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는 청년들의 비혼·저출산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청년 세대는 결혼을 더 이상 필수적 삶의 경로로 보지 않는다. 경제적 불안정, 주거 문제,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TV와 유튜브에서는 연애와 결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그 어느 때보다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 케이블 채널의「나는 솔로」는 매 회차 화제가 되며 시청률과 온라인 조회 수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는 영화제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러나 자신이 터미널을 잘못 예약했다는 걸 버스 출발 2분 전 깨닫는다. 다행히 남아있는 버스표가 있지만 일곱시간 뒤다. □□는 그렇게 일곱시간 동안 버스 터미널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한편의 로드무비 같은 출발이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전주국제영화제는 로드무비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제의 완성은 상영관 안에서 일어나지 않고, 전주 영화의 거리, 가맥 거리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전주로의 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전주국제영화
진짜 영화인은 영화제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술을 마신다. 어느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신 내용이다. 사람들이 영화제에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관객들은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어떤 감독들은 본인 영화를 틀기 위해, 어떤 관계자는 일을 하기 위해 갈 것이다. 그 다양한 이유들을 나는 다 알 수 없다. 지난 1년간 영화를 공부하며 그리고 영화로 돈을 벌며 느낀 것은 영화를 사랑하는 다양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영화제에 방문하는 것으로, 다른 누군가는 같은 영화를 수 없이 반복해 보는 것으로 그 마음이 표현된다. 방 안에
유난히도 뜨겁고 습했던 올여름, 더위를 피해 보홀로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보다 더 습하고 더웠지만. 리조트에 짐을 내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간 나를 처음으로 반긴 풍경은 무엇이었을까.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 여유롭게 선베드에 누워 태닝 을 하며 여유를 즐기는 커플의 모습? 아니었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원달라!” 를 외치며 조악한 가짜 진주목걸이를 파는 어린아이 바로 옆 부모의 손을 잡고 망고주스를 먹으며 배에 튜브를 끼고 물놀이를 가는 관광객 아이. 그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 두 겹으로 포개져 그 뒤로 펼쳐
어느 동네가 살기 좋을까. 새로운 동네를 다니며 내 미래의 거주지를 종종 생각하곤 하는데, 독립예술 영화관의 존재는 그 동네를 꽤 애정이 가게 만든다. 독립예술 영화관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극장구경’이라는 말이 제법 잘 어울리는 영화관들이랄까. 통일된 분위기를 갖고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사실 어느 지점을 가나 특색 있는 공간경험을 하긴 어렵다. 하지만 독립예술 영화관은 가는 길부터 여행자의 심정이 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대게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 대로변에 있는 반면, 독립예술 영화관은 그보
미술 교과서의 한 지면을 차지하고 있던 비디오 아트. 서울시립미술관 로비의 한쪽 벽면을 장식하는 비디오 아트.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도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그 현란함 때문일까 혹은 친숙함과 이질성의 공존 때문일까 왠지 눈길이 머물곤 했다. 지금껏 백남준은 나에게 TV가 아직 브라운관이던 과거 시절 아티스트로 존재해 왔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인해 알게 된 그의 작품세계는 과거의 작품이지만, 오히려 동시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분명히 존재했다. 요즘 나는 매주 백남준아트센터를 방문하고, 백남준에 대해 생각한다. 한 달 전
그날도 무리하게 걸었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걷기에 대해 곱씹게 됐던 곳은 방콕의 Hua Lamphong(หัวลำโพง)역에서 구석진 카페를 찾아갈 무렵이었다. 더위가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나라에서 20분 거리는 한국에서의 20분과 다른 차원이었다. 그래서인지 태국에는 지하철이나 지상철 노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발달해 있었다. 오토바이 택시나 썽태우, 툭툭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 편의를 모두 등진 채, 뙤약볕 아래의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그 이유는 모든 것을
동생과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동생도 나도 한국 바깥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처음이었다. 당연하고 익숙한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일본으로의 여행을 결정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낯선 도시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주문을 하고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나는 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오래된 질서, 내가 내 몸에 기입한 그 질서로부터 얼마간은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오랜 시간 나를 운용해 온 질서와 규칙을 따르지 않고. 걷고 먹고 마시고 눕고 잠을 자는 이 모든 일상적인 행위들을 익숙한 공간 바깥에서 제멋대로
사랑받고 싶어. |토요일 점심, 카페 야외 테라스에는 공석이 없었다. 나는 방금 전 마음의 목소리에 관해 생각했다. 연인들이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 있어서 영향을 받은 걸까. 테라스 창문이 완전히 젖혀져 밖과 안의 경계가 없었고 정확히 그 근처에 앉아 있던 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사방에 소음으로 Cigarette After Sex의 음악이 흐릿하게 들렸다. 어수선한 그 분위기에 취했는지 덩달아 힘이 빠졌다.내가 힘이 빠지는 이유에는 분명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 아침 엄마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리움미술관은 개관 이후 처음으로 도자기를 주제로 한 기획전을 마련했다.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은 조선백자 185점을 장식기법과 생산지에 따라 ▲절정, 조선백자 ▲청화백자 ▲철화·동화백자 ▲순백자의 4부로 구분해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백자에 조선 사람들이 이상적 인간상으로 여긴 군자의 풍모가 담겨있다는 해석을 더했다. 전시품에 맞게 진열장을 새로 제작한 데다 동선이 비교적 자유로워 여러 각도에서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내 8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은 물론, 도쿄국립박물관, 이데미츠미술관, 오사카시립동양
처음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회를 알게된 것은 인스타그램 쇼츠 영상을 통해서였다. 그 게시물에는 “기괴한”, “핫한”과 같은 단어가 거듭 언급돼 있었는데 쇼츠 영상을 보니 그럴 법했다. 그 영상 속에서 세발 자전거를 탄 인형이 정숙한 전시회장을 마구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는 장난기가 넘친다. 전시회라고 했을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고요하고도 차분한 전시회장, 사각의 프레임의 작품, 그것을 골몰하게 바라보는 감상자, 작품과 작품 사이의 직선적인 동선 등을 지키지 않은 전시 방식은 소위 말해 전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