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한국 교육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수업시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학부모로부터 4년에 걸쳐 부당하게 보상책임을 추궁받던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갑질 학부모에 분노한 시민들의 신상털기와 문자폭탄이 이어졌고 그가 다니는 농협에 예금인출과 같은 일반 국민의 제재가 가해지면서 그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페트병’ 사건을 접한 국민 중에는 언제부터 교사가 학부모와의 사이에서 을로 전락했는지 의아해하는 시선도 분명 있다. 교사가 청년 일자리 중 ‘워라밸’이 가장 확실하고 그래서 가장 선호되는 직업이었던 시절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한 세대 사이에 완전히 달라졌다. 교총이 2023년 스승의날에 즈음하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직만족도가 23.6%로 같은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6년의 1/3 수준이었다. 이러한 만족도 급락의 배후에는 교권 추락이 자리하고 있다. 교권 추락의 핵심원인은 다시 공교육의 몰락이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의 기치 아래 실천한 것은 사교육 억제였다. 이는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들이 요구하는 변별력의 확보와 충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교육 평준화’ 이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공교육으로는 이 변별력을 동시에 보장할 수 없다. 이 틈새를 노렸던 사교육이 팽창하면서 급기야 공교육을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사교육을 뒷받침하는 경제력이 학생의 성공적인 입시의 결정요인이 되어갔다.

최근의 교육부 발표까지 수십 년 동안 알맹이 없이 외쳐온 ‘공교육의 정상화’는 ‘공교육의 강화’로 목표설정이 명확해져야 한다. 대입 수능에서 사교육에 밀려난 공교육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이 공교육 강화의 핵심이다. 공교육이 강화되어 대입에서 위상이 높아져야 학생 인권의 잠식 없이 교권도 회복될 것이다.

공교육이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교육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목격되어서도 안 된다. 차별당하는 자의 권위를 학생들이 인정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동료교사들에 무시당하는 교사가 있다면 언젠가는 무시하는 교사들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무시당한다.

공교육 강화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완화를 전제로 해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불평등구조를 유지하고 싶은 기득권층은 ‘좋은 학교 진학’이라는 값비싼 성과를 통해 기득권을 정당화하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층이동경로로서 내실 있는 공교육의 기회는 살려두어야 한다. 학부모의 갑질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지키기 위해 일반 시민들이 학부모에게 직접 가하는 제재는 국가의 게으름과 무능에 대한 질타이다. 사교육을 점차 대체할 수 있도록 국가가 공교육과 교권을 강화하여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헌법 제31조 ①항)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만 해소될 수 있는 비상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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