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기 전 잠시 남은 시간, 혹은 친구를 기다리며 생긴 시간의 틈이 있으면 나는 늘 가까운 서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새 책 냄새가 가득한 그곳에서 신간 코너를 훑어보는 게 작은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몇 해 전에도 그렇게 서점에 들렀다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니,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제목이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그 제목의 책은 기억 속에 ‘귀여운 제목의 에세이’ 정도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무심코 켜둔 네이버 뉴스 화면 속에서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작가 별세.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기만 했다. 몇 년 전 서점에서 마주했던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제목이, 이제는 차가운 부고의 문장으로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마음이 아팠다. 오래전 서점 한켠에서 마주했던 그 제목이 이제는 작가의 마지막을 알리는 문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한동안 뉴스 화면을 바라보다가, 문득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모의 마음에서였고, 동시에 그가 남긴 문장 속에서 어떤 생의 흔적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작가가 오랜 시간 겪어온 기분부전장애(만성 우울증)와 치료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이해해 가려는 솔직한 기록이다. 작가는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느낀 감정들을 ‘상담일기’처럼 옮겨 놓았고, 그 대화 속에는 불안, 자기혐오, 타인의 시선, 일상 속 미세한 회복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거창한 교훈이나 극적인 결말 대신, ‘오늘을 버티는 사람’의 목소리로 우리를 위로한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작가의 솔직한 고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백세희 작가와 비슷한 증상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청춘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문장은, 살아 있는 모든 불안한 마음들의 고백처럼 들린다. 그의 책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를 그저 견뎌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한 줄의 위로였다.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많은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었듯이, 이제는 그가 우리 모두의 조용한 추모 속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 그의 문장은 여전히 여러 사람의 일상 속에서 읽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