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대면 상황에서 학습 가능한 방법 중 하나로 메타버스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대학 차원에서 입학식이나 졸업식과 같은 공식행사를 메타버스로 진행하기도 하였고 교과목 수업을 메타버스로 개발하기도 하였다. 특히, 언어 수업을 웹엑스나 줌과 같은 회의용 플랫폼으로 진행할 때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수업의 일부를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시도도 많았다.
메타버스 중 한국어교육에 활용된 플랫폼은 게더타운(Gathertown), 이프랜드(ifland), 제페토(Zepeto), 스페이셜(Spacial), 로블록스(Roblox) 등이다. 이들은 동시 사용 가능 인원, 제작 방법, 기능 등에 차이가 있어 사용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가장 최적화된 플랫폼을 선택하면 된다. 한국어 수업에 주로 활용된 것은 제페토와 게더타운이었다. 제페토는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실재감(presence)을 느끼며 체험하고 아바타 간 교류를 통해 학습자의 불안감을 낮추어 상호작용 기회를 부여한다는 장점이 있고. 게더타운은 실제와 유사한 공간을 넘나들며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구성할 수 있어 실재감과 흥미를 제고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업을 구성하는 데에 교수자의 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런데 국내 업체가 개발한 젭(ZEP)이 나오면서 게더타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성이 편리하고 다양하며 한국 곳곳의 장면들이 실제와 유사하게 만들어 제공되므로 교수자나 개인이 한두 시간의 학습으로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교육에서는 젭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시도가 급증하였었으나, 코로나 상황이 정리되고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지속적으로 메타버스를 개발하는 기관은 많지 않으나, 세종학당은 대상 학습자가 세계 곳곳에 있고 대면수업의 양이 많지 않다는 교수학습 상황을 고려하여 정규 수업의 일부를 젭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도 해당 수업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한 본교에서는 2024 Dongguk Metaversity Wish Festival과 같은 메타버스 연등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나는 교육공학전공자도 아니고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도 아니라서 메타버스나 인공지능에 대해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학습 대상자가 외국인 유학생이고. 그중 일부는 바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의 한국어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있어,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한국어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중 하나가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의 활용이었다. 외부 강연이나 세미나를 찾아 공부하고 독학으로 주요 연구자의 결과물을 찾아 학습하였다. 그러던 중,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전공생 중 몇 명이 메타버스로 논문을 쓰고 싶다고 찾아오면서 교수와 학생이라기보다는 공동연구자로서 함께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기존 한국어과정에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였고 점차 연구 범위를 넓혀 한국어능력시험 준비에 활용, 메타버스를 활용한 한국 문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점점 전문적인 연구로 이어졌다. 더 잘 가르치고 싶다는 고민에서 출발하여 공부하던 중 동료를 만나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다 보니 성과물을 낼 수 있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동료들이 학생이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메타버스든 인공지능이든 다른 소스의 활용이든 몇 번의 검색만으로도 기본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시대이다. 어떤 전문가의 가르침을 받아야만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기보다는 각각의 전문가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협업한다면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낼 수도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 각각의 전문가는 외국어를 25년 넘게 가르친 언어교육 전문가일 수도 있고,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기까지 공부한 언어 학습 경험치를 소유한 전문가일 수도 있고, 아직 전문적으로 연구해 보지 못했지만 이제 막 어떤 관심사가 생긴 예비 전문가일 수도 있다. 나의 메타버스 연구도 그러하였다. 학습자와 교수자는 서로 가르치며 성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서의 학습자는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학부 학생도 마찬가지이다.
자, 이제 내가 연구하고 싶은 관심거리를 찾아보자. 그리고 함께할 도반도 찾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