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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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다. 하루에 서울시에서 온실가스를 뿜어대는 승용차 24대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2달간 1,469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연간 9천여 대 정도가 사라지는 마법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서울시가 4월 15일 ‘기후동행카드’ 2개월간 사용으로 약 3,600톤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발표한 것을 승용차 1대당 연간 온실가스배출량 2.45톤으로 나눈 결과다. 서울시에 등록된 자동차 320만여 대에 비하면 9천여 대가 많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서울시가 올해 민간에 전기 승용차 5천 대를 보급하는 계획과 비교하면 9천여 대는 매우 큰 효과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기반 한 과장된 평가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시범사업이며, 1회 요금 65,000원 충전으로 30일간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서울시는 온실가스 감축효과뿐만 아니라, 교통비 약 3만 원의 할인 혜택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2022년 국토부가 발표한 서울시민의 한 달 평균 대중교통 요금이 7만 1,745원인 사실을 고려하면 소득효과는 더 따져볼 일이다. 국토부를 기준으로 하면 ‘기후동행카드’ 월간 할인혜택은 점심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6,800원 정도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3만 원과는 큰 차이다. 

  ‘기후동행카드’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해, 온실가스를 감소시킨다는 사실 그 자체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책은 ‘일관성’과 ‘충분성’을 만족하는지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은 일관적으로 충분하게 진행되어야 진통제가 아닌 처방약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일관성을 보면, 약을 먹었다 안 먹었다 하는 ‘환자’와 같다. 올해 1월 남산 1·3호 터널을 통해서 서초구와 용산구방향으로 가는 차량 통행료를 면제해 교통량 감소정책을 후퇴시켰다. 

  그리고 작년 8월과 10월에 버스요금 300원, 지하철요금 150원을 인상했다. 대중교통을 월 40회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버스요금은 월 12,000원, 지하철은 6,000원 인상한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으로 바꿀 만큼의 소득 유인효과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수송수단의 전환효과의 부족은 온실가스를 충분히 감축시킬 만큼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서울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온실가스감축효과를 검증하겠다고 한다. 

  결과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이 장착된 승용차, 수십 미터의 지하를 안전하게 관통하는 지하철이 있음에도, 출퇴근 시간은 왜 줄어들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데 생태주의자 아버지라 불리는 이반 일리치(Ivan Illich)를 참고할 만하다. 그는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에너지와 공정성에 대하여』에서 교통을 집을 나와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이동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고, 교통을 자신의 신진대사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자력이동(걷기와 자전거 등)과 석유와 같은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는 수송(자동차, 지하철, 기차, 선박 등)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수송이 가져다주는 속도의 빠름, 시간단축, 네트워크의 확대 등의 효과는 불공정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 간 유대와 사람과 자연 간의 유대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면 ‘수송’을 늘리기 위한 정책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도시 공간의 교통은 걷기와 자전거로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일리치에 따르면 산업사회에서 자본은 공간을 일터와 집을 분리시켜 더 많은 자본과 노동을 분리해서 집적시킨다. 서울중심지는 일터가 되고, 성남시와 고양시 등의 외곽도시는 잠만 자는 도시가 된다. 일터와 집을 이어주는 도로는 더 넓어지고, 길어지고, 그 위를 달리는 승용차는 많아지고 느려진다. 승용차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지하철이 만들어진다. 서울이 커질수록 이동거리는 점점 길어지고, 수송량이 증가해 이동시간이 길어진다. 첨단기술로 장착된 승용차를 몰 소득과 체력이 안 되는 이들은 대중교통으로 혼잡해진 도로와 지하철을 이용한다. 대기오염과 교통사고는 증가한다. 

  수백조 원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외곽도로와 지하철 대신에 고양시와 성남시, 남양주시 등과 같은 서울외곽에 있는 도시를 위성도시가 아닌 자족도시로 만들었다면, 하루에 출퇴근을 위해 2~3시간씩 사용하는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동시간을 가족과 이웃의 유대관계를 위해 사용하거나 취미생활을 할 것이다. 아니면 노동에 지친 몸을 위해 쉴 것이다. 

  일리치(Illich)가 살아있다면, ‘기후동행카드’는 임시처방에 불과하고, 화석연료에 기반 한 수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도시공간의 불공정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고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기후위기극복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서울시의 교통을 자전거와 걷기라는 자력이동으로 전환하고, 자동차 이용억제정책과 자전거도로 확대, 걷기 좋은 마을과 도시, 따릉이 확대와 대중교통연계 등을 강조할 것이다. 그리고 서울과 외곽도시들을 자전거로 15분 이내로 일과 여가,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파리 15분 도시’와 같은 프로젝트를 충분히 마련하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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