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부쩍 늘어난 일중에 ‘심포지움’이라는 것이 있다. 본래에는 순수한 학문과 관련시켜 써왔던 이 제도가 요즈음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써먹을 수 있게끔 대중화되어 가고 있다. 실업인들도 연예인들도 정치인들도 학자나 다름없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동료들이 모인다면 언필칭 ‘심포지움’이다.
‘심포지움’은 이 다양화됨에 따라 그 규모도 또한 확대되어 가고있는 것이 작금의 태도이기도 하다. 학교 강의실이나 회의실에서 오순도순해도 될일같지만 대부분의 규모가 크거나 국제적인 ‘심포지움’들은 호화로운 호텔이나 유람지에서 전개되는 것이 두드러진 경향이다. 이러한 규모의 ‘심포지움’은 대개의 경우 자금의 출처가 국내의 굵직한 기관들이다. 비교적 풍부한 보조를 받기 때문에 외국인 참석자들은 특급호텔에 머무를수가 있고 발표자들은 그런대로 구미가 돋는 액수의 연구보조비라는 것을 받으며 ‘매스컴’들은 또 지면을 아끼지않고 연일 大書特筆(대서특필)하여 보도해주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포지움’의 소득은 무엇일까? 진정한 의미의 소득을 따진다면 이러한 모임은 지성의 ‘피크닉’ 역할을 한다는 것외에 거론할 것이 사실없다. 아무도 똑똑한 학자치고 뭐 대단한 새로운 이론이나 학설을 듣고자 ‘심포지움’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을 자기가 속해있는 국내외의 학술기관의 전문지를 읽음으로써 훨씬 잘 정돈되고 깊이가 있는 지식을 얻게되는 것이다. 몇페이지의 요지 또는 후에 발표되는 논문이라는 것도 그것이 그많은 수다를 피우고 떠들어댄 ‘심포지움’의 소산물이라고 볼때엔 초라하기 그지없어진다. 그러므로 학문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소득은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들면 글을 통해서만 알고있던 학자와 대면을 할 수 있는 기회라든지 전체적인 연구의 경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든지 하는 것을 탐지할 기회의 역할을 하고있는 것등이다.
실정이 이렇다 해서 ‘심포지움’이 필요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사실 ‘심포지움’은 꼭 필요하다. 硏究室(연구실)에만 들어 박혀 전공에 몰두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도 또 반드시 교환이 시간 (흔히들 ‘리셉션’이라고 부르고) 동료 또는 ‘동업자’들과 잠시나마 학문얘기를 떠나서 세상살이 얘기라도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심포지움’은 계속 있어야 될 줄 안다. 사실 ‘심포지움’이란 말자체가 희랍어에서 ‘같이 술을 마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도 일리가 있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