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봄은 내게 특별한 온기로 기억될 것이다. 봄바람에 이상하게 마음이 들떠 문득 내 자아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싶을 즈음 ‘불교박람회’와 ‘연등회’ 두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학부 시절에도 몇 차례 보고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우리대학 대학원생의 신분으로, 더욱 진지한 태도로 두 불교 문화 행사에 임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문화 체험이나 학술적 관심 차원에서 참석했지만, 두 행사를 통해 나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주하게 되었다. 전시관 속 굿즈 하나, 연등 행렬 속 발걸음 하나하나가 단순한 외형을 넘어, 삶과 마음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힙하고 향기로운 불교, 2025 불교박람회

   4월 초 어느 오후,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코엑스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퍼지는 향냄새와 경쾌한 목탁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마음이 풀어졌다. 

   불교박람회는 걸음걸음마다 색다른 불교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부스에서는 초콜릿 모양의 부처님이 우유에 녹아 사라지는 특별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고, 옆 부스에서는 인자한 미소를 띤 스님께서 에그타르트를 권하고 계셨다. 그것도 무료로!(부처님의 자비가 눈에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기도 했고 인상 깊었던 것은 불교 굿즈를 전시·판매하는 청년 창업 부스였다. 다소 ‘고리타분하다’는 불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볍게 비틀며, 위트 있는 디자인의 염주팔찌, ‘극락도 락이다’는 문구의 스티커 등은 SNS에서 이미 화제가 된 바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번뇌정지’가 적힌 자석을 구매했다.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주문이면서도 일상 속에서 직관적으로 그 문구를 자연스럽게 되새길 수 있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불교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내가 마주하는 관계, 나의 감정, 그리고 삶의 속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종교다. 그 진중한 물음이 때로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우리 세대의 감각이 더해져 대중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나는 이 행사를 ‘힙한 불교의 현재형’이라 부르고 싶어졌다.

△ 불교박람회에서 만난 커피잔 속 부처님    (사진= 오솔미 편집위원)
△ 불교박람회에서 만난 커피잔 속 부처님    (사진= 오솔미 편집위원)

 

연등 아래 걷는 마음, 연등회에서 다시 만난 부처님

   연등회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왕실과 귀족들이 주도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거행된 이후 불교의 억압기와 부흥기를 거치며 형태는 바뀌었지만, ‘연등을 밝혀 부처님의 자비를 세상에 비추는’ 그 의미만큼은 계속 이어져 왔다.

   2025년 4월의 어느 주말, 내가 속한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전공 원우들과 함께 동국대학교 정각원 앞에 모였다. 작년엔 비로 적잖이 고생했지만, 올해는 따사로운 햇살과 약간의 바람이 행진을 돕는 듯했다. 우리는 문과대 학생회에서 배부하는 노란색 연등을 손에 들고 한 덩어리가 되어 걷기 시작했다. 연등은 단지 등을 켠 도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기도이고 다짐이며 기억의 장치였다. “부디 건강하기를”, “무사히 논문을 마치기를” 같은 각자의 염원이 등이 되어 종로 거리를 흘렀다.

   내가 손에 들고 있던 노란색 모양의 연등 역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했다. 연등회를 함께했던 사람들의 얼굴은 환했으며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부처님이었다. 함께 걷는 그 길은 단지 지리적인 이동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비추기에 충분했다.

△ 연등회에 등장한 우리대학의 코끼리 연등 (사진= 오솔미 편집위원)

 

이 봄, 그리고 지금 여기의 부처님

   두 행사를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은 ‘불교는 곧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특정한 수행의 방식이 아니라 자기 삶을 성찰하는 언어를 의미했다. 불교박람회에서의 ‘일상 속 불교’는 경전을 집어 들지 않아도 ‘내가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묻도록 만들었다. 연등회의 ‘함께 걷기’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 타인의 불빛이 나의 불빛과 어우러져 내가 속한 세상의 어둠을 비출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여줬다. 나도 여전히 미완성된 존재이고, 시행착오의 굴곡을 반복하며 살고 있지만, 적어도 이 봄, 나는 내 마음에 작은 연등 하나를 밝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부처님이 내게 건넨 올봄의 조용하고 따스한 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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