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문화학술원 교수
▲김성규 문화학술원 교수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그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본능적으로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는 말을 한 것인데, 이렇게 맺어야 하는 인간관계는 본능으로만 정의하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과업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끊임없이 인간관계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으며,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행복을 누리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지칭하는 용어 중에 ‘대인관계 유능성’이란 것이 있다. 대인관계 유능성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 형성된 분위기를 읽어내는 능력부터 적합한 유머를 하는 능력, 타인의 상황을 고려해서 적절한 태도를 보이는 능력 등 인간관계의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 일체를 일컫는다. 그렇기에 대인관계 유능성은 ‘사회지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인관계 유능성은 인간관계에 대한 정량적 경험이 많다고 해서 저절로 높아지는 성질의 능력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관계로 인한 상처를 계속 받다 보면 그러한 정량적 경험에 비례하여 대인관계 유능성은 하락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대응하는 일 그 자체를 두려워하게 될 수도 있다. 횟수보다는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하나하나에 대해서 얼마나 세심하게 대응하고 자신과 타인의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가가 대인관계 유능성을 기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알아가야 한다. 자기 자신이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무엇을 추구하며 어떤 성품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인지, 무엇이 부족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자기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파악하여 장점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하고 단점은 보완한 후,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자 하는 노력을 ‘자존감’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자존감이 강하고 높은 사람이라 부른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대인관계 유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한 사람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는 능력과 더불어 관계를 잘 정리하는 방식도 적절하게 익힐 수가 있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과의 이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숙명을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길들인다는 건 눈물 흘릴 걸 각오해야 하는 일’이라며, 관계의 형성은 필연적으로 이별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유려하게 표현했다. 나는 생텍쥐페리처럼 아름다운 표현이 아닌, 나쁜 인간관계 정리를 위한 과격한 표현을 해보겠다. ‘인간관계를 정리함에 있어 피를 묻힐 걸 각오’해야 한다. 파괴적인 인간관계를 정리함에 있어 좋은 이별이나 순한 이별은 있을 수 없다.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 또한 다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 하나는 꼭 명심하길 바란다. 자신에게 피해와 고통만을 주는 인간관계는 없느니만 못하다. 장 샤르 부슈는 파괴적이고 고통만 주는 인간(특히, 극성 나르시시스트)과는 반드시 인간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그들과 완전히 인연을 끊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며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우선하는 일은 없다”

우리는 삶을 행복으로 이끌기 위해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특정 인간관계로 인해 삶이 고단해진다면, 그때는 그 인간관계를 정리할 때가 온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 역시 피를 볼 수 있지만, 관계의 단절을 위한 일시적 고통은 ‘비상을 위한 추락’이라 여기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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