른 뒷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세계관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 속 세상의 배경 구성에 따라 색다른 인물들이 만들어지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행위에 개연성이 부여됩니다. 이때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겪는 일이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해결 방식이 옳은지 그른지, 누가 악인인지 선인인지 등은 우리 마음대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야기의 세계관이라 할 수 있는 배경은 그 이야기 세상의 신이자 주인인 저자가 만든 것이고, 그 세계관이 우리와 다른 기준의 가치나 윤리, 도덕 등으로 이루 어져 있다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죠.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세계관이 있고, 다양한 사회에 저마다 다른 배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 삶의 주인공으로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배경이 그만큼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여러분 인생 이야기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이야기 배경은 어떤가요? 매력적인가요? 매력까진 잘 몰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 마음에 드나요?

먼 훗날 누군가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때, 하필 나를 주인공으로 골라서 풀어본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현재 이 시대의 세계관 혹은 배경에 따라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를 짚어보는데, 이야기의 뼈대인 배경이 형편없어서 내 이야기는 전혀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네요. 심지어는 부도덕하고 야만적이라고 합니다. 나는 나름 성실하고 바르게 열심히 재미있고 신나는 삶을 살았는데 말이죠. 작가가 만드는 이야기 속 세상과 달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안타깝게도 혼자 만드는 이야기가 될 수 없고, 세계관이든 배경이든 그것을 구축하는 것 역시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데 억울하지 않나요?

나의 이야기를 조금 더 온전히 나의 이야기로 만들 방법이 있습니다. 미약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사회 ‘담론(談論, discourse)’에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보는 겁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담론은 이 시대를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인생 이야기의 세계관, 배경, 철학, 신념 등 그 무엇이라 대신 불러도 좋을 중요한 뼈대입니다. ‘사회 담론’은 나의 것이 아닌 것 같고, 또 나와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나와 우리 인생 이야기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나이고, 내 인생 이야기의 주인도 나라면 그 이야기의 배경 역시 나의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나의 배경으로 삼고 싶지 않은 틀린 이야기, 부족한 이야기, 왜곡된 이야기 등이 보이거나 들린다면, 즉 지금 사회 담론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라도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수정하거나, 아니면 옳은 이야기를 더 크게, 더 넓게 퍼뜨려 보다 더 온전히 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칼럼의 제목은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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