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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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왜 불교를 찾는가?

  문제 제기의 시작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뮤지엄 굿즈) ‘반가사유상’이었다. 2020년 10월 출시되자마자 완판을 기록한 반가사유상(83호) 피규어는 각양각색의 파스텔톤 컬러가 입혀지며 의외의 힙(hip)함에 MZ세대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특히, 세계적인 K-POP가수 BTS(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사유의 방’을 관람한 후 구매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SNS 입소문을 타면서 MZ세대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인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와 같은 예능에서는 출연진이 소위 ‘멘탈 관리’를 위한 자신의 루틴으로 목탁을 두드리거나, 싱잉볼을 연주하며 명상을 하고, 아예 불교용품점을 찾아가 구매를 하는 모습을 방영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조사에 따르면, 템플스테이 참가자 중 51.4%가 MZ세대를 차지한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최근 템플스테이는 MZ세대의 니즈를 반영하여 SNS에 공유할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휴대폰을 걷지 않기도 하며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어필한다. MZ세대가 즐기는 템플스테이는 수행이라기보다는 색다른 여행 코스인 듯도 하다. 가령 강릉의 현덕사에서는 현덕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사발커피’를 마셔야 하고 그 모습을 현덕사의 촬영 명소인 툇마루에 앉아서 반드시 사진을 찍는 것이 필수 코스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는 ‘국제불교박람회’ 홍보팀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작년 대비 사전등록자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그중에서도 MZ세대의 방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젊은 분들이 왔다고 하면 4050세대였는데, 요즘엔 말 그대로 젊은 세대(2030)가 방문한다고 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또 나 빼고 재밌는 거 한 불교’, ‘힙(hip)한 불교’라며 불교박람회에서 발견한 참신하고 신선한 현장을 공유하고 댓글로 소통하며 불교에서 얻는 재미에 환호한다.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핸섬! 쇼미더 불교 믿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중 하나로 열리는 ‘연등회’에서는 EDM 디제잉 공연으로 수천 명 이상이 몰린다. 스님 복장을 한 개그맨 윤성호(뉴진스님)가 찬불가를 EDM에 맞춰 부르는 디제잉 영상은 천만 조회수를 넘어서며, MZ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다. 

  MZ세대는 관람 및 참여의 측면에서 불교에서 파생된 불교문화콘텐츠를 즐긴다. 불교 문화재와 불교 미술을 힙(hip)하게 즐기고, 비건 열풍과 맞물려 유명 사찰음식점을 찾아다니며, 템플스테이와 명상을 통해 힐링을 추구하고, 불교문화상품을 소장하면서 불교 축제에서 즐거움을 만끽한다. MZ세대는 왜 이토록 불교에 열광하는가?    

불교는 대중문화가 될 수 있는가?

  단순히 미디어의 영향이라고 하기엔 불교문화콘텐츠 다방면에서 MZ세대의 관심과 참여가 나타나고 있었기에, MZ세대가 체험하고 있는 불교에 대한 경험의 의미 탐구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특히, 점차 종교를 믿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는 탈종교 시대에 유독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지는 불교에 대한 주목과 호감, 경험 양상은 종교적 관점이라기보다는 문화체험과 마찬가지로 문화 그 자체로 향유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였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21세기는 문화산업에서 각국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고 최후 승부처는 바로 문화산업이 될 것이다”는 주장을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로 잘 보여주고 있는 시점이 바로 지금일 것이다. 한류 문화 또는 K-문화로 일컬어지던 우리나라 문화산업은 최근 유례없는 영향력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인 파급력을 보인다. 세계적인 한류스타 블랙핑크와 BTS(방탄소년단)의 행보에서부터,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시작으로 촉발된 한국 드라마 & 예능 콘텐츠의 세계적인 주목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현대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기존 문화콘텐츠의 확장과 새로운 문화콘텐츠 발굴은 산업 발전의 핵심 전략이 된다. MZ세대가 불교문화를 즐기는 새롭고 독특한 방식을 조명하는 것은 문화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도이며, 종교의 재발견이 될 수 있다. 특히, 전체 인구의 32.5%(1,630만 명, 2020년)를 차지하는 MZ세대가 산업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MZ세대의 특성과 문화, 가치관, 소비패턴에 대한 이해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불교문화콘텐츠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상에서 끊임없이 ‘행위’하는 삶에서 벗어나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인생의 색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법을 제시한다. 가만히 앉아서 목탁을 두드리거나, 눈을 감고 싱잉볼을 연주하거나, 도시에서 벗어나 절에서 고요의 시간을 갖는 것은 현대적인 삶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으로 대중에게 다가온다. 불교문화콘텐츠는 필연적으로 불교적 생활양식과 가치관을 반영하게 되는데, 불교는 ‘지금, 여기(here & now)’라는 현재에 집중하며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과 같은 번뇌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평안한 진정한 자유의 상태가 되는 것을 목표 삼는다. 이러한 ‘멈춤’과 ‘비움’의 정신을 설파하는 불교문화의 콘텐츠는 바쁜 현대 생활에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얻고 평안을 추구하는 새로운 여가생활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MZ세대와 불교는 어떤 인연이 있는가?

