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의 모 대학교 졸업생이 지인들의 사진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악질 범행이 드러났다. 이어 대학가를 넘어 중고등학교, 군대 등 지역·학교·직업 등으로 구체화된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성범죄가 우후죽순 적발되며 파장을 일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일상 사진부터 군 내부망의 증명사진까지 악질 범행에 이용된 탓에 자신도 은연중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졌다. 이에 SNS에선 개인이 만든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역 지도’가 공유되고, 온라인상 프로필과 사진을 내려 추가적인 피해를 막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개인의 대처와 예방이 아니라 당국의 강력 대응이 아닌가.
법과 기술의 그늘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성범죄가 수면으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의 공분을 샀던 ‘N번방’ 이후로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당시 디지털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N번방 방지법’ 등 대책을 마련해 시행을 촉구했음에도 동종·신종 디지털 범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심의 건수는 6만 7천여 건이었다. 또한 경찰청은 올해 1~7월 전국에서 총 297건의 불법 합성물 성착취 범죄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갈수록 피해자의 고통이 극심해지고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 또한 복잡해지고 있는데 디지털 성범죄 TF팀 해체, 디지털 성범죄 예방사업 예산 전액 삭감 등 대책은 오히려 퇴보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비롯해 딥페이크를 명백한 범죄 행위라 일컬으며 관계 당국에 철저한 실태 파악과 강력 수사를 지시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서버가 외국에 있는 텔레그램 메신저 등 법과 기술의 사각지대에서 주로 이뤄지곤 한다. 그렇다고 한들 범죄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4년 전 ‘딥페이크 영상물 처벌 대책’을 논하기 위한 자리에서 한 국회의원이 “자기만족을 위한 영상을 가지고 혼자 즐기는 것도 처벌할 것이냐”고 안일한 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장되기에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고통받는 피해자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엄중히 인식하고 이들의 피해 보호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