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 21
▲홍혜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전공 21

‘58, 59, 60...!’ 클릭 한 번으로 기쁨과 좌절을 넘나들게 하는 수강신청 기간이 다시 돌아왔다. 개강을 생각하며 시간표를 짜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졸업 전까지 몇 학점이 남았으며,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치밀하게 계산했다. 과거의 내가 부지런했던 덕에 다행히 졸업까지의 학점은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평소 듣고 싶었던 강의들을 내 시간표에 담아봤다. ‘작곡 실습’, ‘청년문화’ 등 관심은 있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강의들을 이번 기회에 다시 끄집어 올렸다. 하지만 수강신청이 끝난 내 시간표에는 위 수업들은 온갖 데 없고 별 두 개짜리 강의들만 가득했다.

과거 나는 대학교만 오면 원하는 강의를 마음대로 들을 줄 알았다. 중고등학교의 짜인 시간표가 아닌 자율적인 시간표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대학생의 특권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학생들은 평소 관심 있는 학문을 선택하기보다는 학점 채우기에 급급해 있었다.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좌는 몰리는 학생 수에 비해 항상 부족했다. 반면, 새롭게 개설된 강의들은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해 폐강에 이르렀다. 비싼 등록금을 냈지만, 원하는 수업은 들을 수 없다니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이 해야 할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고등교육기관의 대학이지만 학생들은 정말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있을까. 그저 취업이라는 현실에 부딪혀 학점 채우기용 강의만 듣는 게 아닐까.

지난해 교환학생을 갔을 때 우리나라와는 다른 수강신청 시스템에 놀라곤 했었다. 내 파견 대학에는 별도의 수강신청 시스템이 없었다. 대신 각 단과대 별로 코디네이터가 있었다. 아날로그적 방식에 좀 놀라긴 했지만 이들의 수강신청 문화가 새롭게 다가왔다. 코디네이터가 나에게 수업 리스트를 보내주면 나는 그중 몇 개를 선택해 그에게 알려주면 되는 방식이었다. 심지어 코디네이터는 수업 선택이 어려울 시 언제든 상담을 해 줄 수 있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한국에서 매 학기마다 스트레스받아 가며 수강신청을 해오던 나에게는 위 방식이 매우 간단하고 편했다.

수업방식 역시 한국과는 매우 달랐다. 한국의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참여형 수업이었다. 교수와 학생들의 말이 핑퐁처럼 오갔다. 물론 나는 한국 교육에 익숙했던 차라 이와 같은 적극적인 수업이 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는 이 교육방식이 더 건강하고 바람직하게 느껴졌다. 외국 학생들의 생각은 나와 비슷했지만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은 더 적극적이었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이는 발표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대본을 프린트하고 틀려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에 그저 대본을 읊는 발표가 많았다. 나 또한 그랬다. 제한 시간 안에 그저 PPT 속 내용을 많이 말하려다 보니 정작 발표를 듣는 사람들은 고려하지 못했다. 재미없고 인상적이지 못한 발표였다. 하지만 외국 학생들 중에는 대본을 준비한 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자신이 아는 내용을 청중들에게 정확히 설명하고자 했다. 발표 시간 내내 청중들의 눈을 바라봐 주었고 질의응답 시간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다른 수강신청 시스템과 교육방식.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다. 그저 다를 뿐이다. 다만 좋은 점은 강화하고 부족한 점은 채울 줄 알아야 한다. 편리한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우리대학은 학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어떤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강의 평가는 형식상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 매 학기 해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교 측은 강의를 개설할 때 이전과 같이 반복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선호도, 강의평가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학생들의 요구와 의견을 쉽게 무시하면 학생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숨기보다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공부할 수 있는 그런 대학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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