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barrier-free)란 장애인 및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 생활에 지장을 주는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자는 운동 및 정책이다. 즉 장벽을 제거해 모두를 자유롭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배리어프리는 건물의 진입 경사로다. 경사로의 유무로 누군가에겐 해당 건물이 입구부터 막히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영상 문화 역시 우리가 매일같이 소비하고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생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배리어프리와 관련한 논의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논문 「‘더 많은’ 모두를 위한 영화 -배리어프리 영상과 문화적 시민권」(저자 이화진)은 바로 그러한 점을 지적하며, 특히 문화적 시민권이라는 측면에서 배리어프리 영상을 보다 보편적인 논의로 확장해 다룬다.
저자는 우선 장애는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시청각 손실을 비롯한 개인의 손상을 장애로 만드는 것은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손상을 지닌 이들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한 사회 무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사회는 이러한 감각손실을 장애화하지 않고, 다른 감각의 고유한 방식으로 참여시킬 것이 요구된다. 국내 배리어프리 영상 관련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가치봄’ 사업이 있다. 2019년 영화진흥위원회는 배리어프리 상영 타입을 ‘가치봄’이란 브랜드네임으로 통일했다. 외에도 각지에서 이룬 배리어프리 상영 확산 노력의 결과로 과거보다 상영 횟수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일부 콘텐츠에 한정되어 있어 시청각 장애인들이 모든 영상물을 동등하게 향유하기란 한계가 있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한계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배리어프리 상영에 대한 ‘자선적’ 입장이다. 배리어프리 버전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된 형태로 상영하는 것은 오히려 시청각 장애인을 공동체로부터 배제하고, 이들이 공동체에 평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박탈한다. 이는 장벽을 없애는 것이 아닌, 장벽을 공고히 재생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저자는 그럼에도 발생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주목한다. 바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로의 영화 관람 문화 변화이다. 한 국가의 정책은 더 이상 국경 내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기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미국 현지에서 넷플릭스의 자막 없는 온라인 콘텐츠는 청각 장애인을 배제시킨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고, 이에 따라 청각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폐쇄자막*이 의무화되었다. 그 결과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가 진출한 지역의 미디어 시장 전체와 문화정책까지도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물론 멀티플렉스와 OTT를 단순히 이분법적 대결구도로 나눠 선악을 가리자는 견지는 아니다. 관람 형태의 변화를 장애인의 문화적 시민권 측면에서 보자는 것이다. 넷플릭스 또한 다양성을 품은 독점이라 할지라도, 시청각 장애인의 문화 향유 권리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멀티플렉스 시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상영 타입이 ‘분리’되어 있었던 반면, OTT는 서비스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나’ 몰입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지향된다. 즉, 멀티플렉스에서 자선처럼 베풀었던 배리어프리 상영이 OTT에선 지불한 이용료로 동등한 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의 권리행사가 된 것이다.
2011년 영화 <도가니>를 통해 국내 청각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이 처음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내용이 청각장애인의 인권 문제를 다룸에도, 정작 청각장애인들은 관람의 기회를 보장받기 어려웠다. 지금껏 한국 영화는 과연 ‘모든 한국인’을 위한 영화였던 적이 존재했는가. ‘재현’의 윤리라는 측면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사유와 연구는 논의가 되고 있으나, 여전히 보편적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선 성찰되고 있지 않음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폐쇄자막(closed caption, CC)이란 영상 속 화자 및 대사, 음악과 음향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는 자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