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University of Southampton

지난 무더운 여름의 더위가 꺾일 무렵, 나는 영국으로 떠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사우스햄튼이라는 도시로 떠났다.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영국으로 간다고 하면 모두 런던을 상상하는데 사우스햄튼은 런던과는 기차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남동부에 있는 작은 도시다.

인천공항에서 가족들과 헤어질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영국에서의 삶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가늠조차 가질 않았다. 영국에 도착해 “Good luck with your study”라며 나의 비자 위에 도장을 쾅 찍어 준 입국심사관의 말을 들을 때까지는. 입국심사대를 거쳐 사우스햄튼으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 기차역에 혼자 멍하니 서 있으니 문득 이 낯선 곳에서 나는 혼자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한국과는 비슷한 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낯선 풍경, 온통 들리는 익숙지 않은 영국식 영어 말소리들. 두려움도 물론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갈 생각에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내가 교환학생을 가게 된 계기는 불완전한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그뿐만 아니라 생각의 시야를 넓히고 싶어서도 있었다. 한국에서의 나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져 버린 자신을 보며 낯설고 불편한 것들에 부딪히며 더 성장하고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싶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나라들에서 수학할 기회들을 제공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한국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유럽에 살아보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당연할 수 있겠지만 영어권이라는 이유가 컸는데, 단순히 선택했던 내 결정은 정말 나에게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University of Southampton 캠퍼스의 전경 (사진제공=이서영 학우.)
▲University of Southampton 캠퍼스의 전경 (사진제공=이서영 학우.)

 

교환학생으로서 바라본 영국의 대학생활

영국 대학교의 수업방식은 한국과 다르게 강의와 세미나로 나뉜다. 강의에서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세미나에서는 소규모 그룹으로 토론을 진행한다. 수업 전에는 한국과는 다르게 많은 예습이 요구되며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내가 수강했던 모든 수업은 Reading list라는 일종의 강의자료를 제공했고, 수업 전에 미리 읽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리고 학기 마지막에 에세이 혹은 시험을 봐야 하는데, 이때 학기 중에 소화했던 내용을 쏟아내는 것이 영국 수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 어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누구도 강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질책하지 않으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에세이 작성 기간이 되면 Q&A 시간을 마련하는 등 담당 지도교수님께서 학생의 어려움을 깊게 이해해 주시며 편의를 봐주신다.

▲방학 중 다녀온 스페인 (사진제공=이서영 학우.)
▲방학 중 다녀온 스페인 (사진제공=이서영 학우.)

 

유럽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

나는 크리스마스, 부활절, 여름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많이 다녔다. 휴가 기간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기 때문에 학기 중간에도 수업이 없는 날을 활용해 가까운 나라들을 짧게 방문했다. 런던에는 히드로 외에도 저가 항공이 취항하는 개트윅, 스탠스타드, 런던시티, 루턴 등 여러 공항이 있으며, 이 중 사우스햄튼과 가장 교통이 편리한 개트윅 공항을 주로 이용했다.

또한, 영국 내에서도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특히 런던을 자주 갔고, 옥스포드, 바스, 브라이튼 등 소도시도 방문하였다. 문화의 중심지인 영국인만큼 영국에 머무는 동안 콘서트, 뮤지컬, 축구 경기 관람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했다. 소도시는 영국에 살지 않는다면 가기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어 날씨가 좋은 가을, 봄을 이용해 당일치기 여행으로 자주 다녀왔다. 

유럽에는 정말 많은 나라들이 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각자 쓰는 언어도 다르며 삶의 방식과 태도도 다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나라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교환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베네핏이라고 생각한다. 교환학생을 고려하고 있는 학우분들이 있으시다면 이를 충분히 누리시기를 바란다.

▲방학 중 다녀온 모로코 (사진제공=이서영 학우.)
▲방학 중 다녀온 모로코 (사진제공=이서영 학우.)

 

새로운 만큼 소중했던 영국에서의 일상들

사우스햄튼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과 큰 쇼핑센터가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날씨가 좋으면 굳이 방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곳저곳 이미 가본 곳들이라도 돌아다녔다. 이 덕분에 사우스햄튼의 모습은 아직도 또렷이 머릿속에 프린트 된 것처럼 생생히 느껴진다. 

이미 유명하지만, 영국의 물가는 매우 높다. 특히 외식물가가 그렇다.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만큼은 정말 저렴하다. 나는 거의 매 끼니를 집에서 요리해 먹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영국인만큼 영국 마트에는 다양한 식재료들이 있다. 심지어는 한국 라면도 팔고 있다.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해 먹는 것은 나의 1년 일상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자 취미였으며, 이 속에서 많은 즐거움을 찾았다. 

또한, 나는 동아리 박람회, 학교에서 진행하는 social 모임 등 다양한 곳에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같이 밥도 먹고 게임도 하고 영국 하면 유명한 펍도 자주 갔는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를 배울 수 있었고, 돌이켜보면 정말 소중한 추억들뿐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시간 덕에 영국을 더 잘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었으며, 교환학생 기간을 단순히 잠깐 머물다 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일상을 더 온전히 즐기고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우스햄튼 시내 모습 (이서영 학우.)
▲사우스햄튼 시내 모습 (이서영 학우.)

 

나를 찾아가는 과정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제각기 삶의 방식들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조금 더 나답게 행동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게 아닌, 그냥 그럴 수 있고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일종의 나다울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처음 새로운 환경에 던져졌을 때는 익숙한 한국이 분명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내가 처했던 모든 상황에 감사함을 느낀다.

 

교환학생을 고려하는 학우분들께

교환학생을 고려하는 데에는 언어, 여행, 휴식 등 각자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다른 나라에서, 그 나라 학생으로서,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후회 없이 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이기에 쉬운 상황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학생의 신분이기에 어느 곳을 가도 배려받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의 목표를 이루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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