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법학관과 혜화관을 잇는 구름다리를 건너며, 정각원 앞 단풍이 붉게 물든 것을 본다. 학기의 바쁜 흐름 속에서도, 그 잎의 변화는 계절이 아니라 ‘시간의 무상(無常)’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 정각원의 고요한 기와와 붉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고요하지만, 사실은 찰나의 변화를 품고 있다. 한순간 바람이 스치면, 그 화려한 색채는 속절없이 흩날린다. 사람들은 단풍을 보고 절정이라고 말하지만, 그 절정은 곧 쇠락의 시작이기도 하다. 정각원과 전국 사찰의 단풍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지난 3월 18일, 꽃 피는 3월에 때아닌 폭설과 한파가 들이닥쳤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교내 곳곳에 설치된 연등 위로 눈이 소복이 쌓였고, 눈이불 덮은 팔정도 위엔 학생들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올 3월부터 우리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다는 한 외국인 유학생은 처음 눈을 본다며 아이처럼 기뻐하기도 하고, 한 학생은 눈으로 인해 평소보다 버스 시간이 더 걸려 지각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서울 기준 역대 가장 늦은 대설특보가 발효된 이날 수도권엔 10cm 넘는 눈이 내리고 강원 영동 산지에는 60cm 넘게 폭설이 쏟아졌
베트남의 거리 풍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낮은 의자와 탁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어른들이 이 작은 의자에 앉아 길거리 음식을 즐기거나,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자면, 우스꽝스럽고 '키가 작아서 저게 더 편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유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과학적이었다. 베트남의 거리 음식 문화는 실용적인 이유로 낮은 의탁자가 널리 사용된다. 설치와 철거가 간편해 노점상 운영에 적합하며, 가벼워서 이동이 쉽고, 제작비도 저렴하다. 또한, 사람들이 주로 바닥에 앉아 생활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기에, 음식
선악을 구별할 수 있는 전자두뇌, 60개 국어를 말할 수 있는 인공성대, 눈물이 나오는 서치라이트 포함 눈, 10만 마력의 원자력 모터, 최대 마하 5의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제트 엔진, 신장 135cm, 체중 30kg의 로봇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는 1963년에 발표된 일본 만화영화 속 아톰(Atom)이라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의 스펙이다. 60개 국어를 번역해주는 인공지능과 같은 능력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게는 그리 놀랍지 않은 능력일 수 있다. 게다가 최신의 고성능 자동차가
놀랍다. 하루에 서울시에서 온실가스를 뿜어대는 승용차 24대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2달간 1,469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연간 9천여 대 정도가 사라지는 마법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서울시가 4월 15일 ‘기후동행카드’ 2개월간 사용으로 약 3,600톤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발표한 것을 승용차 1대당 연간 온실가스배출량 2.45톤으로 나눈 결과다. 서울시에 등록된 자동차 320만여 대에 비하면 9천여 대가 많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서울시가 올해 민간에 전기 승용차 5천 대를 보급하는 계획과 비교하면 9천여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은 어떨까?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 등 국방기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북한은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일상의 과학기술이나 산업 부분을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의 상황은 전혀 다른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심각한 불균형이 나타난다. 국방기술 부문에서 제한적 영역이지만 상당한 성과물로 도발을 일삼고 있는 반면, 과학기술이 북한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데는 그 기여도가 낮다는 게 북한 자체의 평가이기도 하다. 그래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 자력번영을 하겠다면서 과학기술 중시 노선을 유
30대 중반의 A씨는 IT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한다. 주로 혼자서 업무를 보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팀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가끔 고객과의 미팅도 있다. 코딩 실력은 뛰어나지만, 회의에 지각하는 일이 잦고 약속한 마감일을 지키지 못해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팀장은 A씨를 책임감 없고 성실하지 않은 직원으로 평가하지만, A씨는 자신이 게으른 것이 아니라 자주 잊어버려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누구라도 주변에서 A씨와 같은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정말로 게으르거나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일 수도
지금 우리나라 풍경을 보면 전 연령대에서 식도락을 추구하는 것 같다. TV나 SNS의 맛집탐방프로그램과 먹방의 영향일까. 심지어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기호식품까지 퍼져 고가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탐닉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구매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한다. ‘내 돈 써서 내가 즐긴다는데 뭐가 문제야?’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다 태어난 인생 길어야 100년 사는 동안 사회가 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 마음대로 살 권리는 있으니까. 그러나 티클 모아 태산이라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촌의 많은 사람이 마음대로 먹고 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