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일제히 촉구했던 대학가에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대학 역시 당초 교내 곳곳 탄핵에 찬성하는 대자보가 붙었으나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탄핵을 주제로 찬반 논쟁이 끊임없이 잇따랐다. 특히 탄핵 찬반 집회가 광화문, 여의도 거리에서 캠퍼스까지 번지면서 대학가도 개강 초부터 탄핵을 두고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 내부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이 가세한 집회를 두고 그동안의 ‘금기’로 여겨진 캠퍼스 내 경찰 투입이 검토되면서 학계에서는 ‘집회 자유 침해 우려’라는 의견과 ‘구성원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렇게 탄핵을 두고 양쪽이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가운데 대학원 사회 역시 단독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단체에 소속해 있으면서 기자회견이나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탄핵을 찬성하는 대학원생들
이달 11일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주최로 대통령의 신속한 탄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연구 노동자가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정부의 계엄령과 종전에 시행되어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직격탄이 된 R&D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대학원생은 “윤석열 정부가 연구 환경을 악화시키고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소수자 지원 축소, 연구개발비 삭감 등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학문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부가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연구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탄핵을 요구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며 궁극적인 기자회견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탄핵을 반대하는 대학원생들
반대로 14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는 서울대 대학원생들의 탄핵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대 대학원생은 탄핵 반대합니다’라는 푯말을 들고 연단에 선 이들은 “사기 탄핵을 신속히 각하시킬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히며 현재의 헌재는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나라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서 대통령의 답변 기일 미보장, 일방적인 변론기일 지정, 증인신문 시간제한 등 절차상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편향된 이념의 판사가 국가 중대사를 졸속하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으며 지금의 제왕적 의회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빨리 끝나길
하지만, 모든 대학원생이 탄핵 문제에 깊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학원생들은 탄핵의 찬반을 떠나 대학가까지 번진 현재의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에 지쳐 있으며, 이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익명을 요청한 우리대학의 한 원우는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돼 우리대학에서도 내부인과 외부인이 뒤섞여 집회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라고 말했다. 또 한 원우는 “교수님 및 같은 전공생들과 일상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요즘엔 대화 주제가 모두 탄핵과 관련된 이야기다. 빨리 이 상황이 끝나 건설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라고 전하며 이 상황에 지친 듯했다. 또 “외국인 유학생 원우가 우리나라의 탄핵에 대해 묻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곤란했던 적이 있다. 겉으로 티는 못 내지만 연구 과제 외에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라고 밝힌 원우도 있었다. 온라인의 모 대학원생 커뮤니티에서는 탄핵에 대해 찬반 논쟁만큼이나 이런 논쟁에 냉소적인 반응 역시 많이 보였다. 학업과 연구로 일상이 바쁘기 때문에 탄핵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심이 없다던가 일부 인원의 탄핵 찬반 기자회견이 해당 대학에 재학 중인 모든 대학원생의 입장이 아니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이런 입장은 대부분 “인용이든 기각이든 빨리 이 사단이 끝났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대학원 사회에 미칠 영향은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하며 지연된 탄핵 심판의 결과는 인용이든 기각이든 단순히 정치적인 의미를 넘어서 법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학계와 대학원생 사회에는 이번 결정이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심판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법적 절차와 논의는 향후 학문적 연구와 법률 교육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며, 대학원생들은 본인이 연구하는 분야 외에도 지성인으로서 법과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볼 만하다. 또한, 심판 결과가 학문적 자유와 연구 환경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그동안 논의되어 온 법적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정치적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적 과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법과 원칙에 따라 신중하고 공정한 판단이 내려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얻어진 교훈들이 학문적 연구와 사회적 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