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2026년도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정부 R&D 예산은 35조 3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19.3%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윤석열 정부 시절 삭감 논란을 불러왔던 R&D 투자를 정상화하고, 미래 핵심기술과 연구 생태계 전반을 복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이번 증액이 단순한 숫자상의 확대가 아니라, 연구자 중심의 생태계 복원과 신진 연구자 육성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에너지, 전략기술 분야의 투자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동시에 기초연구와 대학원생 인력양성 지원도 강화됐다. 이는 대학원생들에게 그간 부족했던 연구 인건비와 생활비 보장, 장학금 기회의 확대, 그리고 연구 환경 개선으로 직결된다.
본지는 지난 3월 발행한 동국대학원신문 231호에서 ‘탄핵 찬반으로 반쪽 난 대한민국, 대학원 사회는?’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실은 바 있다. 당시 혼란스러운 시국 속 대학원사회 역시 찬탄과 반탄 구도로 각자의 입장을 외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R&D 예산 삭감이 있다고 논했다. 그만큼 대학원생 특히 R&D 예산이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이를 본인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예산 증액 내용 중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연구생활장려금 제도다. 이 제도는 석사 월 80만 원, 박사 월 110만 원의 ‘최저 생활비’를 보장한다. 지금까지는 수주 과제 인건비나 장학금이 제각각이라, 학생마다 생활비 편차가 컸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존 지원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직접 채워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박사과정생이 과제 인건비로 월 60만 원을 받고 있었다면, 정부가 50만 원을 추가 지급해 110만 원까지 맞춰주는 식이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수만 명의 대학원생이 보다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연구실 운영 상황이나 과제 수주 여부에 따라 생계가 흔들리던 구조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는 상태에서 연구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더해, 우수장학금 제도도 신설·확대된다. 2026년부터 박사과정생을 대상으로 연 750만 원 규모의 장학금이 신설되고, 석사과정생 대상 장학금은 연 500만 원 규모로 수혜 인원이 대폭 늘어난다. 기존의 대통령과학장학금, 이공계 장학제도와 함께 대학원생의 연구 동기를 높이는 장치로 기능할 전망이다. 또한 기초연구 과제 물량이 대거 확대되고, 과거 축소됐던 ‘기본연구’도 복원된다. 이는 지도교수의 연구비 확보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대학원생들에게 돌아올 연구참여 기회와 인건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대학원생 입장에서 이번 예산 증액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랫동안 연구실 현장은 ‘노동과 학업 사이 어딘가’라는 불명확한 지위, 낮은 처우, 불안정한 생활로 점철돼 왔다. 수주 과제에 따라 생활비가 좌우되는 등 ‘연구자의 길’을 선택했지만, 연구자라는 이름으로 존중받기보다는 값싼 노동력으로 소비된다는 자조도 끊이지 않았다.
대학원 사회는 이번 예산 증액을 환영하면서 이번 조치는 이런 현실을 바꾸려는 첫걸음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장학금 확대와 기초연구 과제 확충도 마찬가지로 대학원생들은 연구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금 더 확보하게 됐다는 평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먼저, 생활비 보장 제도의 지속성과 범위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2025년 시범 운영은 일부 대학에서만 진행되었고, 2026년에도 모든 대학원생이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전국적 확대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연구노동의 정당한 대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생활비 보장은 기본이지만, 연구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과제 참여의 공정한 대가, 연구윤리와 안전 문제 등은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문 간 격차도 여전히 문제다. 이공계 중심의 지원 확대가 이어지면서 인문사회계 대학원생들은 상대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국가가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인문사회 연구 역시 장기적으로 R&D의 큰 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R&D 예산 증액은 대학원생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대학원생은 한국 연구개발 생태계의 가장 밑바탕에서 실험과 분석, 논문 작성과 과제 수행을 떠받치고 있다. 이들이 안정적이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을 때, 국가의 연구개발 투자도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라, 대학원생의 연구환경 전반을 개선하는 종합 대책이다.
대학원생들은 이번 조치를 분명 환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말한다.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그리고 미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이번 R&D 예산 증액이 단순히 숫자상의 변화가 아니라, 이공계 연구실 현장을 진정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번 정책을 통해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연구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학문의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