  4세기 후반 불교가 한국에 도입된 이래 종교로서, 문화유산으로서 역할을 다 해왔던 불교가 MZ세대를 만나 ‘트렌드’가 된 것은 여러 가지 경제, 사회, 문화적 배경이 있겠지만 단순하게 MZ세대와 불교의 특성을 살펴보더라도 유의미한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MZ세대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은 개인의 수행을 강조하고 스스로의 깨달음을 강조하면서 ‘내 안의 부처’를 발견하는 불교의 이념과 맞닿아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부는 MBTI 또는 사주 열풍은 자신을 알고 싶은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불교 또한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MZ세대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직접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실천 중심의 불교 수행은 접근성이 높아진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명상을 하거나 108배 절을 하는 등 행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습관을 바로잡는 것은 MZ세대가 스스로를 관리하는 ‘루틴화’와 관련된다. 

  MZ세대는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은 스트레스 지수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여가생활에서도 ‘정신 건강 관리’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MZ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스트레스 해소이며, 잘 쉬고,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찾는다. 불교의 수행법인 ‘명상’은 최근 과학적으로 검증되며, 서양에서는 약 대신 명상을 처방하고, 의무교육화할 정도로 뇌과학 및 심리학, 의학에서 주목하는 효과적인 심리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MZ세대 사이 명상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스트레스 완화 도구로서 활용되며, 템플스테이는 호캉스를 넘어서는 잘 쉬기 위한 자연 속 휴식처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 추구와도 불교는 연결된다. 사찰음식의 채식은 비건문화와 연결되며, 발우공양과 살생하지 않는 태도, 자연 속에서의 수행은 자연을 돌보고 건강한 지구를 보존하려는 전 지구적인 노력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 및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넷플릭스, 유튜브,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명상 콘텐츠는 MZ세대에게 가장 접근하기 쉽고 익숙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그 뿐만 인가. 남들을 쫓기보다 나만의 호불호를 따르는 개별화된 MZ세대의 취향을 다채로운 불교문화콘텐츠는 맞춰줄 수 있다. 

MZ세대에게 불교는 어떤 의미인가?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두 차례 실시된 MZ세대의 불교문화콘텐츠 경험에 관한 심층 인터뷰 결과 MZ세대의 불교문화콘텐츠 경험의 과정과 본질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MZ세대는 첫 경험과 재경험, 인식, 수용, 습관화의 과정을 거치며 불교문화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주로 불교문화에 대한 첫 경험은 부모님 또는 할머니를 따라 절에 가거나, 가족 여행으로 산사를 방문하고, 수학여행에서 불국사를 견학하는 등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였다. 이들은 추억 속에서 불교문화를 발견하며 익숙함을 느꼈다. 성인이 되어 친구와 여행을 가거나, 혼자 휴식을 찾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자발적으로 찾으면서 ‘재경험’이 시작된다. 

  MZ세대는 불교를 자유롭게 인식하고 있었다. 부처에 대한 믿음을 강요받지 않는 점에서 편안함을 느꼈고 종교가 없어도 언제든지 절은 가도 되고, 언제나 환영받는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역사적인 전통이 있는 한국의 문화라는 시각이 강했으며, 불교의 지속 가능한 가치에 대한 태도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트렌드로 여겼다. 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스님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 형성과 일부 스님에 대한 세속적 행태 이슈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불교를 수용하거나, 일부만을 받아들이고, 이탈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MZ세대는 정서적, 문화적, 도구적으로 불교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서적 수용의 태도에는 일상을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고, 힐링과 휴식의 평온함을 갖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안정감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경험을 통해 위로와 위안이 있었다. 문화적 수용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여가생활이자, 상품으로서의 소장 가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재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도구적 수용에서는 스트레스 해소 및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채택되고 있었으며, 그 외에도 명상을 통한 집중력 및 능률 향상, 빠르게 긴장을 낮추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MZ세대에게 불교문화콘텐츠가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되는 생활화의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불교는 힘들거나 지칠 때 찾게 되는 휴식처이자 의지할 곳이자, 꼭 방문해야 할 여행 명소이자 매년 참가하는 축제와 이벤트이며, 일상이 스트레스 해소 및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즉, MZ세대에게 불교문화콘텐츠 경험은 ‘스스로’ 더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해 찾는 정서적 위로이자, 문화적 재미, 유용한 도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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